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매각 무산 땐 슬롯 대거 내줄 판 [날개 꺾이는 에어부산]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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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조건
일본 운항편 224개 양도 대상
입지 타격에 신공항 거점화 위기
소극적 대응 지역 정치권에 비판

부산 김해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에어부산 항공기. 정종회 기자 jjh@ 부산 김해국제공항 활주로에서 이륙하는 에어부산 항공기. 정종회 기자 jjh@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이 14개국 중 미국 승인만 남겨놓은 가운데, 세계 경쟁당국의 승인 조건에 따라 에어부산이 향후 내놓을 가능성이 있는 ‘슬롯(특정 시간대 공항 이착륙 권리)’이 200개가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항공사의 핵심 무형자산인 슬롯 급감으로 에어부산의 입지가 크게 위축되고 있지만,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놓고 지역 정치권이 방관적인 자세만 취하고 있어 이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일 에어부산에 따르면 우리나라 항공사의 일본 전역 운항 편수(김해공항 기준)는 편도를 기준으로 주당 185편으로, 에어부산이 43.6%(66편)를 차지한다. 여객 점유율은 47.4%에 달한다. 한일을 오가는 주요 LCC로 에어부산이 자리매김한 것이다. 하지만 일본 경쟁당국(JFTC)이 이달 초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서울 4개 노선(서울~오사카·삿포로·나고야·후쿠오카)과 부산 3개 노선(부산~오사카·삿포로·후쿠오카)에 대해 국적 LCC와 기타 진입 항공사의 요청이 있으면 슬롯을 일부 양도할 것을 조건으로 내걸면서 위기에 봉착했다.

양도 대상이 된 부산 3개 노선은 에어부산의 일본 전체 운항편 중 88%에 달한다. 슬롯 갯수로 치면 왕복 구간 기준 224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에어부산 대부분의 슬롯이 양도 대상에 포함된 것이다. 특히 에어부산과 대한항공이 양분하고 있는 삿포로 노선과 에어부산이 절반 이상(55.9%)을 점유하고 있는 후쿠오카 노선의 경우 슬롯을 반납하면 다시 찾아오기 힘들다는 점에서 에어부산의 타격이 엄청날 것으로 우려된다.

인도네시아 운수권 확보에서도 에어부산이 밀릴 가능성이 크다. 이달 초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는 항공회담을 갖고 우리나라 지방공항 6곳(인천공항 제외)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발리 간 주 7회 노선을 신설했다. 하지만 모기업 기업 결합 여파로 지역을 거점으로 하는 유일한 항공사인 에어부산이 부산과 인도네시아를 오가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운수권을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새 슬롯 확보 길도 막혔다.

에어부산의 여건 악화가 지속되면서 가덕신공항의 운영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에 지역에선 정치권이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제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앙당을 적극 설득하고 지역 현안 해결을 위한 당 차원의 해결책을 이끌어내야 할 지역구 의원들이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통한 가덕신공항 거점 항공사 확보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거세다. 시민사회는 에어부산의 주주로서 부산시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도 촉구했다.

신라대 김재원 항공대학장은 “항공산업은 국경을 초월해 활발하게 진행되는 만큼 기업 경쟁력을 키우는 방안을 고민하지 않는다면 가덕신공항 운영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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