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꼽아 기다렸어요”…SRT 진주서 창원찍고 수서까지 달린다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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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서울 병원 찾는 환자 “너무 감사”
환승 없이 직행에다 요금은 더 저렴
증편 절실, 정기승차권 확대는 필수

1일 첫 운행을 시작한 수서행 고속열차 SRT가 경남 창원중앙역에 도착한 모습. 강대한 기자 1일 첫 운행을 시작한 수서행 고속열차 SRT가 경남 창원중앙역에 도착한 모습. 강대한 기자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1일 오전 7시 30분께 경남 창원시 의창구 창원중앙역 대합실. 아침 일찍 남편과 함께 역사를 찾은 최선희(50) 씨는 “오늘은 너무 감사한 날”이라며 빙그레 웃었다.

난소암 치료를 위해 한 달에 2~3번은 서울 대형병원에 들러야 하는 최 씨에게 항암치료만큼 고역인 게 열악한 차편이었다.

“(고속)버스는 너무 오래 걸려 힘들고, 열차는 직행 편이 없어서 새벽 첫 차로 KTX 타고 동대구로 가서 SRT로 환승했어요. 돌아올 때도 마찬가지였었고요. 피곤해서 눈이 절로 감기는데도 혹시나 내릴 곳을 지나칠까 제대로 눈도 붙이지도 못했어요.”

최 씨가 이번 수서행 SRT를 손꼽아 기다려 온 이유다. 남편도 한시름 덜었다. 곁에서 아내를 지키던 이성언(51) 씨는 “아픈 사람을 혼자 보내고 나면 일도 손에 안 잡혔는데, 조금은 마음을 놓을 수 있을 듯하다”고 했다.

350만 경남도민의 서울 가는 길 한결 빠르고 편해졌다. 진주를 출발해 창원, 밀양을 거쳐 서울 강남을 오가는 고속열차(SRT)가 운행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 2회에 불과한 운행 편수로는 제 몫을 다하지 못할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남도에 따르면 진주~수서 SRT가 1일 개통했다. 수서행 SRT는 진주역, 마산역, 창원역, 창원중앙역, 진영역, 밀양역 등 도내 6개 역을 경유해 서울 강남을 하루 두 번 왕복한다.

2016년 도입된 SRT는 그동안 경부선과 호남선만 운행했다. 때문에 경남에서 열차를 타고 서울 강남이나 경기 동남부로 가려면 동대구에서 SRT로 갈아타거나 KTX를 타고 광명·서울역에 내려 버스·지하철을 이용해야 했다.


1일 첫 운행을 시작한 수서행 고속열차 SRT에 탑승하는 승객들 모습. 강대한 기자 1일 첫 운행을 시작한 수서행 고속열차 SRT에 탑승하는 승객들 모습. 강대한 기자

반면 SRT는 일반석 5만 1100원, 특실석 7만 4100원으로 기존 KTX보다 6500원 저렴한 데다, 환승도 필요 없어 실제 이동 시간을 최대 1시간가량 줄일 수 있다.

덕분에 일반석은 이미 수 일치가 동 났다. 창원중앙역에서 탑승하는 일반석의 경우, 오는 5일까지 매진이다. 특실석도 빈자리를 찾기 힘든 상황이다.

이 때문에 증편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경남연구원인 분석한 자료를 보면, 도내 SRT 하루 평균 예상 탑승객 수는 6000명 이상이다. SRT 수송정원이 1회 410명인 점을 고려하면 하루 최 15회 이상은 운행해야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운행 첫날 SRT를 직접 타 본 박완수 경남도지사도 이를 언급하며 증편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지사는 “이른 시일 내 증편돼 도민들이 더 편하게 강남을 갈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에 SRT 정기승차권 확대 필요성도 제기된다. 정기권은 입석을 타는 대신 원래 표 값의 45~50%를 할인해주는 일종의 통근권이다. 열차당 50매 안팎으로, 정해진 열차만 타야 하는 등의 제한을 두고 있다. 직장인처럼 매일 열차를 이용하는 탑승객에겐 필수다. 그런데 운영사에서 이용률 파악이 안 됐다는 이유로 발매를 미루고 있다. 기차를 타고 밀양으로 출퇴근하는 정솔민(32) 씨는 “정기권을 구하지 못해 난감하다”고 했다.

운영사인 (주)SR은 열흘 정도 이용현황을 집계, 분석한 뒤 정기권 발매량을 결정할 계획이다. SR 관계자는 “수도권보다는 정기권 발매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1일 첫 운행의 시작한 수서행 고속열차 SRT의 정기승차권이 아직 발매 전이라 모두 '매진'으로 구분돼 있다. 강대한 기자 1일 첫 운행의 시작한 수서행 고속열차 SRT의 정기승차권이 아직 발매 전이라 모두 '매진'으로 구분돼 있다. 강대한 기자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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