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수단이었던 밀수, 선 넘었을 때 벌어지는 일 담아”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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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개봉 ‘밀수’ 류승완 감독

옛 해녀 밀수 가담 기록서 출발
“지금 밀수와는 취급 물품 달라”
사회적 금기 심하던 1970년대
벗어나려는 개인 모습에 흥미”

류승완 감독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밀수’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승완 감독이 지난 18일 서울 용산구 CGV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밀수’ 언론시사회와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화 ‘베를린’ ‘베테랑’ ‘모가디슈’ 등으로 부일영화상을 거머쥐었던 류승완 감독이 신작을 들고 여름 극장가에 출격한다. 26일 개봉한 영화 ‘밀수’다. 여름 영화답게 시원한 바다와 수중 장면이 스크린에 가득하다. 관객을 만나고 있는 류 감독을 지난 26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는 물질을 하며 생업을 잇던 해녀들이 밀수에 가담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시작은 1970년대 전북 군산 지역 해녀들이 밀수에 가담했다는 짧은 기록에서였다. 류승완 감독은 “흥미로운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며 “매거진에서 부산 지역에서 활동하던 여성 밀수단 이야기를 본 적도 있다”고 했다. 그는 “당시의 밀수와 지금의 밀수는 취급하는 물건이 다르다”면서 “예전에는 미제 카라멜, 바나나, 일제 소니 전축, 워크맨, 양담배 같은 게 모두 밀수품이었다”고 했다. 이어 “당시엔 밀수가 먹고 살기 위한 수단이었을 수 있다”면서 “그게 선을 넘었을 때 벌어지는 일을 담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영화 ‘밀수’ 스틸 컷. NEW 제공 영화 ‘밀수’ 스틸 컷. NEW 제공

스크린 가득 펼쳐지는 광활한 바다와 해초가 수 놓인 수중 장면은 보는 것만으로 더위를 잊게 한다. 해녀로 변신한 배우 김혜수, 염정아 등이 바닷속에서 수중 액션을 펼치는 걸 보는 건 덤이다. 류 감독은 “바다에서 촬영할 수 있는 날이 1년에 얼마 안 되더라”며 “배가 가는 장면은 모두 바다에서 찍었고, 수중 장면도 잘 만들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김혜수 씨는 물 공포증이 있었고 염정아 씨는 수영을 아예 못했었는데 수중 장면을 너무 훌륭하게 잘해줬다”고 배우들에게 고마워했다. “해녀들은 물론이고 권상사를 연기한 조인성 씨의 매력에 빠졌어요. 장도리 역의 박정민 씨 연기를 보고 잘해서 충격을 받기도 했고요.”

시대 배경이 1970년대인 만큼 당시의 패션과 문화, 노래도 가득해 볼거리를 더한다. 류 감독은 “내가 기억하는 70년대는 멋있는 시대”라며 “넓은 카라 옷과 나팔바지를 입고 헤어 스타일도 자유분방했던 때였다”고 회상했다. 그는 “미니스커트 길이를 줄자로 재거나 장발을 단속하는 등 사회적 금기가 심하던 시절”이라며 “개인은 거기에서 벗어나려고 하는 모습들이 내겐 흥미로웠다”고 했다. 이어 “그때 어린 시절을 보내서 그런지 그 시절 모든 것들이 안락하고 좋고 편하게 기억된다”고 말했다.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 ‘연안부두’ 등 70년대 유행했던 대중 가요 11곡을 넣었어요. 여기에 청량한 물속 사운드는 여름의 분위기를 끌어 올려줄 겁니다.”

류승완 감독. NEW 제공 류승완 감독. NEW 제공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많은 영화인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리즈 제작에 도전해왔다. 콘텐츠 산업의 유통 방식과 콘텐츠 형식, 소비문화가 급격히 달라지고 있어서다. 류 감독은 “코로나 시국을 거치면서 영화 개념 자체가 많이 바뀐 것 같다”며 “저는 옛날 사람이라 그런지 거대한 스크린과 음향 시설이 설치된 곳에서 여러 사람이 같이 보며 그 공기를 함께 느끼는 게 영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시대가 변하고 있는 만큼 장기적으로 극장이라는 공간이 큰 변화를 맞을 것 같다”면서 “극장용 상업 영화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다”고 봤다. “OTT 콘텐츠 제작 제안도 있었어요. 그때 제가 걸었던 조건은 전 세계 공개보단 최소 2주간의 극장 상영이었죠. 그랬더니 그다음엔 말이 없더라고요. 하하. 창작자는 자유로움이 생명인데 앞으로도 그걸 유지하면서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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