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에 바란다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류홍열 비댁스 대표·변호사

지난달 출범 위한 큰 걸음 내디뎌
우선협상대상자에 BDX컨소시엄

수도권 집중되는 상황 속에서
지역 성장·일자리 창출 기여해야
이참에 부산 업체 배울 수 있게
부산시가 그 장(場) 마련해 주길

부산시는 지난해 12월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출범을 위한 큰 걸음을 내디뎠다. 거래소 운영을 담당할 우선협상대상자로 부산BDX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세계 최초로 공공성을 갖춘 디지털자산거래소를 열겠다는 부산시의 의지가 현실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국내외 우려의 시선과 날선 비판에도 불구하고 뚝심 있게 추진한 결과에 대해 박수를 보낸다. 사실 가상자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자산에 대한 중앙정부의 곱지 않은 시선과 블록체인 업계에 불어닥친 한파로 인해 거래소 사업이 좌초되지는 않을까 내심 걱정이 많았다. 다행히 해를 넘기기 전에 첫 삽을 뜨게 된 것이다.

BDX컨소시엄에는 IT기업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플레이어들이 참여해 사업 진행의 안정성, 그리고 확장성까지 두루 갖췄다고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거래소 운영사 선정 과정에서 이 점이 주효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부산시는 우선협상대상자와의 협의를 거쳐 사업자를 최종 지정하게 되고, 올해는 그토록 고대하던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가 출범하게 된다. 그다음에는 자연스럽게 거래소 설립으로 인한 효과가 어떻게 될지로 관심이 옮겨가게 될 것이다. 여기서 부산 시민들과 지역 업체들의 바람이 이루어질지 지켜볼 일이다.

현재 BDX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기업들의 면면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다. 지금으로서는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 각자의 역할에 대해 파악하기 어렵지만, 부산 지역 업체들의 역할과 비중이 중요하지 않을 수 없다. 컨소시엄에서도 다각도로 고려를 했겠지만, 지역 현안들이 논의의 대상이 되고 지역의 각종 정보와 의견이 수집·전달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은 컨소시엄에서 부산 지역 업체가 직접 참여하는 것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 기관과 공기업들의 지역 이전을 적극 추진해 왔고, 다양한 SOC 사업에서도 지역 업체들의 참여를 적극 권장해 왔던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다.

물론, 부산 지역 업체의 참여가 능사는 아니다. BDX컨소시엄은 부산에 본사를 두고 사업을 수행할 것이기에 부산 지역에 기여하는 유무형의 경제적 효과도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모든 것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신사업 성장 모델로 지역에서 기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러한 효과와 기대를 사업자의 손에만 맡겨두기보다는 부산시도 일정 정도 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는 공공성을 갖춘다고 하지만, 어디까지나 민간사업자들이 막대한 자기 자본을 투여해 영리를 추구할 수밖에 없는 사업이다. 따라서 거래소 시스템 구축과 운영에 경제성과 효율이 고려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부산시는 그동안 민간 거래소에서 문제돼 왔던 시장감시, 상장심사, 예탁결제 기능이 별도 기구로 분리돼 상호 견제되는 분권형 거버넌스를 통해 공공성을 높이겠다고 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분권형 거버넌스는 블록체인 사업을 영위하는 부산 지역 업체들이 참여할 만한 기회가 되기는 어렵고, 그 자리도 공직자나 외부 유력 인사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래서 지역 경제 파급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혹자는 실력 있고 검증된 업체들이 제대로 된 사업을 수행한다면, 지역에서 나눠 먹기식으로 사업을 꾸리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얘기한다. 이에 백번 동의한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자에게 디지털자산거래소 사업을 맡기는 대신 공공성을 강조하며 부산 지역이나 부산 시민을 위한 조건을 제시하고 약속을 받아낼 수 있는 시기는 현실적으로 지금 밖에 없다. 그렇기에 BDX컨소시엄 측이 나서서 지역 사회에 대한 기여를 재차 강조해 주길 바라는 바다.

고난도의 업무나 일을 배울 때, 해당 업무에 익숙한 선배나 전문가로부터 배우는 것이 빠르고 확실하다. 혼자서 할 때보다 성장 속도가 비교할 수 없이 높기 때문이다. 부산 지역 업체들도 스스로 투자와 노력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나 기왕에 부산시가 엄청난 공을 들여 업계 스타들을 데리고 온다면 이참에 성장성 있는 부산 기업들도 함께 경험하고 배우며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얻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면 일석이조의 효과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사업자에게 맡겨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역 기업도 함께 어울릴 수 있도록 부산시가 그 장(場)을 마련해 주었으면 한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