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아니라 친구를 잃었어요” 30대 사장 망연자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50인 미만 중처법 시행 후 첫 사고

기장 폐금속 수거업체 인사 사고
상시 근로자 6명… 지인들이 직원
가해자·피해자·대표는 모두 친구
처벌 앞두고 “회사는 어쩌나” 눈물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된 지 나흘째인 지난달 31일 부산 기장군의 폐알루미늄 수거업체에서 이 법이 적용되는 첫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노동자 끼임사고가 발생한 집게차는 사고 이후 작동이 중지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상시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시행된 지 나흘째인 지난달 31일 부산 기장군의 폐알루미늄 수거업체에서 이 법이 적용되는 첫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노동자 끼임사고가 발생한 집게차는 사고 이후 작동이 중지됐다.

지난달 31일 오전 9시께 부산 기장군에 있는 한 폐알루미늄 수거·처리 업체에서 노동자 A(37) 씨가 숨졌다. 그는 폐기물을 내리던 집게차의 화물적재함과 가이드레일인 집게 마스트 사이에 끼었다. 즉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목숨을 잃었다. 이번 사고는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된 지 나흘 만에 발생, 법이 적용되는 전국 첫 사례다.

당시 밖에서 들리는 고함에 공장 안에서 작업하던 기업 대표 B 씨가 달려왔다. B 대표는 의식을 잃어가는 A 씨를 안아 땅에 눕혔다. 119가 올 때까지 A 씨에 심폐소생술을 했다. B 대표는 숨진 노동자 A 씨의 17년 지기 친구이자 그가 근무하던 기업을 책임지고 있다.

“저는 노동자를 잃은 게 아니에요. 친구를 잃은 거지.” B 대표가 말했다. 출근 전 친구 사진을 보다 울면서 출근을 했다던 B 대표 눈 밑이 거뭇했다.

1일 찾은 기장군 폐알루미늄 수거·처리 업체 사고 현장에는 5톤 트럭 높이만큼 쌓아 올린 고철더미 산이 마당을 뺑 두르고 있었다. 사무실 바로 뒤편에 있는 마당이다. 1톤, 5톤 집게차는 오전 7시 반부터 오후 5시 반까지 끊임없이 돌아가며 고철을 찍어 누르고 옮기고 분류한다.

사업장에 등록된 상시 근로자는 10명이지만 실제로 일하는 근로자는 6명 남짓이다. 대부분 지인이다. 숨진 A 씨도 B 대표가 대학에서 만난 친구다. B 대표는 17년 전 대학을 중퇴하고 고물상으로 시작해 회사를 키워 왔다. A 씨는 대학 졸업 후 무역 회사를 들어가며 다른 길을 걸었지만 B 대표를 내내 응원했다. 한 술자리에서 직장생활 20여 년째인 A 씨의 고충을 듣다가 B 대표는 2022년 사업 합류를 권했다.

“‘같이 회사 키워 보자. 내가 니 사장 되게 해 줄게. 잘 살 수 있게 도와줄게’라면서 데려왔죠. 모두 하나의 목표로 움직인 친구들이었어요.”

사고 당시 집게차를 운전하던 친구도 B 대표의 고등학교 동창이다. 그 외 사회에서 만난 동생, 그 동생의 아내, 초등학교 동창과 고용된 반장. 그렇게 6명이 힘을 모아 회사를 꾸려가고 있었다. “죽은 직원도 친구, 사고를 낸 직원도 제 친구다”고 B 대표는 말했다.

친구끼리 꾸려가던 회사에서 안전은 밀려났다. 매달 사설 안전교육을 신청해 듣고 안전모를 배치해 두었지만 친구들은 안전모를 쓰라고 소리치면 하루 이틀 쓰다가 곧 벗었다. B 대표는 실질적인 안전 조치는 없었다고 인정했다.

“안전모를 쓴다고 해도 안전하지 않아요. 크레인으로 한 번 치면 안전모가 있다고 보호가 되는 게 아니니까. 안전 관리 서류 있냐 묻는데 대기업이면 몰라도 우리 같은 업체는 출근하면 장갑 끼고 일하기 바쁘지 행정직, 안전관리팀, 인사팀 따로 둘 수가 없어요.”

안전관리자를 두지 않은 것은 사업장이 20인 미만이라 의무 사항이 아니었던 탓이다. 그러나 그의 사업장에서 한 사람이 숨졌다. A 씨는 안전모도 안전화도 착용하지 않고 있었다. A 씨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 딸을 뒀다. 취재진은 A 씨 유족에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유족은 B 대표를 통해 취재에 응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중대재해법 확대 적용 후에도 법 위반이 있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것 이외 노동자가 또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은 똑같다”고 밝혔다.

B 대표는 “처벌받아야 한다. 그런데 제게 그 친구는 단순 노동자가 아니다. 저는 친구를 잃은 거다. 다만 여기 다른 친구들이 또 남아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31일 사고 직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현장을 찾았다. 당시 장관 앞에 한 직원이 나섰다. B 대표는 “직원이 나서서 ‘장관님 저는 법은 모르겠습니다. 근데 대표 잡혀가면 회사 망하고 나는 어디 가서 가족이랑 먹고살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더라”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