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린 송 감독 “영화와의 인연, 운명처럼 느껴져”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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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메가폰
데뷔작으로 아카데미상 후보
12살 때 캐나다로 이민 떠나
감독의 자전적 경험 녹인 작품

셀린 송 감독이 6일 개봉하는 ‘패스트 라이브즈’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CJ ENM 제공 셀린 송 감독이 6일 개봉하는 ‘패스트 라이브즈’로 한국 관객을 만난다. CJ ENM 제공

“난 노벨상 받을 거야.”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나영은 왜 이민을 가냐는 친구 해성의 물음에 이렇게 답한다. 꿈 많던 나영은 20년 뒤 미국 뉴욕에서 극작가 일을 하며 살고 있다. 이젠 한국에 두고 온 나영이란 이름보다 ‘노라’로 불리는 게 더 익숙하다. 그러던 중, 오래전 친구 해성과 연락이 닿고 그와 끊어질 듯 이어지는 인연의 관계를 반복한다.

영화 속 나영은 열두 살에 부모님을 따라 캐나다행 비행기를 탄다. 셀린 송 감독도 그랬다. ‘넘버3’(1997년) ‘세기말’(1999년)을 만든 아버지 송능한 감독을 따라 초등학생 때 새로운 나라에 정착했다. 극 중 나영의 부모가 영화감독, 미술가 경력을 다 포기하고 이민 간 것도 실제 경험을 녹였다. 셀린 송 감독은 “이번에 한국에 오니 마치 집에 온 기분”이라며 “영화와의 인연이 운명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가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며 활짝 웃었다.

이 영화는 미국 오프브로드웨이에서 10여 년간 극작가로 활동한 송 감독의 영화 데뷔작이다. 한국인·한국계 감독의 작품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건 2020년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2021년 리 아이작 정 감독의 ‘미나리’ 이후 세 번째다. 셀린 송 감독은 “지금의 모든 결과는 ‘기생충’이 열어준 길”이라는 겸손한 말을 내놨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컷. CJ ENM 제공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 스틸컷. CJ ENM 제공

영화는 ‘인연’이란 소재를 중심에 둔다. 인연을 단순한 우연이 아닌, 전생의 관계에서 영향을 받은 동양적인 개념으로 다룬다. 송 감독은 “연극 작업 당시에도 늘 자전적 이야기를 무대에 올렸다”며 “뉴욕에 사는 저를 만나러 온 친구와 남편이 함께했던 어느 밤 술자리가 영화의 시작이 됐다”고 설명했다. “친구와 남편 사이에서 통역을 해주다가 마치 과거와 현재, 미래가 함께 술을 마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세 사람은 서로에게 무엇인가, 질문했을 때 ‘인연’이란 말밖엔 생각할 수 없었죠.”

감독은 이번 작품을 ‘인생 이야기’라고 했다. 한 남녀의 사랑과 인연을 중심에 둔 게 아닌 인생에 담긴 로맨틱한 장면을 비췄을 뿐이라고.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관객이 자연스럽게 영화에 녹아들기를 바랐다. 해성 역에 배우 유태오를 캐스팅한 것도 그의 표정에 인생의 여러 얼굴이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송 감독은 “(유태오 배우는) 마치 미국 타임스퀘어 전광판과 같은 얼굴을 갖고 있다”며 “마음이 얼굴에 솔직하게 드러나는 배우”라고 말했다. “유태오 배우에게 가능성을 봤어요. 어린아이와 어른의 얼굴을 모두 갖고 있었거든요. 여러 시간을 넘나드는 것 같이요. 해성 역 오디션을 가수 장기하 씨도 봤어요. 비록 영화에는 다른 역할로 출연하게 됐지만, 이것도 모두 인연 아닐까요?”

셀린 송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기분 좋은 설렘을 느낀다고 했다. 다른 후보작들이 워낙 쟁쟁해 수상은 언감생심이지만, 후보에 오른 것 자체로 기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이 영화의 이야기 자체가 영화 같다고 생각해요. 인간과 인간이 만나는 게 모든 드라마의 기본이잖아요. 앞으로도 제 이야기를 녹인 영화를 계속 만들고 싶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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