철거 논란 통영 소반장 공방 이전 보존한다…어디로 옮기나?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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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공방 이전 계획 가결
도천동, 평림 동 등 3곳 후보지
2025년 착수해, 2028년 완료

통영 소반장 공방. 부산일보DB 통영 소반장 공방. 부산일보DB

경남 통영시의 장인들이 대를 이어 전통공예품을 빚어낸 ‘100년 공방’이 자리를 옮겨 보존된다. 앞서 도로 개설로 철거 위기에 놓였던 공방을 문화재청이 청장 직권으로 문화재로 지정한 데 이어 이번에 이전, 관리하기로 했다.

23일 문화재청에 따르면 문화재위원회 산하 근대문화재분과는 지난달 제6차 회의를 열고 국가등록문화재 ‘통영 소반장 공방’ 종합정비계획을 조건부 가결했다.

핵심은 통영시 도시계획도로에 포함된 공방을 옮겨 원형대로 보존하는 것이다. 문화재청은 2017년 10월 공방을 국가등록문화재(제695호)로 지정하고 2020년 용역을 거쳐 이전 계획을 마련했다. 위원회는 문화재청이 제시한 정비 계획의 기본방향이 문화재 보존·관리 측면에서 적정하다고 판단했다.

공방 이전은 국고보조사업으로 추진한다. 이전 대상지는 △도천동 245-1번지 169㎡ △도천동 335-8번지 156.6㎡ △평림동 983-7 111㎡ 등 3곳 중 추후 확정한다. 현재 위치로부터 직선으로 약 170m∼3.4km 떨어진 장소다. 문화재청은 이를 토대로 2025년 정밀 안전진단과 실측 조상 착수해, 2027년 공방 이전·보수를 위한 설계 용역을 거쳐 2028년 완료한다.

통영 소반장 공방은 고 추웅동(추을영, 1912~1973), 추용호(67·중요무형문화재 제99호 소반 보유자) 장인이 통영소반의 맥을 이어온 공간이다. 소반은 음식을 담은 그릇을 올려놓는 작은 상이다. 한국의 식생활에서부터 제사 의례에 이르기까지 여러 용도로 쓰인다. 특히 통영 소반은 나주 소반, 해주 소반과 함께 우리나라 3대 소반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추용호 선생이 유일한 기능보유자다. 조선시대 삼도수군통제영 12공방 최후의 원형 건물로 대들보에 무진년(1868년) 4월 18일 보를 올렸다는 상량문을 근거로 지어진 지 150년을 넘긴 것으로 추정된다.

국가무형무화재 추용호 소반장. 부산일보DB 국가무형무화재 추용호 소반장. 부산일보DB

그런데 2016년 길이 177m 도시계획도로 부지에 포함돼 철거 위기에 처하자, 찬반 논란이 벌어졌다. 통영시의 강제집행으로 쫓겨난 추용호 장인은 “통영소반의 흐름과 정신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라며 공방을 지키려 인근에서 천막을 치고 1년 넘게 노숙 생활을 했다. 안타까운 소식에 장인을 후원하는 시민모임이 꾸려지고 지역 문화예술계를 중심으로 반발 여론이 고조됐다. 여기에 문재인 전 대통령까지 후보 시절 현장을 찾아 철거 반대 입장을 피력하는 등 정치권까지 가세하며 논란은 증폭됐다.

결국 문화재청은 2017년 8월 청장 직권으로 안채가 있는 살림집과 작업공간인 별채 2개 동(50㎡)에 대해 문화재 등록을 예고했다. 당시 시행된 개정 법률은 그동안 소유자(개인 및 지자체)의 요청이 있어야 가능했던 문화재 등록을 보존과 활용을 위한 조치가 특별히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청장이 직권으로 할 수 있도록 했다.

등록 대상은 건설·제작·형성된 지 50년 이상 된 것 중 역사, 문화, 예술, 사회, 경제, 종교, 생활 등 각 분야에서 기념이 되거나 상징적 가치가 있어야 한다. 또는 지역의 역사·문화적 배경, 기술 발전 또는 예술적 사조 등 그 시대를 반영하거나 이해하는 데 중요한 가치를 지닌 것도 가능하다.

통영 소반장 공방은 살림집의 안채와 작업공간인 공방의 기능을 겸하고 있는 공방 주택으로 근대기 통영지역 전통공예 장인들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학술적 자료로 평가됐다. 또 건축사적 측면에서도 지역 민가의 고유성과 소목 장인의 독창적 기교가 어우러져 희소가치가 있고 근대기 공방 건축의 형성과정도 잘 나타난 장소로 인정받아 문화재청장 직권등록 1호 문화재가 됐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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