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구제책에도 냉랭… "대책 전이나 지금이나 문의 없어" [무너지는 주거 사다리]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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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오피스텔 혹한기

세제 혜택·발코니 허용 실효성 부족
신축 단서 조항 탓 시장 분위기 싸늘
다주택 중과 제외 등 적극적 대책 절실
분양시장 전반 띄워야 하다는 지적도

오피스텔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신축뿐만 아니라 기존 오피스텔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진구에 밀집한 오피스텔 건물들의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오피스텔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신축뿐만 아니라 기존 오피스텔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부산진구에 밀집한 오피스텔 건물들의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오피스텔 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자 정부는 지난달 신축 오피스텔을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등의 대책을 꺼냈다. 오피스텔 공급 부족이 누적되면 전·월세 가격이 상승하면서 청년을 비롯한 서민층의 주거 부담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오피스텔 구제책 시행 한 달이 지났지만, 시장 분위기는 여전히 차갑다. 업계와 오피스텔 소유주는 기존 오피스텔에도 세제 혜택을 주는 등 반등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규제 완화 대폭 넓혀야

정부는 1·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소형 주택에 한시적으로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핵심은 앞으로 2년간 준공된 신축 소형 주택을 구입하면 취득세, 양도세, 종합부동산세 산정 때 주택 수 산입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이다. 주택업계가 꾸준히 요구해 왔던 오피스텔 발코니 설치도 허용했다. 오피스텔에 보다 쾌적한 주거 여건을 허용해 공급을 촉진하겠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세제 혜택으로 수요를 끌어올리고, 발코니 허용으로 공급을 촉진하겠다는 취지이지만 현장 반응은 냉랭하다. 부산 수영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정부 대책 발표 전이나 지금이나 오피스텔에 대한 문의가 없기는 마찬가지”라며 “아무도 오피스텔 분양을 하지 않으려는 상황인데 ‘신축’이라는 단서 조항을 달아 놓으니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신축뿐만 아니라 기존에 준공된 오피스텔 소유자도 규제 완화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주택산업연구원 관계자는 “자기 집 외에 전용 60㎡ 이하 오피스텔 1세대를 추가로 소유하는 경우는 1주택으로 인정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주택산업연구원 측은 또 “일정 소득 이하 가구나 60세 이상 노인 가구의 경우 자가 외에 오피스텔 2세대 소유자까지 1주택으로 인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며 “세제와 금융여건을 조속히 개선해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으로 오피스텔의 수분양율을 높여서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 지원과 보증 등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피스텔은 원칙적으로 다주택 중과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다만, 집주인 1명이 오피스텔 수십 채를 보유하는 등 과다·편중 보유로 인한 대량 깡통전세 우려를 무시할 수 없기는 하다. 이런 탓에 대규모 전세사기를 막을 최소한의 규제만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 역시 “준공된 오피스텔 1채까지는 물론이고 면적 대상도 국민평수 수준인 전용 84㎡ 정도까지 주택 수에서 제외해서 규제 완화를 하는 방안이 좋다고 본다”고 밝혔다.

■분양시장 반등도 시급

오피스텔 시장이 반등하기 위해서는 금리 인하, 규제 완화, 세제 혜택 등 여러 수단을 동원해 주택 분양시장 전반을 띄워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오피스텔은 아파트의 하위 개념 성격이 짙다 보니, 아파트 분양시장부터 살아나야 오피스텔까지 동반 상승하는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분양시장의 분위기는 침체 일로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최근 부산의 분위기는 ‘미분양의 무덤’이라고 불리던 대구의 상황까지 갈 수도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지난해 11월 이후 부산에서 현재까지 아파트 단지 10곳이 청약 접수를 했다. 이 중 8개 단지가 1·2순위에서 청약자를 다 채우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상대적으로 눈에 띄는 입지가 없었고, 1군 브랜드 대단지가 적었다고는 하지만 뼈아픈 성적표다.

오피스텔보다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의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피스텔을 신규 분양하려고 나서는 사업자를 찾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지난해 부산에서 분양한 오피스텔은 1곳 밖에 없었고, 이 오피스텔은 49세대 모집에 단 4개의 청약 통장만이 접수됐다.

동의대 강정규 부동산대학원장은 “아파트 분양시장부터 점차 풀려야 선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져서 오피스텔 시장도 살아날 수 있다”며 “금리 인하와 세제 혜택 등 여러 방안을 동원해 분양시장 전반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지금은 투자자는 물론 실수요자나 무주택자들이 부동산 시장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매우 어려워진 상황”이라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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