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고윤정 영도문화도시센터장 “고독사·지역소멸, 주민 밀착형 문화예술정책으로 해결 가능”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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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예술가, 고립 위험 주민 방문
공예·시 창작 같이하며 외로움 완화
지역거점 프로그램 운영 장관상 수상

고윤정 영도문화도시센터장은 “센터에서 가장 주력하는 분야는 문화예술로 주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영도문화도시센터 제공 고윤정 영도문화도시센터장은 “센터에서 가장 주력하는 분야는 문화예술로 주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이라고 했다. 영도문화도시센터 제공

“처음에는 조형물, 벽화 같은 문화예술 사업에 초점을 뒀습니다. 그러나 주민들과 만남에서 ‘문화가 사는 데 도움이 되게 해 달라’는 이야기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고윤정 영도문화도시센터장은 문화예술이 단순히 보기 좋은 것이 아닌 주민 삶과 밀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독사, 지역소멸, 열악한 교육 여건 같은 지역 문제에 문화예술로 접근할 수 있다는 뜻이다.

“사실 영도문화도시센터에서 가장 주력하는 분야는 문화예술로 주민들이 체감하는 삶의 질을 높이는 것입니다. 각종 수상 실적과 비교해서 눈에 띄지는 않아도 모든 센터 구성원이 주민 밀착형 문화예술정책을 펼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4월 영도문화도시센터에서 만든 ‘영도체’를 바탕으로 한 영도 문화도시 브랜드가 ‘iF 디자인 어워드 2023’ 브랜딩 부문 본상을 받았다. 2022년에는 ‘레드닷 디자인’ ‘IDEA’ ‘ADC’ 어워드에서도 수상을 거듭했다.

그는 세계적인 디자인상보다 주민 삶의 개선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관계성 회복’에 집중했다. 고령화, 독거노인 등으로 사회적 문제를 안고 있는 영도 지역에 맞춤형 문화예술정책을 고민했다. 동네 예술가가 고립 위험군 주민을 찾아가 외로움을 완화해 주는 ‘똑똑똑 예술가’는 그런 고민 끝에 나온 대표적 사례다. 이 사업은 시인 화가 등 예술가가 고립 가구를 찾아가 공예, 시 창작을 같이 하면서 외로움을 완화하는 사업이다. 지난해 똑똑똑 예술가가 주민 집으로 찾아간 건수는 420회로 모두 65명의 고립 주민을 발굴했다.

고 센터장은 “사회복지사가 복지 차원에서 고립 주민을 찾아가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복지 대상자임을 증명해야 하는 고립 주민은 자신의 불행을 보여줘야 한다. 그런 관계는 지속성을 갖추기 어렵다”며 “반면 예술가 방문은 목적과 방향성이 아예 다르다. 치유라는 큰 가닥 속에서 상호 교류가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영도문화도시센터는 동네 주민을 잇는 체계도 만들었다. 동네마다 주민들이 모일 수 있는 문화거점을 조성한 것이다. 슈퍼마켓 목욕탕 정원 등 주민이 친숙한 공간을 거점으로 활용했다. 주민들도 스스럼없이 자기 공간을 내줬다. 현재 41개 중심 공간을 필두로 170개 공간에 문화 커뮤니티가 생겼다.

영도문화도시센터는 지난달 문화체육관광부 주관 ‘2023 연결사회 지역거점 프로그램 개발·운영 우수 수행단체’로 장관상을 받았다. 문화예술로 지역 관계망을 회복한 영도문화도시센터 노력과 성과가 인정받은 셈이다.

“어린이 교육 문제도 신경 쓰고 있습니다. 체험 교육 등 어린이 프로그램이 없다는 불만이 누적되면 결국 지역 이탈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영도문화도시센터는 지난해 어린이 문화예술교육 전용 공간 ‘보물섬 영도’를 개관했다. 이곳에서는 어린이 마켓, 지역 탐방 등 다양한 교육·체험 프로그램을 어린이들에게 제공한다.

요즘 고 센터장은 아쉬움이 크다. 올해를 끝으로 영도에서 문화도시사업이 종료되는데 연속성을 잃을까 봐서다. 문화도시센터가 문을 닫아도 지금까지 펼친 사업을 이어갈 담당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 센터장은 “이런 유형의 사업은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전담 기관이 필요하다. 조직과 사람이 갖춰지지 않은 채 사업이 종료되면 연속성이 위협받을 것”이라며 “성과를 어떻게 계속 가져갈 수 있는지 연구하는 일이 남은 1년 동안 최대 숙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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