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가입 부탁드립니다” 지역구는 통화 중…당원 확보 전쟁 중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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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앞둔 출마 예상자들
경선 투표권 가진 당원 확보전

민주, 중영도·금정 유독 치열
국힘, ‘낙하산’ 지역 경쟁 심해

‘국민 열에 둘 당원’ 이례적 현상
자기도 모르는 ‘만들어진 당원’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부산에서도 출마 예상자의 당원 확보 경쟁이 치열하다. 주민에게 직접 당원 가입을 부탁하거나 지인에게 지역구 주민을 소개시켜 달라는 정치인들의 ‘민원’이 이어진다. 당원 확보 경쟁은 ‘물갈이 공포 지수’가 높을수록, 당원 등록 마감 시간이 가까울수록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내년 총선 후보자 선출 투표권을 얻을 수 있는 권리당원 가입이 지난달 31일 마감됐다. 민주당에서 총선 후보 경선 투표권을 갖기 위해선 이 시점까지 입당해야 하고 올해 2월 1일부터 내년 1월 31일 사이에 당비를 6회 이상 납부해 ‘선거인 명부’에 등록돼야 한다.

부산에서 민주당 당원 가입 경쟁이 치열한 곳은 중영도와 금정 등이다. 중영도에선 김비오 전 지역위원장, 김철훈 전 영도구청장, 윤종서 전 중구청장, 박영미 지역위원장, 김의성 전 청와대 행정관 등의 출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중영도는 부산에서 당원이 가장 많이 증가한 곳”이라며 “후보별로 수백 명 이상의 당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과 김경지 지역위원장이 경쟁하는 금정 역시 당원 확보 경쟁이 치열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의 경우 부산에서 지역구별로 2000~3000명 안팎의 권리당원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전체에서는 2만 명대 중반 권리당원을 유지하고 있지만 올들어 당원 가입이 늘어 3만 명을 넘어설 가능성도 제기된다.

국민의힘은 총선 후보 경선 투표권을 가지는 책임당원의 당비 납부 조건이 3개월이다. 당원 가입 마감 시한에 아직 여유가 있다. 그러나 본선보다 경선이 더 힘든 부산 국민의힘의 특수성 때문에 일찌감치 당원 가입 경쟁이 불붙었다. 특히 ‘낙하산’ 투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지역에서 당원 가입이 꾸준히 이어진다. 부산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지역구별로 2000명 안팎의 책임당원이 유지되고 있고 꾸준히 당원 모집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당원 모집 경쟁은 선거마다 반복된다. 그 결과 한국은 주요 국가 가운데 당원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한국 인구 대비 당원 비율은 20.2%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구 대비 당원 비율은 2012년(9.4%) 이후 급격히 늘었고 지난해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거치면서 증가세가 더 가팔라졌다. 민주당 혁신위원회의 김남희 대변인은 2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민주당 권리당원이 200만 명이 넘는다”면서 “세계적으로 드문 수준”이라고 말했다.

정당정치 역사가 가장 오래된 영국의 보수당 당원은 2021년 기준 약 20만 명으로 인구 대비 2% 수준이다. 민주국가가 아닌 중국이 2022년 기준 인구 대비 7.1%가 공산당 당적을 가진 것과 비교해 봐도 한국의 당원 비율은 놀라운 규모다. 국회미래연구원은 한국의 당원 규모에 대해 “나치당에서나 (유사 사례를) 찾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 당원 대부분은 ‘만들어진 당원’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은 “2019년 조사된 자료에 따르면, 자신이 당원임을 인지하고 있는 조사 대상은 5.8%였다”면서 “선관위에 신고된 2019년 당원 수 가운데 71.4%는 자신이 당원인지를 모르는 상태에서 당원으로 선관위에 보고됐다는 계산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경선 대비 목적의 당원 모집은 선거법 위반 가능성도 제기된다. 부산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는 “‘당원 모집’은 선거법상 당내 경선의 선거운동 방법으로 명시되지 않았다”면서 “과거 판례를 통해 경선 대비 목적의 당원 모집이 불법 선거운동의 한 가지 사례로 지적된 바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판례는 여러 불법 행위 가운데 하나로 지적된 것이어서 경선 대비 당원 모집 한 가지 사유로 불법 판결이 나올지 여부에 대해선 분석이 엇갈린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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