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국내외 파도, ‘해수비서관’ 부활 시급하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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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사태 비롯
홍해발 물류대란·HMM 인수 등
해운·수산 이슈 잇단 발생에도
전담 비서관 없어 대처 한계 노출

2022년 5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부두에서 열린 ‘제27회 바다의 날 기념식’을 찾아 ‘신해양강국의 꿈’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022년 5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크루즈부두에서 열린 ‘제27회 바다의 날 기념식’을 찾아 ‘신해양강국의 꿈’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비롯해 HMM 인수 갈등, 홍해발 물류대란 등의 사태가 잇따르면서 대통령실 내 해양수산 전담 비서관 복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진다. 현재 진용을 갖추고 있는 대통령실 2기도 복원 움직임이 없어 윤석열 정부의 ‘해양수산 홀대론’이 다시 부상하는 모습이다.

24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통령실 참모진(비서관급 이상)에 6개 경제 부처 중 유일하게 해양수산부 소속 전담 비서관만 없다. 사실상 해수부는 농림축산식품부 출신이 맡아 온 농해수비서관에 더부살이하는 모양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참모진 재편이 이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해수 전담 비서관 복원은 감감무소식이다. 해수비서관은 1996년 김영삼 정부 때 신설한 이후 폐지와 복원이 반복됐다.

이에 2년 전 후보 시절부터 강조한 윤 대통령의 신해양강국 건설이 구호에 불과했다는 비판이 다시 고조된다. 전문가들과 업계는 현행 체제로는 전문성이 요구되는 해양수산 이슈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해수부 산하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해운, 수산은 대외 현안에 업황이 크게 요동쳐 대통령실을 비롯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연계해 실시간 대응해야 한다”면서 “농해수비서관에서 그나마 수산은 챙겼지만, 전문성이 필요한 해양, 항만은 적기 대응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해수비서관 부재 속 관련 이슈가 연이어 터지고 있지만, 제때 대처하지 못하면서 리스크만 키우는 모습이다.

수산업 위기를 초래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는 일본 내에서 수년 전부터 추진돼 왔지만, 정부의 늑장 대처로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 HMM 인수전도 정부와 채권단이 국내 해운업을 고려하지 않은 채 금융 논리로만 다루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사실상 해운업 미래와 직결된 HMM 인수전에서 해수부의 목소리가 먹혀들지 않고 있는 셈이다. 앞서 2017년 한진해운 사태도 결국 해수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한 결과였다.

전담 비서관 없이는 부산항 북항재개발, 진해신항 개발 등 대규모 국책 사업도 속도감 있게 추진하기가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해수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실과 소통할 전담 비서관이 없으면, 예산이나 정책 우선순위를 둘러싼 부처 간 ‘파워 게임’에서도 밀릴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선원 부족, 어촌 소멸 위기, 수산물 어획량 감소도 경제 안보와 직결돼 있는 만큼 국가적 차원에서 획기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해기사협회 김종태 회장은 “선원 부족으로 유사시 전략물자를 공급할 제4군 유지도 어려울 수 있다”면서 “대통령께 대한민국 수출을 지탱하는 해양수산 현안을 정확히 알리고 대안을 찾을 전담 비서관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최근 부산월드엑스포 유치전을 전담했던 대통령실 내 미래전략기획관실까지 해체되면서, 지역에서는 해수 전담 비서관 복원을 더욱 기대한다. 엑스포 개최 예정지였던 북항 내 재개발 사업이 예정대로 추진되고, ‘해양수도’ 부산이 성장 동력을 잃지 않도록 대통령실 내 직통 채널이 유지돼야 한다는 것이다. 엑스포 불발 이후 윤 대통령이 약속한 ‘글로벌 허브도시’ 조성도 결국 부산의 해양산업과 밀접하게 연계돼, 비서관의 역할이 크다고 강조한다.

부산항을사랑하는시민모임 박인호 대표는 “현재 대통령실 구조로는 복잡다단한 해양 현안을 제대로 챙기기 어렵고 해양강국 비전도 실현할 수 없다”면서 “정치권도 4월 총선에서 이를 공약으로 내세워 부산의 숙원을 해결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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