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산업안전보건 선진국 도약 위한 노사정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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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필 고용노동부 부산지방고용노동청장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 정도에 비해 산업안전보건 수준은 매우 낮다. 근로자 1만 명당 산재 사고 사망자 수의 비율인 사고사망만인율은 2022년 현재 0.43‱(퍼밀리아드·10000분의 1)이다. 이는 독일·일본의 1990년대 수준이고, 8년째 0.4~0.5‱ 수준에서 정체돼 있어 OECD 38개국 중 34위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산업 현장에서 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874명이고, 이는 하루 평균 2~3명이 일터에서 생명을 잃고 있다는 의미이다.

헌법 제34조 제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헌법 정신을 구현하고 우리나라 산업안전보건의 현 주소를 감안해 정부는 2022년 11월 30일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로드맵의 목표는 2026년까지 사고사망만인율을 OECD 평균인 0.29‱로 낮추는 것이고, 그 핵심 내용은 참여와 협력 기반의 ‘자기규율 예방체계(Self Regulation)’로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것이다.

규제와 처벌 중심의 정부의 노력만으로는 더 이상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어렵고, 현장을 가장 잘 아는 노사가 함께 유해·위험 요인을 점검해 개선하는 ‘위험성 평가’가 확산되고, 정착되어야 효과적으로 중대재해가 감축될 수 있다는 의미이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의 80% 이상에서 유해·위험 요인 확인·개선 업무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조항(법 제4조 제1항 제1호 및 시행령 제4조 3호) 위반이 포함되어 있다는 현실을 감안하면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이 방향을 제대로 잡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고용노동부는 위험성 평가 제도가 현장에서 실효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위험성 평가 지침을 개정해 올해 5월 22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주요 내용은 위험성의 빈도·강도를 계량적으로 산출하지 않아도 위험성 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체크리스트·OPS 등 쉽고 간편한 평가 기법을 개발·보급한다는 것이다. 또 상시 평가 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위험성 평가의 전 과정에 근로자들의 참여를 보장하고, 위험성 평가 결과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작업 전 점검회의(TBM) 등을 통해 근로자와 공유하도록 하는 것이다.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노사정이 합심해야 한다. 사용자는 기업 특성에 맞는 안전보건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기업 구성원들이 각자의 지위와 역할에 적합한 책임과 의무를 분담하도록 하며, 노조·안전보건관리자·전문가 등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근로자는 안전보건수칙·절차를 철저히 준수하는 것은 물론 산업 현장의 유해·위험 요인 발굴에 적극 나서고 개선 사항을 적극적으로 건의하며, 사업주의 안전보건 활동에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정부도 안전보건법령을 현실 적합성이 있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안전보건 역량이 취약한 중소기업 등을 위한 재해 예방 프로그램을 개발·보급하는 한편, 법 위반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위와 같은 노사정의 노력은 안전문화 확산과 병행되면 더욱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지난 3월부터 전국 39개 지역에 안전문화실천추진단을 구성해 캠페인, 안전 점검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안전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올해부터 기존의 산업안전보건 강조 주간을 격상해 7월 한 달을 ‘산업안전보건의 달’로 정해 전국적으로 산업안전 관련 각종 세미나, 안전문화 캠페인, 안전 체험 행사 등 다양한 행사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모든 노력들이 어우러져서 산업안전보건 선진국으로의 도약이 좀 더 앞당겨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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