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에코델타시티 이름값 하려면 수질정화부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서낙동강 오염토 제거 공사 ‘하세월’
공법 교체 포함 속히 대책 마련해야

수질 개선 사업이 느리게 진행되는 서낙동강 일원. 부산일보DB 수질 개선 사업이 느리게 진행되는 서낙동강 일원. 부산일보DB

서낙동강 일대 수질 개선 사업이 시작부터 표류하면서 부산의 미래인 에코델타시티까지 흔들리고 있다. 서낙동강의 지류인 평강천의 오염토 제거 작업은 수질 개선 첫 사업으로 2021년 12월부터 시작됐다. 벌써 1년 7개월이 지났지만 실제 작업일은 한 달 남짓이고, 공정률도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작업이 너무 늦어지니 당초 목표였던 2024년 말 준공도 불투명해지고 말았다. 에코델타시티를 관통하는 평강천은 3~4등급 수질로 오염 정도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다른 대책을 총동원해도 오염토 제거가 없으면 제대로 된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한다. 서낙동강 수질 개선의 첫 단추이자 필수 조건인 평강지구 정비사업이 기로에 선 것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하천 준설 작업에서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탈수 과정 없이 자연건조 방식으로 사업이 설계된 것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특이하게도 이 사업은 진흙 형태의 준설토를 햇빛에 건조시킨 뒤 반출하는 자연건조 방식을 채택했다. 그런데 막상 해 보니 예상보다 훨씬 긴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햇빛에 의존하는 건조 방식은 장마 같은 기상 변수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철새 도래지라 매년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공사가 금지된다. 유사한 공사에서 탈수 과정이 빠진 건 국내에서 전례가 없다는데 왜 이런 방식을 채택했는지 모르겠다. 오죽하면 시공사가 시험 준설의 효율성이 예상치의 절반에도 한참 못 미치는 것을 보고 뒤늦게 공식적으로 환경청에 설계 변경을 요구했을까.

그런데 당초 사업 주체였던 부산지방국토청의 실시설계 용역에는 자연건조 전 준설토에서 수분을 상당 부분 제거하는 탈수 공정이 포함돼 있었다고 한다. 당시 국토청은 전체 사업비를 190억 원 상당으로 추정하고, 2021년 6월 한 업체로부터 사업비 168억 원 상당의 설계까지 제출받았다. 그랬던 국토청이 그해 11월 사업비 88억 원에 공사를 발주하면서 탈수공정을 설계에서 빼 버렸다니 상식적이지 않다. 10억 원의 용역비를 써서 실시설계까지 한 공사인데, 어떤 이유로 발주 직전에 사업비를 절반 넘게 줄였다는 말인가.

이듬해 1월부터 물관리 일원화 정책에 따라 사업 관리권이 국토청에서 낙동강유역환경청으로 넘어간 것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관련 기관들이 기술 검토가 미진한 상태에서 사업비를 아끼려고 무리수를 둔 결과가 아닌가. 평강천 하리지구 등 다른 정비 사업에도 같은 공법이 적용되면 마찬가지로 공사 기간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우려스럽다. 당초 환경부는 서낙동강 수질을 2급수로 만들어야만 에코델타시티 사업 시행을 승인하겠다고 했다. 에코델타시티라는 이름값을 하려면 수질정화가 기본이다. 국가사업인 에코델타시티의 2025년 입주에 차질이 없도록 한국수자원공사, 부산시, 부산도시공사가 머리를 맞대고 공법 변경 등 대책을 즉각 마련해야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