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 퇴직자 소일거리 전락한 부산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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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년간 6명의 관장 모두 외부 인사
현안 해결 뒷전이고 조직 사기 저하

부산박물관장 자리가 수도권 퇴직자들의 소일거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높다. 사진은 부산 남구에 위치한 부산박물관. 부산일보DB 부산박물관장 자리가 수도권 퇴직자들의 소일거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높다. 사진은 부산 남구에 위치한 부산박물관. 부산일보DB

부산박물관장 자리가 수도권 퇴직자의 소일거리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18년간이나 공개 채용(개방형 직위) 제도를 운용하면서 내부 인사에 대한 발탁 없이 수도권 출신 인사를 편중해 채용해 왔다는 것이다. 물론 전문성이 앞서거나 조직 혁신을 위해 외부 인사를 영입할 수 있지만 별다른 성과도 없는데 일방적으로 수도권 낙하산 인사를 반복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부산박물관뿐만 아니라 수도권 출신의 부산 공공기관장 임명을 둘러싼 논란은 적지 않게 있어 왔다. 한문희 전임 부산교통공사 사장의 경우도 임기를 1년 6개월이나 남기고 코레일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먹튀’ 논란이 일었다.

18년간 부산박물관장을 거친 인사는 현 정은우 관장을 포함해 모두 6명인데 내부 인사 발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이들 중 4명이 수도권 출신으로 그중 3명은 국립중앙박물관 퇴직자 출신이다. 문제는 이들이 산적한 박물관 현안을 해결해 나가기는커녕 그냥 시간만 보내다 떠났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쯤 되면 부산박물관장이 수도권 퇴직자 뒤치다꺼리나 하는 자리냐는 비아냥이 나올 법하다. 아니면 내부 사정을 잘 모르고 독단적으로 조직을 운영해 직원들과 마찰을 빚거나 조직의 사기만 저하시키는 결과를 낳는 경우다. 이래저래 외부 영입의 의미를 찾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공공기관장 채용의 경우 공채 심사를 거쳐 복수의 인사가 추천되고 부산시장이 최종 낙점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시장의 의지에 달렸다는 이야기다. 내부의 실력 있는 인사를 배제한 채 스펙만 따지거나 모종의 입김에 의해 낙점이 이뤄진다는 의혹을 배제하기 어렵다. 먹튀 논란을 불러온 부산교통공사 사장도 공채 심사를 통해 추천된 복수의 인사 중 부산시장이 낙점해 선임한 경우다. 전임 이종국 사장 역시 잔여 임기 6개월을 남기고 코레일 자회사인 SR 사장으로 옮겼다. 이 때문에 부산의 공공기관장 자리가 수도권 공공기관으로 진출하기 위한 징검다리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공공기관은 시민들을 위해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고 그래서 그 수장인 공공기관장 자리는 중요하다. 전문성도 갖춰야 하지만 무엇보다 지역 실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 자리다. 무조건 지역 인사를 고집할 일은 아니지만 지역 실정을 몰라 일을 제대로 못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부산도시공사의 역대 외부 영입 사장들이 혹평받았던 것도 같은 이치다. 시민들을 위해 일을 제대로 할 사람인가의 관점에서 보면 조직 내부나 지역에도 얼마든지 능력을 갖춘 인사가 많다. 수도권 인사 뒤치다꺼리나 한다는 이야기를 들을 일이 아니다. 현재 부산교통공사와 부산시설공단 사장 공채 절차가 진행 중이다. 부산박물관장도 10월 말이면 2년 임기가 만료된다. 이번에는 지역성과 전문성, 공공성까지 갖춘 제대로 된 인사를 뽑는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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