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 뺑뺑이’ 고친다면서 정부·의사단체 서로 다른 처방전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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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파업 쟁점은

의대 2000명 증원 정부 방침에
의료계 “의사 증가율 세계 최고”
필수과 기피 막을 구조 개혁부터
정부 의료 개혁 실행 의지 의구심
무조건적 증원 반대엔 내부 이견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부산 지역 주요 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19일 부산 서구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의사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방침에 반발해 부산 지역 주요 병원 전공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19일 부산 서구 부산대학교병원에서 의사들이 지나가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19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료 현장 점검을 위해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했다. 연합뉴스 19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의료 현장 점검을 위해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했다. 연합뉴스

의사단체와 정부의 ‘강 대 강’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정부가 2020년 의사 파업 때와 달리 ‘의사 면허 취소’ 카드까지 내세우며 강경한 압박에 나서지만 전국 전공의를 중심으로 사직서 제출이 이어지고 있다.

■의사단체 의대 증원 반대 논리는

의사단체는 이달 초 정부의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발표 이후 한결같이 정원 증원 자체를 반대했다. 정원 2000명 증원이라는 숫자뿐만 아니라 “증원 자체를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절대적인 의사 수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필수의료 체제의 본질적인 문제라는 논리다.

지난 14일 부산시의사회의 주최로 열린 토론회 및 결의대회 직후 임현수 공보이사는 “정부가 OECD 기준으로 한국의 의사 수가 적다고 말하고 있는데 매년 의사 증가율은 한국이 최고 수준”이라며 “이대로라면 15~20년 후 한국은 의사 과잉으로 의료 시스템에는 재앙이 된다”고 주장했다.

또 주로 비교 대상이 되는 영국의 경우 의사가 준 공무원인 시스템으로 자본주의 의료 체계인 한국과는 비교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임 이사는 “한국과 비슷한 의료 시스템을 채택한 일본이나 미국과 비교해 한국의 의사 수가 절대 부족하지 않은 만큼 단순히 의사 수를 늘리는 방식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보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되는 지금 발생하는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같은 한국 의료 문제를 해결하려면 의사 공급 확대가 아니라 필수 의료 수가 개선 등 구조 개혁을 통한 해결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의사 수를 늘려도 사망 환자가 발생했을 때 의사가 처벌받을 가능성이 큰 응급의학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 소위 ‘기피 과’에는 의사가 가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의사 집단이 변호사 등 다른 전문가 직종보다 평균 연 수입이 높은 상황에서 무조건적인 증원 반대가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의사 집단의 필수과 기피가 구조적인 문제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가 필수 의료 수가 개선에 2028년까지 10조 원을 투자하고 ‘의료사고 특례법’을 만들어 의사가 의료소송 걱정 없이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는데도 의사 집단이 반대 의견만 내세우고 있어 환자의 목숨을 볼모로 한 ‘밥그릇 싸움’으로 비친다.

■의사 집단 내부서도 균열 발생

차가운 여론에 더해 의사 집단 내부에서도 균열 조짐이 보인다. 의료 현장에서 의대 정원 증원에 찬성하는 의사도 나오고 있다. 부산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A 교수는 “의대 정원 확대 자체에는 반대하지는 않는다”며 “500명에서 1000명 선이라면 납득을 할 텐데 한꺼번에 2000명 증원이라는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전공의를 중심으로 한 집단행동 움직임에 대해서도 부산 대학병원 예방의학교실 소속 B 교수는 “전공의들이 (정부의 집단 사직서 금지 등 조치에 대해) 직업 선택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받았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며 “또 정부가 밝힌 의료 수가 상향이나 의사 부담 완화 등 조치가 실제 시행될지 불확실한 상황인 만큼 더욱 반발하고 있는 모양새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가장 먼저 손대야 할 지점은 결국 비뚤어진 의료 체계다. 의대에서 6년 수련 후 국가고시를 통과하면 의사 면허를 발급받아 일반의 자격을 획득하는데, 일반의만 되어도 미용 의료를 할 수 있는 피부과나 성형외과 의원을 개원할 수 있다.

이들이 전공의를 거쳐 어렵게 필수 의료과에 종사하는 것보다 시술을 통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구조가 되면서 의사 집단 내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형성되고 의료체계 불균형은 더욱 심화되는 구조다. 이 불합리한 구조를 해소하지 않으면 필수 의료 공동화 현상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문제 해결을 위해 간호사의 미용 의료 시술 허용 등 파격적인 의료개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20일을 기점으로 출근하지 않겠다는 전공의 파업 움직임에도 정부는 여전히 강경한 기조를 세웠다.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는 19일 집단행동 대비 비상진료대책을 발표했다. 전국 409개 응급의료기관 필수 진료 기능 유지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12개 국군병원 응급실을 민간인에게도 개방하기로 했다. 또 2020년 의사 파업 당시 발생했던 사망 사고가 없도록 소방청과 협의해 중증응급환자 중심으로 대형병원 응급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중증도에 따른 환자 이송 지침을 마련하는 등의 내용이 골자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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