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디폴트’ 겨우 넘기더니 이제 ‘셧다운’ 위기 봉착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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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하원 예산 법안 처리 올스톱
오는 10월 시한 전 완료 불투명
이대로면 정부 업무 마비 초래
상원에선 초당적 협력 분위기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AP연합뉴스 민주당 조 바이든 대통령. AP연합뉴스

지난달 부채 한도를 극적으로 상향해 디폴트(채무불이행·국가 부도)를 모면한 미국 정부가 이번에는 정부의 기능 정지를 의미하는 ‘셧다운’을 맞을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 등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국가 파산 사태를 코앞에 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 소속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이 합의한 정부 지출 상한에 대한 이견으로 의회의 정부 예산법안 처리가 늦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당시 합의 내용은 부채 한도를 2년간 상향하는 대신 정부의 2024년과 2025년 회계연도 비 국방 지출을 2023 회계연도 수준으로 동결하는 상한을 설정했다.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사실상 축소라는 평가가 나왔다.

양 측은 당시 지출 총액에만 합의했고 세부 예산은 매년 의회가 처리하는 12개의 세출법안을 통해 결정된다. 12개 세출법안 결정은 2024 회계연도가 시작하는 오는 10월 1일 전에 완료돼야 한다. 10월 1일 전에 끝나지 않으면 당장 10월부터 공무원에게 월급을 줄 돈이 없어 필수 기능을 제외한 정부 업무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회는 현재 12개 세출법안 중 단 하나도 처리하지 못했다. 가장 큰 난관은 하원의 공화당 강경파가 정부 지출을 부채 한도 합의에 명시한 상한보다 더 줄여 2022년 회계연도 수준으로 돌려놓으려고 한다는 점이다. 특히 민주당이 중요하게 여기는 예산을 표적으로 삼고 있어 민주당 반대도 거세다.


공화당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AFP연합뉴스 공화당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 AFP연합뉴스

하원 공화당 내에도 이견이 있다. 경합주를 지역구로 둔 온건파 의원들은 내년 선거를 의식해 강경파의 요구를 수용하기가 쉽지 않다고 폴리티코는 분석했다. 특히 참전용사, 농민, 성소수자, 이민자 등과 관련돼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가능성이 큰 예산을 건드릴 경우 민주당이 공격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이에 매카시 의장은 이번 주에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보훈부와 군사·건설, 농업, 지방 발전, 식품의약국(FDA) 등의 예산을 다루는 세출법안 2건을 하원 본회의에 상정할 전망이다. 하원은 공화당이 다수당이라 이탈표가 없으면 민주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통과가 가능하다.

그러나 백악관은 벌써 비토(대통령의 법안 서명 거부) 입장을 밝히고 있다. 백악관은 이날 낸 성명에서 매카시 의장이 합의를 지키지 않는다고 비판하며 대통령은 하원 공화당이 추진하는 군사·건설과 보훈 관련 세출법안이 의회를 통과하더라도 서명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농업·보건 관련 세출법안에 대해서도 보건과 성소수자 안전에 해가 되고, 기후변화 대응 예산을 삭감한다는 이유로 비토할 방침이다. 세출법안은 상원과 하원에서 각각 의결한 뒤 병합해서 단일안을 도출하는 데 상원의 기류는 하원과 달리 초당적이고 협력적인 편이다.

상원 세출위원회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이 부채 한도 합의의 상한을 초과하는 규모의 예산안 처리에 합의하기로 했다고 정치매체 더힐은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패티 머리 상원 세출위원장(민주·워싱턴)은 지난 20일 공화당 간사인 수잰 콜린스 의원과 137억 달러 규모의 추가 긴급 예산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상·하원의 기류가 다른 만큼 단일안을 도출하는 데도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편 미국은 지난 5월 워싱턴 정가에서 부채 상한을 둘러싼 협상이 최종 타결되면서 디폴트라는 대재앙을 가까스로 피했다.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과 공화당의 매카시 하원 의장은 지난 5월 28일 부채상한을 인상하는 초당적 합의안을 최종 도출했다. 합의는 현재 31조 4000억 달러인 부채상한을 2년 동안 유예하되 비국방부문의 정부지출 증액을 1%대로 낮추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선언했으며, 매카시 의장도 "역사적 승리"라고 화답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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