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해양 패권과 융복합 인재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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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수 국립부경대 총장

산업 간 경계 붕괴, 융합의 시대
해양수산 교육 AI·디지털 물결 거세
부경대·해양대 통합으로 담대한 혁신
한국 최고 해양카이스트 육성 시급

충무공 이순신의 노량해전을 다룬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개봉한 이후 우리의 역사 속 바다에서 벌어졌던 전쟁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바다는 항상 글로벌 패권 전쟁의 중심에 있었다.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동중국해, 남중국해 등 해양 영토와 관련한 국가 간의 첨예한 대립도 이러한 맥락을 같이하고 있다. 바다는 과거부터 국제 무역, 안보, 식량, 생태계뿐만 아니라 에너지, 조선, 관광, 바이오에 이르기까지 경제발전의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이런 바다를 둘러싼 산업은 해양바이오, 수산, 해운, 조선, 해양플랜트 등 개별적으로 인지돼 왔으나 이제는 그런 산업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산업은 IT, 금융, 철강, 화학, 전자 등 개별 산업이 아니라 모두 사슬로 연결되어 톱니바퀴가 맞물리듯 움직이는 변화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 빅데이터, 디지털화로 점철되는 빠른 변화 속에 산업 간 융합은 더욱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해양수산에도 인공지능과 디지털화의 물결이 거세다. 경계가 저물어가는 시대에 우리는 새로운 차원에서 해양 교육과 연구를 통해 글로벌 패권 경쟁에 나설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는 글로벌 패권 경쟁과 함께 글로벌 인재 전쟁이 도래하고 있다. 이제는 글로벌 기업들도 국가를 가리지 않고, 우수한 디지털 인재를 영입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의 경우 대졸 직원의 60% 이상이 다른 국가에서 온 인재들이다. 테슬라, 구글, 알리바바, 메타 등 글로벌 기업들은 최고의 인재를 직접 기르기 위한 자체 교육기관을 설립하여 인재 확보 전쟁에 앞장서고 있다. 결국 시대가 요구하는 수준의 인재를 길러내지 못하는 대학은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이다.

모든 경계가 무너지는 산업구조 속에서 지금까지 해양을 둘러싼 교육은 산업별 영역의 인재를 양성해 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미래형 융복합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요즘은 코딩이 기본이라는 말을 어디서나 자주 들을 수 있다. 이제는 인문학 전공자도 기술과 공학을 이해해야 하며, 공학 전공자도 인간의 근원적 문제와 문화를 다루는 인문학을 이해하는 통찰력이 요구된다. 미래의 교육은 기계적이고, 공장의 생산라인 같은 천편일률적인 커리큘럼이 아니라 디지털 커리큘럼과 같은 시대가 요구하는 유연한 변화를 갖출 필요가 있다.

해양수산 분야의 산업 경쟁력도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서 환경, 디지털, 경영, 인문, 문화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융합적 산업만이 세계 경쟁력을 가지게 된다. 프랑스가 발표한 2024년 전기자동차 구매보조금 지급 대상에 우리나라는 현대 KONA만 포함되었다. 그 이유는 전기자동차일지라도 생산, 수송, 유통, 사용, 폐기 등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따지면서 친환경 보너스를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은 자동차·운송·해운 분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해상운송의 탄소배출 절감, 첨단 무탄소선박 개발 등 혁신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스마트 아쿠아 팜의 선진 사례로 노르웨이 연어 산업에서도 융합적 성과를 확인할 수 있다. 노르웨이 연어 양식산업은 인공부화부터 기르는 과정까지 바이오, IT, R&D, 디지털을 접목하여 스마트 무인 풀 생산 체계를 갖추어 생산성과 경제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 최첨단 항공물류 시스템을 통해 디지털화된 최적화 풀 콜드체인을 달성하여 불과 36시간 이내로 전 세계에 도달하고 있다. 또한 시장 확대를 위해 국가의 문화와 소비자를 이해하는 섬세한 영역에서도 높은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 일본뿐만 아니라 중국 백화점과 마트에서도 노르웨이산 생연어가 유행하고 있다. 연어에 친숙하지 않은 중국 소비자를 위해 매장에는 노르웨이산 연어 생산 홍보 영상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게 하고 있다. 이처럼 노르웨이 연어는 모든 분야의 융복합을 이루어내면서 전 세계 150개국 이상에 수출되고 있다.

해양수산 분야만 잘해서는 살아남을 수 없는 첨단 디지털 친환경 시대가 도래했다. 우리가 앞으로 바다와 세계를 둘러싼 패권 경쟁에서 승리하기는 위해서는 해양수산이 첨단 AI, 공학, 인문 사회학, 경영학, 환경학 등과 융복합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당연히 다양한 산업적 역량을 두루 섭렵하고, 산업의 변화와 시대적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융복합 미래 인재 양성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지금까지 해양의 특정 교육연구 영역을 수행하여 온 국립부경대학교와 국립한국해양대학교는 담대한 혁신을 도모하여 재학생 4만 명을 넘어서는 해양과학종합대학교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2024년 갑진년은 대한민국 해양수도 부산에 세계 최고의 해양카이스트 탄생이 이루어져서 우리의 젊은 인재들이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고 도약할 수 있는 ‘청룡의 해’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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