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병원 파업 장기화…❶비정규직 직고용 ❷불법의료 근절 ❸인력 충원서 노사 ‘평행선’ [이슈 추적, 왜?]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이슈 추적, 왜?] 부산대병원 파업 장기화

병원 측 3가지 명확한 약속 없어
노조 파업 풀 수 없다는 입장 고수
부당 노동 성토 ‘집중 투쟁’ 계획

지난 25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에서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 지부가 총파업 13일 차 출정식과 ‘불법의료 증언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난 25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에서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 지부가 총파업 13일 차 출정식과 ‘불법의료 증언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대병원 파업이 2주째 이어지고 있다. 보건의료노조 총파업 이후 독자 파업을 이어가던 고려대의료원은 26일 파업을 풀었지만, 부산대병원 노조는 병원 측의 명확한 약속을 듣기 전까지 파업을 풀 수 없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더 나아가 양산부산대병원이 부당 노동행위를 하고 있다며, 집중 투쟁 계획까지 밝히고 나섰다.

부산대병원 파업은 3가지 쟁점사항이 있다. 이중 노사의 주장이 가장 극명하게 갈리는 부분은 ‘비정규직의 직고용’ 문제다. 노조는 현재 용역업체에 소속된 미화·시설·주차·경비 등 직원 501명을 병원이 직고용하라고 주장한다. 노조는 14개 국립대병원 중 부산대병원을 제외한 13개 병원이 모두 비정규직을 직고용했다며 병원 측에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는 것.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이사회 결정에 따라, 설문조사를 통해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제84차 임시이사회에서는 ‘병원은 노사 협의에 임함에 있어 협의 전에 전환 대상 근로자, 병원 구성원 등 이해당사자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치되, 의견 수렴 이후에는 별도의 동의 절차를 밟지 않기로 한다. 의견 수렴은 설문조사, 공청회, 설명회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하며, 전 직원 투표 방식은 제외하기로 한다’고 결정했다. 병원 측은 지난 22일 열린 교섭에서 노조 측에 노사가 함께 설문조사 문항을 구성해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8월 말까지는 전환 방식에 대해 매듭을 짓자고 제안했다.

노조는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우선 추가 의견수렴 절차가 필요치 않다고 주장한다. 2019년 정규직 전환 문제와 관련한 직원 공청회가 있었고, 올해는 이들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며 4000여 명이 넘는 직원들이 파업까지 돌입했는데 더 이상 무슨 의견수렴이 필요하냐는 것이다. 또 8월 말까지 기다릴 수 없으며 파업을 풀고 나면 약속이 흐지부지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문미철 부산대병원 노조 지부장은 “병원에서는 파업을 풀고 논의를 하자고 하는데, 파업을 풀고 나면 또 바쁘다는 핑계로 해결이 안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설문 항목 작성에 노조 참여를 보장한다는데, 이 역시도 노사 합의가 안 됐기 때문에 설문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핑계를 대면 결국 설문 조차 못하고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외에도 불법의료 근절과 인력 충원을 요구하고 있다. 불법의료 근절에 대해 병원 측은 ‘준법의료 TF’를 통해 근절해 나가겠다고 밝혔지만, 노조는 이 같은 선언적 약속으로는 부족하는 입장이다. 노조는 단협 내용에 부당한 지시 등 불법의료행위를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처벌한다는 내용까지 적어야 한다고 사측에 요구했다. 병원 측은 이 같은 요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비정상적인 의료 행위 등을 근절해나가야 한다는 취지에는 병원도 공감하지만, 이에 대한 처벌 사항까지 임단협에 명시할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인력 충원 문제도 임단협에 구체화하는 것을 놓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165명에 대한 인력 충원을 요구했고, 간호사와 환자 대 비율을 1대 5로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몇 명을 충원하겠다라는 구체적인 언급도 없이 ‘노력하겠다’는 말 뿐이다. 그 말만 믿고 어떻게 파업을 풀 수 있느냐”고 말했다. 병원 측은 “간호간병통합 등 정책과 관련해서 몇 명의 인력이 추가로 필요할지 정부의 지침이 아직 확정된 바 없다. 병원은 지침에 맞춰 최대한 인력 충원을 위해 노력할 건데, 노조는 당장 몇 명인지, 비율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정하라고 한다. 병원에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파업이 장기화되면서 소아환자, 암 환자 등의 고통이 길어지자 일부 병동이라도 정상화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노조는 이 역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노조 관계자는 “응급실, 중환자실 등 필수의료시설에 이미 300~400명의 간호사가 근무하고 있다. 병원에서 환자를 앞세워서 계속 더 보내달라고 말하는데, 그렇게 치면 급하지 않은 과가 어디있나. 진정으로 파업을 끝내고 싶다면 하루 빨리 교섭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병원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대병원 김창원 진료부원장은 “고려대의료원마저 파업을 풀고 환자의 곁으로 다시 돌아왔다. 부산대병원도 하루 빨리 파업을 풀고 환자의 곁으로 돌아와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