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엑스포 유치 실패를 딛고 글로벌 도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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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경 영산대 호텔관광학부 교수

2023년 11월 29일 새벽 부산시민과 엑스포 유치위원회 관계자들은 조여드는 가슴을 부여잡고 2030월드엑스포 개최지 최종 투표 과정을 지켜보았다. 결과가 발표 나자, 대부분 언론은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하여 힐난을 쏟아부었다. 미디어들은 시민들과 관계자들의 실망하고 오열하는 모습을 내보내며 유치위의 실패와 현 정부의 무능함을 강조하였다. 더욱 답답한 것은 현 정부와 부산시는 한마디도 대꾸하지 않고 침묵으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부산시민들도 강하게 표현은 하지 않지만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 궁금해하고 있다.

엑스포 유치 활동 과정에서는 보수 정당의 약점이었던 홍보 전략 및 기술의 미진함이 더 드러난 것이 아닌가 싶다. MICE 산업 관계자라면 누구나 승리를 너무 강하게 확신하는 유치위원단에 다들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내었을 것이다. 정권과 부산의 도시 분위기가 바뀌면서 엑스포 홍보는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구심점이었다. 그 구심점을 다차원적인 관점에서 활용해야 하는데, 엑스포 유치라는 기본적인 목표 달성에 너무 충실한 나머지 내부 홍보 전략에서는 실패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언론과 국민, 정부 무능함만 강조

정부·부산시, 대응없이 침묵 일관

도시 발전 다차원적 전략 차원

과정 평가와 목표 재설정 시급

도시 브랜드 마케팅에 활용하고

서울 세계청년대회 특수 노려야

부산시의 2030월드엑스포 유치 활동은 유치도 목표였지만 '글로벌 허브도시, 창업금융 도시, 문화관광 매력 도시'로 급부상하기 위한 도시 마케팅적인 복안을 가지고 임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부산과 엑스포 유치위 관계자들은 왜 적극적으로 부산시민과 국민의 아픈 마음을 달랠 수 있는 대응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는가 반문하게 된다. 답답했던 것은 실패에 대해 최고 책임자의 한마디 사과로 모든 것이 끝나고 활동과 연결되었던 아무런 후속 조치가 없었던 점이다. 이로 인해 더 많은 실망과 비난을 퍼부었을지도 모른다.

디지털행정부의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한 현 정부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누구도 데이터 기반을 가지고 이번 결과를 언급하지 않았다. 월드엑스포 유치는 국내가 아닌 해외에서 중요한 이벤트다. 그런 관점에서 구글의 트렌드 검색어에 ‘부산’이라는 키워드를 살펴보면 왜 실패했는지 그 이유와 성과를 파악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후보지 3곳의 홍보가 어떻게 달랐고, 사우디아라비아가 1차 투표에서 바로 유치 티켓을 확보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2022년 7월부터 2023년 11월까지 17개월간 평균 종합 검색수는 이탈리아 159회, 부산 259회, 사우디아라비아 96회로 부산이 가장 많은 검색수를 나타냈다. 하지만, 사우디는 유치전 막판인 2023년 9월부터 11월까지는 이전 평균이었던 86회에서 거의 두 배에 가까운 검색수를 보인다. 9월(149), 10월(151), 11월(129) 등이다. 데이터를 근거로 보면 이탈리아와 한국은 사우디에 비해 조금 일찍 홍보를 서둘렀고, 사우디는 마지막 한두 달 정도에 홍보 폭탄을 쏟아부은 결과이다.

부산은 고배를 마셨지만, 세계적인 시선을 끄는 데는 분명 효과가 있었다. 구글에 부각된 '부산'이라는 키워드를 도시브랜드 마케팅 엔진으로 전환해야 한다. 엑스포를 계기로 본격적인 도시브랜드 홍보가 시작되었고, 지금부터는 글로벌 도시브랜드 강화를 시작해야 한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레이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엑스포 유치 노력을 초기 투자 비용으로 생각하고, 그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이 더욱 절실하다. 그동안 엑스포 유치를 위해 쏟아부었던 열정과 투자를 더 큰 가치로 부산 시민에게 돌려줄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맥 풀린 상태로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그동안 전 세계에 뿌린 노력과 열정이 식기 전에 부산은 노력의 가치를 재평가하고 새로운 목표를 향해 달릴 준비를 해야 한다. 월드엑스포 도전 덕분에 우리는 가덕신공항을 2029년에 개항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2029년 본격적인 해외 관광객과 물류의 집중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사전 정지 작업을 해야 할 시점이다.

급선무가 2027년 서울 개최가 확정된 천주교 행사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다. 부산도 그 행사의 특수를 누릴 준비를 해야 한다. 2023년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렸던 세계청년대회에서는 전 세계에서 150만 명, 2016년 폴란드 크라쿠프에는 350만 명의 청년 가톨릭 신자들이 모였다. 세계청년대회 본 행사는 6일간 열리지만, 이 행사 전후로 2~4주 개최국 곳곳을 순례하게 돼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거의 한 달짜리 행사라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맥 놓고 앉아 있을 시간이 없다. 서울로 집중될 100만이 넘는 청년들을 어떻게 부산으로 끌어들일 것인가에 대한 전략과 기술, 그리고 인프라를 마련해야 한다. 부산은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이들 청년을 KTX와 국내선 항공, 고속도로망을 통해 부산으로 끌어들일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부산이 이런 좋은 기회를 어떻게 재도약의 기회로 삼을 것인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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