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배 교육 기회 보장” 팔 걷고 나선 선배들 [고맙습니다, 선배님!]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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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소득 따른 교육 격차 해소
선후배 간 네트워크 형성 기대

대학생 이은지(22·가명·북구) 씨는 고등학생 시절 교육 격차를 크게 실감했다고 한다. 다른 학생들은 방학이 되면 학원에서 선행 학습을 받고 왔지만 넉넉하지 못한 환경이던 이 씨는 학교 외 교육을 따로 받을 수 없었다. 급우들은 선행 학습을 해 학교 수업시간에 기초부터 천천히 설명하면 지겨워했다. 교사도 이를 의식해 기초 설명을 건너뛰는 경우가 있었다. 이 씨는 밤잠을 줄여가며 친구에게서 문제집을 빌려 공부해야 했다. 이 씨는 “해를 거듭할수록 교육 격차는 심해졌고, 이를 해소할 방법이 필요하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사교육비가 증가하면서 소득에 따른 격차마저 벌어지고 있다. 부산에서도 지역과 소득에 따른 교육 기회 격차가 심해져 공교육 강화와 교육 소외 계층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사교육비는 26조 원에 달했다. 2007년 조사 시작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산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사교육 참여율은 78.7%로 역대 최고치였다. 지난해 사교육에 참여한 부산의 전체 초중고교생을 기준으로 한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0만 2000원으로 처음으로 50만 원을 넘어섰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교육 축소로 학력 격차 우려가 커지면서 사교육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학생들은 교육 격차를 더 크게 느낀다고 한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장학사업 대상자인 김지환(17·가명·사하구) 군은 “요즘은 따로 공부하지 않으면 다른 학생에게 금방 뒤처진다”며 “정말 열심히 학교 수업을 듣고 혼자 공부하지만 마음처럼 쉽지 않다”고 말했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부산본부는 저소득층 학생의 이 같은 어려움을 생생하게 전해 들었다. 이에 어린이재단 부산본부는 교육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다 모교 지원 프로젝트 ‘고맙습니다, 선배님!’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재단은 지난해 부산의 저소득층 학생에게 약 10억 원을 지원했는데 이를 더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어린이재단 부산본부에서 처음 시도하는 모교 지원 프로젝트는 지역과 소득에 따른 교육 격차 해소가 목표여서 더 많은 학생이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또 모교 선배가 후배에게 교육 기회를 보장해 주기 위해 팔을 걷고 나서면 선후배 간 네트워크 형성과 학교의 장기적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재단은 기대한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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