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형찬 도편수·태용종합건설 대표 “전통 건축물 맥 이어가며 세련된 감각·내구성까지 반영”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대목수·드잡이공 등 3개 공인자격증
부울경 첫 ‘대목장’ 인간문화재 기대
장학재단 만들어 후학 양성도 계획

“전통 건축물을 만드는 일은 또 하나의 나를 만들어가는 고된 과정입니다.”

사찰과 한옥 등 전통 건축물 공사의 총괄 책임자인 도편수로 30년 가까이 활동하고 있는 이형찬(53) 태용종합건설 대표는 “전통의 맥을 이어면서도 세련된 감각, 거기다 내구성까지 모두 건축물에 쏟아붓는 일”이 그의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인천 백령도가 고향인 이 대표는 일곱살 때 선박 기관장이던 아버지를 따라 부산으로 와 부산·울산·경남은 물론 전국을 대상으로 문화재 수리·복원, 전통 건축물 축조 등을 해왔다. 이 대표는 문화재청이 관할하는 공인자격증인 문화재수리기능사이다. 그 중에서도 대목수, 드잡이공, 목재등급평가사 등 3개 공인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대목수는 건축물의 주요 구조체를 축조하는 우두머리 목수를 말한다. 드잡이는 내려앉거나 기울어진 건조물의 뒤틀림, 기울임 또는 파손된 부분을 바로잡고 원형에 맞게 복원하는 기능이다.


이 대표는 조각을 하는 형 옆에서 자연스럽게 목공일을 접하게 됐는데, 부산 서구 대신동 내원정사의 법당을 수리하는 대목수의 작업을 지켜보면서 도편수 일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서울 은평구 한옥마을,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제주도 등 전국 곳곳에 땀과 열정을 쏟아부은 그의 전통 건축물이 있다.

1~2년에 이르는 시공 기간 가운데 3분의 2 정도의 시간은 현장에 상주하면서 건축주(주로 스님들이나 한옥 주인)들의 요구를 설계나 작업에 반영해야 하는 힘든 과정이다. 요즘은 CAD(컴퓨터 지원 설계 프로그램)를 이용해 기본 설계를 한 뒤 이를 건축 사무소에 넘겨 본 설계도를 제작한다고 한다. 자신이 기본 설계를 직접 하지 않으면 전통 건축물만의 특성과 사용자들의 필요를 제대로 구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금은 공구도 좋고, 용도에 맞는 목재를 구해 쉽게 가공할 수 있지만, 예전에는 작업 환경이 열악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면서 “그럼에도 전통 건축물을 예술로까지 승화시킨 선배 도편수들에게 존경심이 저절로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손을 거쳐 탄생한 전통 건축물 가운데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 원오사 삼상각, 기장군 철마면 보림사 영산전, 기장군 해광사 명부전, 경남 남해군 무량암 대웅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매화당, 경남 양산시 통도사 극락암, 서울 은평구 한옥마을 가옥 등이 기억에 남는 작품이라고 한다. 이 대표는 “전통사찰 건축과 수리 등을 하면서 만난 스님들로 인해 많은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원오사 정관스님, 통도사 극락암 관행스님, 기장군 해광사 혜성스님 등을 그의 인생과 가치관을 바꾸게 한 스승으로 삼고 있다고 한다.

이 대표는 국가 자격시험인 문화재수리기능사 시험 ‘대목’ 부분 시험 감독관을 맡고 있으며 2018년 문화재청장상과 국제올림픽위원장상 등 각종 전시회에서 입선했다. 한국문화재기능인협회 이사를 맡아 기능인 양성과 재교육에도 힘을 쏟고 있다. 그는 한국문화재협회 경남지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평생을 전통 건축에 몸을 바쳐온 그이지만 아직 부울경 지역에 전통 건축 분야 인간문화재(대목장)가 없다는 점을 늘 아쉬워하고 있다. 이 대표는 “부울경 지역을 대표할 수 있는 첫 인간문화재가 돼서 1000년을 가도 튼튼하고 작품성을 인정받는 전통 건축물을 많이 남기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통 건축물을 만들고 문화재 보수 등의 기술을 발전적으로 보존하기 위해 장학재단을 세워 전통의 맥을 잇고 후학 양성에도 나서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