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해운 춘추전국시대 개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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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미 부산컨테이너터미널 영업본부장

1위 선사 동맹 해체 3강 구도 재편 시작
선박 내 스페이스 교환 느슨한 협력 등장
새 파트너십 기회와 물량 유실 위험 병존
부산항, 해운 시장 급변 효과적 대응해야

지난해 2월 13일 자 이 지면에서 ‘해운동맹 2M 해체에 대비하자’라는 제목으로 세계 1위 선사 동맹(얼라이언스·Alliance) 2M의 해체와 그 파장을 다뤘다. 주요 내용은 덴마크 머스크(Maersk)와 스위스 엠에스씨(MSC)로 구성된 2M 해체 후 2M 40%, 디 얼라이언스(The Alliance) 35%, 오션 얼라이언스(Ocean Alliance) 20%로 나뉜 해운 삼국 시대에 어떠한 변화가 초래될 것이며, 항만 업계는 이를 대비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였다.

머스크와 디 얼라이언스 소속인 독일 하팍로이드(Hapag-Lloyd)는 지난달 17일 새로운 ‘제미니 협력’의 출범을 선언했다. 이후 업계에서는 우리 국적 선사 HMM이 속한 디 얼라이언스가 하팍로이드가 빠지는 자리에 다른 선사를 영입해 얼라이언스의 도미노 붕괴가 진행될지를 놓고 갑론을박이 진행됐다. 그러던 중 지난달 27일 오션 얼라이언스가 돌연 현 체제를 5년 추가 연장한다고 발표했다. 회원사인 프랑스 씨엠에이씨지엠(CMA-CGM), 중국 코스코(COSCO), 홍콩 오오씨엘(OOCL), 대만 에버그린(Evergreen)의 계약이 2027년에 만료되지만 굳이 당겨서 발표한 것은 동맹 체제가 공고하기 때문에 회원 선사 이탈은 없을 것임을 명확히 하려는 의도다.

이제 디 얼라이언스는 2025년 2월부터 이탈하는 하팍로이드의 역할을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지난달 20일 대만 완하이(Wanhai)와 싱가포르 오엔이(ONE)가 미주 노선 공동 운항을 발표해 미주에서 디 얼라이언스와 완하이의 협업을 시사했다. 결국 내년부터 현재의 공고한 얼라이언스 체제 대신 각 운항 선사들이 서로 선박 내 스페이스를 교환하는 느슨한 협력으로의 변화를 예상할 수 있다. 그야말로 해운의 춘추전국시대가 개막하는 것이다.

이는 부산항과 산하 9개 터미널 운영사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3월 중순부터 신감만부두 운영사는 신항으로, 자성대부두 운영사는 신감만부두로 연쇄 이전이 예정된 상황에서 부산항이 글로벌 해운 시장의 변화 방향과 속도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지 날카롭게 살펴야 한다. 2M 해체, ‘제미니 협력’ 출범, 오션 얼라이언스 추가 5년 연장 발표는 항만업계의 마음을 설레게도, 답답하게도 한다. 기존 공고한 얼라이언스 체제로 기회가 한정되어 있던 터미널들은 새로운 파트너십을 제안해 볼 수 있어 마음이 설렐 것이다. 반면 기존의 확고한 계약 물량을 처리하던 터미널들은 대형 물량 유실 우려에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할 것이다.

여러 개의 터미널 운영사가 경쟁하게 되면 높은 생산성과 효율성이 추구되는 순기능이 있다. 하지만 부산항의 고질적인 문제는 선석 공급이 수요를 초과한 탓에 이용 요율이 신항 개장 때인 18년 전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요율 정상화에 나서면 추가 터미널 개장이 반복되는 바람에 이용료에 큰 변화가 없게 된 것이다. 보다 정확한 수요를 예측해 공급 시점을 관리하는 거시적이고 근원적인 국가 사회간접자본(SOC) 정책에 대한 고민과 대안 제시가 있어야 한다.

부산항은 선사들의 극동아시아 비즈니스에 주요한 거점 항이다. 엠에스씨가 신항 1부두에 지분을 투자해 자산 터미널로 확보한 이후 환적 물량 위주로 2023년에 2022년 대비 30% 이상 물량이 증가한 것이 한 사례다. 전 세계에 수십 개의 터미널을 운영하는 UAE 디피월드, 싱가포르 피에스에이, 홍콩 허치슨이 모두 부산항에서 사업장을 운영하는 것 역시 부산항의 중요성을 보여 준다.

이런 부산항을 관리하는 부산항만공사(BPA)는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아 ‘2040년 세계 3대 항만 도약’의 비전을 선포한 바 있다. 해운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진행 중인 올해 BPA는 지난 20년간 부산항 물량, 특히 환적 물량은 꾸준히 증가해 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증가할 것이라는 안일한 태도가 아닌 지속적인 글로벌 선사 추가 물동량 유치 방안을 연구하고 있을 것이다. 해양수산부 역시 선석당 설계 처리 능력인 50만~70만TEU보다 많은 최대 100만TEU까지도 처리되는 선석 공급 과잉 문제에 대해 각 터미널이 설계된 처리 능력에 한정해서 처리하면 된다는 허울뿐인 해결 방안이 아닌 시장 요구가 반영된 항만 기본 계획을 연구하고 있을 것이다.

BPA 그리고 해양수산부가 거시적인 정책과 실행 방안을 발표할 때까지 부산항 9개 터미널 운영사들은 해운 시장의 지각 변동에서도 제 역할을 찾아 주주사와 대주단이 기대하는 수익 창출은 물론, 터미널을 터전으로 생활하는 모든 멤버들의 생업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고군분투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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