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5조 대어' HMM 누구품으로…높아진 몸값에 향방 오리무중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산업은행·해양진흥공사, HMM 경영권 공동매각 절차 개시
7년만에 시장 매물로…후보기업 손사래 속 LX그룹 다크호스로
해운업 침체에 매각 난관 예상…"잔여지분 처리 당사자와 협의"

2만 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인 HMM 오슬로호(Oslo)가 영국 남부의 사우스햄프턴(Southampton)에서 입항하는 모습. 해양진흥공사 제공 2만 4000TEU급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인 HMM 오슬로호(Oslo)가 영국 남부의 사우스햄프턴(Southampton)에서 입항하는 모습. 해양진흥공사 제공

매각 가격이 최소 5조 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되는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HMM의 매각 절차가 본격화하면서 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의 최대 대어(大魚)가 어느 기업의 품에 안길지 이목이 쏠린다. 매각 주체인 산업은행은 여러 관심 기업을 거론하며 ‘연내 매각’을 자신하고 있지만, 이전보다 높아진 몸값과 침체기에 돌입한 해운업황으로 매각작업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지난 20일 ‘HMM 경영권 공동 매각을 위한 공고’를 내고 본격적인 매각 절차를 개시했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 지분을 각각 20.69%, 19.96% 보유한 최대 주주다.

HMM이 시장에 매물로 나온 것은 2016년 이후 7년여만이다. 과거 현대상선이었던 HMM은 현대그룹의 핵심 계열사였지만, 2013년 말 유동성 위기로 6조 8000억 원의 공적자금을 수혈받고 산업은행 관리를 받아 왔다.

HMM 경영권 매각은 공개경쟁입찰로 진행되며, 2단계 입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해 연내 주식매매계약 체결하는게 목표다. 이번 매각 지분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보통주 1억 9900만주에 CB(영구전환사채)와 BW(신주인수권부사채)에서 주식으로 전환될 2억주를 합쳐 총 3억 9900만주다. 현재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영구채 포함 희석기준 지분율로 따지면 38.9% 정도다.

HMM의 최근 한 달 평균 시가총액이 9조 2462억 원였던 것을 고려하면 매각 대상인 구주의 시가는 4조 원에 육박한다. 여기에다 현금성 자산 규모가 14조 원에 이르는 HMM의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포함하면 매각가는 5조 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CB와 BW의 주식 전환으로 HMM 몸값이 더 비싸지면서 인수 후보군은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들로 좁혀지는 양상이다.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 CJ그룹, LX그룹 등이 인수 후보권으로 지속해서 거론되지만,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은 "인수 의사가 전혀 없다", "관심 없다"며 공식적으로 선을 그은 상태다. 현재 6.56%의 HMM 지분을 확보한 SM그룹이 유일하게 인수 의지를 밝혔지만, 자금력이 부족해 현실화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현재까지 별다른 의사를 밝히지 않은 LX그룹이 이번 인수전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자본력이 있고, 계열사인 통합물류기업 LX판토스와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이 이유다.

해운업이 최근 침체기에 돌입하고, 높아진 몸값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산은과 해진공이 잔여 영구채의 처분 방식 등에 관한 종합적 매각방안을 마련해 잠재 인수 후보군의 부담을 낮춰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 강석훈 산은 회장은 "(HMM은) 시장가격으로 신속 매각한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을 것"이라면서 "영구채를 포함한 잔여 지분 처분 방식 등은 모두 매각 과정에서 결정될 일이지만, 거래 당사자와의 협의를 통해서 조정될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