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어쩔 수 없는 인간 본능’ 다룬 괴테 소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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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적 친화력/괴테

<선택적 친화력>. 을유문화사 제공 <선택적 친화력>. 을유문화사 제공

<선택적 친화력>은 금기시되는 남녀 사이의 불륜을 정면으로 다룬 괴테의 소설이다. 토마스 만이 “대담하고 심오한 간통 소설”이라고 평한 그 소설이다. 괴테는 능청과 자랑을 섞어 말했다. “내가 경험하지 않은 것은 단 한 줄도 들어 있지 않다. 이 소설에는 그 어떤 독자도 단 한 번 읽고 알게 되는 것 이상의 의도가 숨어 있다.”

이 책을 옮긴 장희창 전 동의대 교수는 “<젊은 베르터의 고통>처럼 괴테 삶의 맥박이 그 속에 요동치는 작품이자 괴테 작품 중 가장 난해하고 다의적인 작품”이라고 말한다. 이성을 가져와 그럴듯하게 해명되는 인간에게 실상 ‘출렁거리는 자연의 힘’ ‘성적 본능’이 있는 건 틀림없다. “파우스트여, 나는 네가 누군지 모르겠다”는 파우스트의 고통스런 절규 속에 그 출렁거리는, 어쩔 수 없는 자연의 힘이 있는 것이다. 그것이 문제다. 장 교수는 “인간이 지닌 이성과 도덕은 데몬적인 것의 표면에 떠다니는 것에 불과하다”고 해설에 썼다.

소설 인물은 에두아르트와 샤를로테 부부다. 둘은 우여곡절을 통해 부부가 됐다. 중년의 그들 부부에게 균열의 인물이 각각 등장한다. 대위와 오틸리에다. 중년 부부는 각각에게 이끌리고 이 소설의 아주 희한한 부분이 전개된다. 부부는 서로 육체적 사랑을 나누지만 마음속으로는 각각을 생각하는 것이다. “눈앞에 있지 않은 것과 눈앞에 있는 것이 뒤얽히는 기묘한 장면”이라는 것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비극으로 나아가는데 어쨌든 이 기묘한 장면은 ‘상상 속의 이중 간통’이라는 논란이 일었던 그 부분이다. 괴테 지음/장희창 옮김/을유문화사/460쪽/1만 5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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