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2곳, BIFC 추가 입주하지만 ‘빛 좋은 개살구’ 될라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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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이비손보중개·라이나원
부산시 “‘디 스페이스’에 유치”
상주 직원 규모 2~5명 내외 전망
금융 활성화 기여엔 턱없이 부족
기존 입주 3개사도 사무실 ‘텅텅’
“단기 성과보다 내실화 필요” 주문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63층 디 스페이스에 2022년 7월 입주한 홍콩 BMI그룹(왼쪽)과 이스라엘계 요즈마그룹 코리아 사무실이 31일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부산 남구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63층 디 스페이스에 2022년 7월 입주한 홍콩 BMI그룹(왼쪽)과 이스라엘계 요즈마그룹 코리아 사무실이 31일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닫혀 있다.

부산시는 31일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63층 ‘디 스페이스’에 해외 보험 관련 한국 계열사 2곳을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디 스페이스에 입주한 외국계 기업은 총 5곳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지역의 시선은 곱지만은 않다. 기존 입주사들에 이어 이번에도 직원 규모는 5명 이하 수준인 만큼, 입주 1년이 넘도록 아직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앞선 기업들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시는 이날 BIFC 디 스페이스에 영국계 유아이비손해보험중개와 미국계 라이나원 2개 사를 유치했다고 전했다. 유아이비손해보험중개는 보험 자문 전문 업체 영국 유아이비 그룹의 한국 계열사로 국내 기업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해상보험과 컨소시엄을 꾸리고 부산소재 해양·기간산업 기업을 대상으로 각종 위험에 대한 안전관리와 이와 연계된 필수적인 보험 상품공급과 전문적인 자문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특히 국내 기업들과 제휴를 맺고 기업에 필요한 보험 상품을 디지털화할 계획이라는 게 부산시 설명이다.

라이나원은 세계 최대 상장 보험회사 미국 처브 그룹의 한국 계열사다. 부산시는 차브 그룹이 가진 국제적 디지털 역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부산지역 은행, 금융기술 업체 등과 기업·개인 대상 보험의 디지털화를 통해 보험정보기술 시장을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박형준 부산시장은 “부산은 부산국제금융센터 개발을 통한 금융 기반 조성, 1차 금융공공기관 이전, 금융 전문인력 양성, 블록체인·디지털 기반의 신성장 동력 발굴 등 금융도시로서의 기반을 갖추어 가고 있다”며 “두 기업이 부산에 자리 잡게 된 것을 환영하며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부산을 찾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같은 소식에도 지역 반응은 미적지근하다. 당초 1호 BIFC 디 스페이스 유치 기업을 공개했던 2020년 당시 부산시는 현재 입주해 있는 △증권·자산관리·펀드·컨설팅 전문기업인 ‘BMI 그룹’ △미국계 글로벌 금융기관인 ‘한국씨티은행’ △벤처기업 육성 전문기업인 이스라엘의 ‘요즈마그룹 코리아’ 3곳 외에 △투자·자산관리·M&A 전문기업인 ‘GBR 캐피탈’ △투자·자산관리·세무 전문기업인 ‘윈섬 그룹’ △세계적 블록체인 전문기업인 ‘후오비 인도네시아’ 등도 유치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GBR 캐피탈, 윈섬 그룹, 후오비 인도네시아 등은 입주 계획을 철회했다. 이에 이번에도 이들 2곳이 실제 입주로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또한 신규 유치 기업 직원 규모도 미미하다. 부산시 관계자는 라이나원 2명, 유아이비손해보험중개 5명 내외가 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시 ‘BIFC 근무 환경 자료’에 따르면, BMI 그룹, 한국씨티은행, 요즈마그룹 코리아 3곳의 근무 인원이 각 2명씩인데 이와 별 차이가 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부산시와의 협업은 물론 금융 산업 활성화에 기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인원이라는 지적이 인다. 특히 기존 입주 기업들이 투자 결정 등 가시적 성과를 보여오지 않았다는 점도 지역 금융권이 이들에 큰 기대를 걸지 않는 이유 중 하나다.

이날 〈부산일보〉가 직접 BIFC 63층 디 스페이스에 방문한 결과, 한국씨티은행을 제외한 2곳의 사무실은 불이 꺼진 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한 곳 마저도 불만 켜져 있을 뿐 직원을 만날 수 없었다.

이에 지역에서는 단순히 기업을 유치하는 데 치중하기 보다는 금융중심지로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부경대 이유태 경영학부 교수는 “부산이 금융중심지를 추진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경제 활성화”라며 “하지만 현재 소규모에 그친 해외 기관 유치로는 효과를 보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단기간 성과보다는 내실화에 방점을 찍고 부산시가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KDB산업은행 이전이 조속히 이뤄질 경우 해외 기관 유치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산업은행의 경우 국내 기업 투자를 중심으로 하지만 지역 산업 생태계 활성화로 부산에 대한 해외 기관의 관심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글·사진=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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