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에 줄줄이 코 꿰인 여야… 8명은 이해충돌 소지도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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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11명 “거래 경험” 신고
권영세·김홍걸 구매액 10억 넘어
징계 대상 의원 늘어날 가능성도
수세 몰린 민주 반격 태세로 전환
국힘 “김남국 사태 물타기 안 돼”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며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무소속 김남국 의원이 지난 1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 참석하며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김남국 의원이 촉발한 국회의원의 가상자산(코인) 보유 논란이 여야 전체로 확산하고 있다. 김 의원 사건을 계기로 국회가 전체 의원을 대상으로 코인 보유 현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코인 거래 경험이 있다고 자진 신고한 여야 의원 11명 중 상당수가 ‘이해 충돌’ 소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윤리심사자문위원회가 김 의원 ‘제명’을 권고한 상황에서 징계 대상 의원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4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윤리특위 윤리심사자문위에 가상자산 거래 사실이 있다고 자진 신고한 의원은 국민의힘에선 현 통일부 장관인 권영세 의원과 김정재·이양수·유경준·이종성 의원 등 5명이, 민주당에선 김상희·김홍걸·전용기 의원 등 3명이 각각 포함됐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 김남국·황보승희 무소속 의원도 이름을 올렸다.

자문위는 거래 누적 총액이 10억 원이 넘는 의원이 2명이고, 8명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이 중 권 의원과 김홍걸 의원은 21대 국회 기간인 3년간 각각 400회 이상, 100회 이상 가상자산 거래를 했고, 코인 구매 누적 액수도 1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누적 구매 금액은 초기 투자 금액을 포함해 거래 과정에서 매수 금액을 모든 합친 개념이다.

권 의원은 “중간에 매도한 부분을 따지면 보유 규모가 최대일 때가 4000만 원 근처”라며 자문위 설명에 오해를 부를 소지가 있다고 항변했고, 김 의원 역시 “1억 5000만 원을 투자했다가 올해 초 90% 이상 큰 손실을 보고 모두 매각했다”며 코인 거래를 큰 수익을 남긴 김남국 의원 사례와 자신들과는 크게 다르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김 의원 제명 권고의 주된 이유가 투자 액수보다는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 중 잦은 거래로 국회법상 품위 유지 의무 위반, 의원 윤리강령상 성실의무 및 사익 추구 금지라는 점에서 구체적인 거래 행태가 밝혀질 경우 추가적인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야 의원들의 코인 보유 현황이 드러나자 그동안 수세에 몰렸던 민주당이 대여 공세에 나섰다. 윤석열 정부 국무위원인 권 의원이 집중 타깃이 됐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권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할 것을 국민의힘에 요청한다”며 “이해충돌 부분도 있고 업무시간에 거래했다는 보도도 있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다 종합해서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여야가 검토 중인 국민권익위원회의 가상자산 보유 관련 전수조사까지 여당에 압박할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자진 신고로 드러난 의원들의 가상자산 보유가 ‘김남국 사태’의 물타기가 돼서는 안 된다는 입장으로 맞섰다.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문제가 있다면 (김남국 의원과) 똑같은 방식의 도덕적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면서도 “김 의원의 특수한 과정들은 보편적인 일반화와 같이 섞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는 민주당의 전수조사 요구와 관련, “민주당에서 하자고 하면 못할 이유는 없다”면서 “윤리자문위가 통보하면 사안을 보고 소명이 필요한 경우 들어보고, 내용이 심각하면 당 차원에서 (조치를)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수의 여야 의원이 코인 거래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되면서 김남국 의원 징계도 속도를 내기 어렵게 됐다는 전망이 나온다. 추가 조사 등에서 김 의원의 행태와 유사한 사례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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