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복도로 협의체 출범, 원도심 살리기 기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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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일적 고도 제한 해제는 안 돼
개발과 보존 조화시켜야 성공

부산 산복도로 전경. 김종진 기자 부산 산복도로 전경. 김종진 기자

동·서·중·영도·부산진구 등 산복도로를 품은 부산 원도심 5개 기초지자체가 ‘산복도로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이들은 낙후된 원도심과 산복도로 부흥을 목표로 ‘포스트 산복도로 르네상스’와 ‘걷기 좋은 산복도로’ 사업을 공동 추진한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한 ‘산복도로 르네상스’는 벽화 그리기 같은 주거환경개선사업으로 산복도로 일대가 반짝 활기를 되찾았지만, 인구 유입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게 사실이다. 감천문화마을의 경우에는 지나치게 관광객이 몰려 오히려 주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한다. 이번 협의체 출범이 원도심을 제대로 살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

‘산복도로 르네상스’는 빛보다 그림자가 더 짙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거점 시설들이 곳곳에 들어섰지만, 지금은 이용하는 주민이 거의 없고 건물만 덩그러니 남은 상태다. 산복도로 일대에는 공·폐가가 꾸준히 늘어난 반면 20~30대 젊은 인구는 일자리를 찾아 떠나 버렸다. 소위 도시재생 사업이 산복도로의 겉모습을 바꾸어 놓았지만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포스트 산복도로 르네상스’ 사업은 산복도로에 조성된 거점시설과 커뮤니티시설의 운영·관리 실태 조사에서 시작하는 것이 마땅하다. 르네상스 사업 전체 점검으로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 지속성과 자생력을 마련해야 한다.

주지하듯이 산복도로는 부산의 도시 공간을 산복도로 위와 아래라는 수직적 형태로 구획하고 있다. ‘걷기 좋은 산복도로’는 총 20km에 달하는 원도심의 산복도로를 모두 연결하는 사업이라고 한다. 중앙로·가야대로 등의 저지대 간선도로망을 수직으로 연결하는 사업도 같이 추진된다. 이처럼 산복도로가 단절된 구간도 없고, 수직으로도 더욱 잘 연결한다면 산복도로를 통한 이동 편의성이 크게 증진될 수밖에 없다. 또 2021년 중구 대청동과 영주동 산복도로 1.2km 구간에서 열린 ‘빛의 거리’ 축제는 산복도로의 새로운 가능성을 선보였다. 5개 구청이 산복도로 축제를 함께 개최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산복도로 협의체는 아무래도 주로 산복도로 고도 제한 문제에 공동 대응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뭉친 것으로 보인다. 산복도로를 품은 동·중·서구청의 자체 고도 제한 해제 용역이 최근 모두 마무리됐는데, 대부분 지구에서 고도 제한을 해제하는 게 타당하다는 결론이 공통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산시가 고도 제한을 일률적으로 해제하면 난개발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북항재개발로 일부 구간 조망권이 사라졌다고 하지만 아직은 전체적으로 산복도로 경관이 유지되는 곳이 더 많지 않은가. 산복도로는 개발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부산다움을 상징하는 보존해야 할 지역이다. 난개발로 이어질 획일적 고도 제한 해제가 되어서는 안 된다. 도시재생의 관점에서 개발과 보존을 조화시키려는 고민과 논의가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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