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도덕적 해이' 심각… 작년 역대급 이어 올해도 심상찮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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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까지 총 횡령액 592억 원
작년 1010억 원 육박한 수준
내부 통제 시스템 재정비 시급
강도 높은 근절 대책 내놓아야

금융사 임직원들의 횡령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7개월 밖에 지나지 않은 올해 횡령액은 이미 역대 두 번째 규모에 달하는 것으로 3일 나타났다. 금융권 도덕적 해이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이 3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임직원 횡령 사건이 발생한 금융사는 전날 확인된 BNK경남은행을 포함해 11곳, 33건으로 금액은 총 592억 7300만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이 700억 원대 횡령으로 금융권 전체 횡령액이 1010억원을 기록한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액수다.

금융사별로 보면, 경남은행이 이번에 발생한 562억 원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 사건으로 최고액을 기록했다. 이어 신한은행이 7억 1700만 원으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 △농협조합 6억 1300만 원 △신협조합 4억 3900만 원 △기업 3억 2200만 원 △오케이저축은행 2억 5100만 원△KB국민 2억 2300만 원 △NH농협 1억 8500만 원 △코레이트자산운용 1억 6000만 원 △우리 9100만 원 △하나 7200만 원 순이다.

최근 들어 금융사 임직원의 횡령액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최근 6년간 횡령액은 총 2204억 원인데, △2017년 144억 7500만 원 △2018년 112억 8400만 원 △2019년 131억 6300만 원 △2020년 177억 3800만 원을 기록한 뒤 2021년에는 34억 800만 원으로 급감했다.

하지만 지난해 우리은행 직원의 횡령으로 1010억 7200만 원이라는 역대 최대 횡령액을 기록한 뒤 올해 들어서는 7월까지 592억 원 규모에 달하는 등 횡령 사고와 규모는 좀처럼 줄어들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감원은 이같은 사태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구조 개혁에 몰두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국내 은행 내부 통제 혁신 방안을 마련, 장기 근무자에 대한 인사 관리 기준을 강화하고 명령 휴가 대상자에 동일 부서 장기 근무자, 동일 직무 2년 이상 근무자도 포함하기로 한 상태다.

하지만 경남은행에서 같은 부서에 15년간 근무한 직원이 거액을 횡령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감독당국의 노력이 무색하게 됐다.

내부통제 시스템을 정비하고 지금보다 훨씬 강도 높은 근절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금감원은 은행 등 금융사들에 순환근무와 명령 휴가제 등 내부통제 혁신 방안이 제대로 운영되는지 파악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금융권이 자체적으로 자정 노력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정행위에 대한 직원들의 경각심을 높이고 고객 돈에 손을 대는 것 자체가 금융시장의 신뢰성을 훼손을 줄 수 있다는 교육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시스템적인 부분에 대해선 감독당국이, 직원 개인의 도덕성에 대해서는 회사가 책임져야 한다”며 “최근 들어 행위가 대담해지고 액수도 커지고 있는 만큼 시급히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질타했다.

한편 경남은행은 2일 횡령 사고와 관련해 "대출 은행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게 하겠다"며 “횡령자금에 대해서는 법무법인과 협력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통해 최대한 회수하겠다”고 2일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있을 수사기관의 조사에도 적극 협조해 사태 수습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고객과 지역민들께는 조금의 피해도 없도록 모든 조치를 다 하겠다"고 부연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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