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원 칼럼] 엑스포 막판 스퍼트, 결승선이 저기다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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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엑스포 물 건너갔다” 망언
민주당, 책임 묻고 문책 나서야
11월 개최지 투표 3개월 앞으로
총력전 이상의 승부수 필요한 때
초박빙 중간 판세, 부산에 미소
여야 일치단결로 역전 드라마 써야

2023 부산세계장애인대회가 7일 벡스코에서 개최된 가운데 박형준 부산시장, 문애준 대회 공동조직위원장, 이영석 한국장애인연맹회장,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홍보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23 부산세계장애인대회가 7일 벡스코에서 개최된 가운데 박형준 부산시장, 문애준 대회 공동조직위원장, 이영석 한국장애인연맹회장,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 등이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 홍보관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엑스포 유치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 국회 최다 의석 정당 원내대변인의 ‘참을 수 없는 가벼운 입’이 부산 시민의 분노를 유발했다. 분노 유발자는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이다. 그는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원래도 우리보다 더 가능성 높은 나라가 있는 상황에서 이런 (잼버리) 참사가 있었는데 어떤 나라의 정치인들이 대한민국에 표를 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애초부터 글러 먹었는데, 이젠 더는 기대할 것 없다는 식이다.

잼버리 파행을 기다렸다는 듯 부산엑스포도 물 건너갔다고 공중파를 통해 단언하는 그 순발력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대변인을 둔 정당은 평소 부산엑스포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자못 궁금하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에 앞장서서 초를 치고 있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엑스포 망언도 주저하지 않으니 하는 말이다. 부산은 이제 민주당에 ‘우리가 남이가?’가 아니라 ‘우리는 남이다!’로 전락하고 만 것인가.


명색이 국회 최다 의석의 공당이고 제1 야당이라면 나아가고 물러서는 진퇴가 명확해야 하는 법이다. 사고는 중앙당에서 쳐 놓고 수습은 민주당 부산시당의 “김 대변인의 발언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논평쯤으로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말의 전쟁터인 정치는 그 말의 책임을 분명히 물어 매듭지을 것은 짓고 풀 것은 풀어 나가야 한다. 공당으로서 책임 있는 사과와 걸맞은 문책이 뒤따라야 마땅하다.

적과 아군이 누구인지 헛갈리는 자해성 발언에도 부산엑스포호는 달리고 달려 저만치 결승선만을 남겨두고 있다. 되돌아보면 험한 길을 잘도 넘어왔다. 2014년 부산시장 선거 때 서병수 캠프의 공약으로 부산엑스포가 처음 등장한 이래 시정과 국정이 차례로 바뀌면서 온탕과 냉탕을 오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나라의 명운을 걸고 유치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단연 활기를 띠게 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부산엑스포를 결정짓는 운명의 시간은 이제 3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1월 2030 엑스포 개최지 결정을 위한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가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열린다. 1차 투표에서 어느 나라도 과반을 차지하지 못하면 2차 결선투표로 간다. 이제 남은 시간은 석 달 남짓이지만 10년 가까이 부산 시민이 쏟아 온 열정이 소중한 열매를 거둘 것인지 하루하루가 천금 같은 시간이 아닐 수 없다.

국가적으로도 한국이 엑스포에 등장한 지 130년 만에 중규모 전문박람회인 인정엑스포가 아니라 공인된 대규모 종합박람회인 등록엑스포 개최를 확정 짓는 영예를 차지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선은 1893년 미국에서 열린 시카고 세계박람회에 참가하면서 국제무대에 데뷔했다. 그로부터 꼭 100년이 지난 1993년 대전에서 첫 번째 인정엑스포, 2012년 여수에서 두 번째 인정엑스포를 각각 개최했다.

등록엑스포를 향한 부산의 열정은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부산엑스포가 물 건너간 것이 아니라 물 건너가는 것은 엑스포 유치 전진기지인 태스크포스(TF)다. 정부와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위원회는 오는 28일 BIE 사무국이 있는 파리에 TF를 설치해 최종 투표에 대비한 총력전에 들어간다. 운명의 여신도 서서히 부산을 향해 웃고 있다. 부산 70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70표, 이탈리아 로마 23표라는 중간 판세 분석은 고무적이기만 하다. 이쯤 되면 막판 역전극이 충분히 가능하다.

부산엑스포의 역전극은 곧 부산의 역전극이다. 한때 400만을 넘봤던 부산의 인구는 지난해 330만 명 선마저 내준 것으로 집계돼 제2의 도시라는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 일자리를 찾아 청년이 떠나는 무기력한 도시 부산은 다시 일어설 모멘텀이 필요하다. 부산 사람들이 엑스포라는 한 방향으로 함께 눈길을 돌리는 이유다. 마침 윤 정부가 엑스포 유치를 계기로 부산을 수도권에 맞서는 강력한 성장축으로 키우겠다니 반갑기만 하다.

엑스포가 좌절되면 부산 르네상스의 모멘텀도 물거품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부산 사람들은 또한 잘 알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 가덕신공항 특별법 통과로 불가역성을 확보했지만 신공항으로 가는 길은 더디기만 하다. 가덕신공항건설공단 설립이나 북항 재개발 계획도 석 달 후 부산엑스포가 어떤 결말이 날지 저울질하느라 좀체 추동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부산엑스포 유치, 총력전으로도 모자란다고 보는 이유는 그래서다. 엑스포가 무위로 돌아간다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한 일이다. 나라의 명운을 건 정부 차원의 승부수가 나와야 할 때다. 부산, 부울경, 나아가 영호남을 아우르는 남부권이 수도권과 상생의 경쟁을 펼치는 축으로 떠올라야 나라의 미래가 있다. 여기에 여와 야, 영남과 호남, 지방과 수도권이 따로 있을 수 없다.

임성원 논설실장 forest@busan.com


임성원 기자 fores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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