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엑스포 유치 사활 거는데… 국토부는 네옴시티 홍보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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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과 경쟁하는 사우디 알리는
‘네옴시티 전시회’ 아시아 첫 개최
범정부 부산 유치전과 완전 엇박자
“경쟁국 핵심 전략 대리 홍보한 꼴”
‘사우디 거래설’ 재부각 우려도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네옴 전시회 로드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2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네옴 전시회 로드쇼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국 선정을 4개월여 앞두고 국토교통부가 최대 경쟁국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엑스포’의 핵심 마케팅 전략으로 이용되는 ‘네옴시티’를 대대적으로 홍보하고 나섰다. 원희룡 장관을 비롯한 국토부는 사우디와 아시아 최초의 ‘네옴시티 전시회’를 열고 관련 행사 여러 개를 마련했다. 아이러니하게도 2030엑스포 유치전에서 부산과 치열하게 경쟁을 벌이는 리야드의 홍보 전략을 알리는 최일선에 국토부가 앞장선 꼴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일선에 선 치열한 범정부 유치전 속에 국토부의 ‘엇박자 행보’는 유치 총력전을 무색하게 하는 행태라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정치권과 국토부 등에 따르면 국토부는 사우디 네옴시티 개발을 주도하는 업체인 네옴과 24~25일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디스커버 네옴 투어 △국토부X네옴 로드쇼 △전시 개막식 행사 등을 진행했다. 26일부터 내달 3일까지는 서울 DDP에서 사우디 네옴시티의 비전을 보여주는 전시회가 일반 시민에게 공개된다. 네옴시티를 구성하는 더 라인(The Line), 옥사곤, 트로제나, 신달라 등 사우디 네옴시티 주요 프로젝트 홍보가 골자다.

이들 행사는 아시아 최초의 네옴시티 관련 전시 이벤트다. 국내 기업의 네옴시티 수주와 파트너십 체결, 투자 유치 기회 제공 차원으로 마련됐다는 게 국토부 설명이다. 국토부는 앞서 네옴 전시회 입장 예약을 받는 등 전시회 홍보에 앞장섰다. 국토부는 네옴시티 전시회 사전 등록 인원이 24일 기준 4000명을 넘겼다는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리야드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사우디는 2030엑스포 유치전에서 한국의 최대 경쟁국이다. 이런 사우디가 2030엑스포 유치를 위해 내세우는 핵심 홍보 전략이 바로 네옴시티 개발이다. 사우디는 지난 4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에서도 네옴시티를 앞세워 사우디 발전과 리야드 엑스포의 비전을 강조했다.

국토부에서는 원 장관까지 나서서 네옴시티 홍보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보였다. 원 장관은 이번 행사에서 “전시회는 혁신적인 네옴 프로젝트를 한국에 알리고, 네옴과 한국기업·정부 간 상생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강조했다. 이어 “네옴과 원팀코리아 기업이 로드쇼 등 네트워킹 기회에 주고받은 영감이 프로젝트 성공에 기여하길 바라며, 양국 간 오랜 협력이 한 차원 더 강화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국내 기업을 돕기 위한 네옴 사업 수주 지원도 중요하지만 이번 행사 개최 시기나 방법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범정부 차원에서 막바지 엑스포 유치전이 치열하게 펼쳐지는 상황인 데다, 사우디와 한국 두 나라는 서로 전략을 탐색하고 숨겨가면서 물밑 외교전을 펼치는 관계라는 점 때문이다. 사우디가 네옴시티를 빌미로 BIE 회원국에 접근하고 있는데, 한국 정부 부처가 되레 이를 홍보하는 모양새도 이상해 보인다.

이번 일로 ‘부산·사우디 거래설’이 재차 부각할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말 빈살만 사우디 왕세자 방한 이후 사우디 사업 수주와 엑스포를 거래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곤혹을 치르기도 했다. 이런 시선은 최근 윤 대통령이 직접 BIE 총회 때 프레젠테이션 연사로 나서면서 어느 정도 불식됐으나 국토부의 헛발질로 의혹설이 재부각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산 국회의원은 “윤 대통령을 필두로 민관정이 모두 엑스포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는데, 국토부가 나서서 리야드 엑스포의 핵심 무기인 네옴시티를 대리 홍보 해주는 꼴”이라며 “엑스포 유치국 결정이 코앞에 다가온 만큼, 정부 각 부처는 엑스포 유치에 더욱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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