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엔 아직 128종 512마리의 동물들이 살고 있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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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원 4년 삼정더파크 가 보니

관람 없어도 매일 방사·입사 조치
사육사 13명 동물 관리에 구슬땀
흑표·사슴·양 등 최근 번식하기도
삼정 측 인건비·비용 등 아직 부담
체험학습용 임시 개장 희망 토로

휴원 4년째를 맞고 있는 부산 유일의 동물원 부산진구 초읍동 삼정더파크에서 사자, 코끼리, 기린 등 동물들이 사육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삼정더파크에는 지난달 기준 128종 512마리의 동물이 있는데, 사육사 13명이 돌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휴원 4년째를 맞고 있는 부산 유일의 동물원 부산진구 초읍동 삼정더파크에서 사자, 코끼리, 기린 등 동물들이 사육장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삼정더파크에는 지난달 기준 128종 512마리의 동물이 있는데, 사육사 13명이 돌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2020년 부산에 하나뿐인 동물원 ‘삼정더파크’가 문을 닫았지만, 동물들은 4년 동안 제자리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부산 어린이들이 다른 지역 동물원을 찾는 동안 500여 마리가 터전을 지켜온 셈이다. 천연기념물과 국제 멸종위기종(CITES) 등이 보호받는 중이고, 일부 동물은 번식에 성공해 ‘새로운 가족’도 탄생했다.

사육사를 포함한 직원들은 다시 동물원이 열릴 날을 고대한다. 특히 현장 체험학습 등으로 아이들에게는 임시 개방이라도 추진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관람객 없는 네 번째 ‘가정의 달(5월)’이 다가오리라곤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물들은 계속 보호받는 중이라 안전시설 등만 점검하면 빠른 개장 준비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삼정더파크는 부산시와 삼정기업 간 소송이 지속되면서 장시간 문을 닫고 있다. 적자를 떠안아 문을 닫은 삼정기업 측은 부산시가 협약에 따른 매수 의무를 거부하면서 2020년 민사소송을 걸었다. 대법원에 500억 원대 매매 대금 지급 청구 소송이 계류된 상태다.

■512마리가 사는 터전

지난 4일 오후 4시께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썰렁한 티켓 창구를 지나 장애물로 막힌 삼정더파크 입구에서 한 직원을 만났다. 직원은 동물원 내부를 동행하며 안내를 했다.

남미가 서식지인 ‘훔볼트 펭귄’ 11마리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펭귄들은 물가에 떼를 지어 한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호주가 서식지인 ‘동부회색캥거루’ 9마리는 산기슭을 오갔다. 일부는 사람에게 다가왔고, 나머지는 좌우로 뛰곤 했다.

기린은 ‘그랜트얼룩말’ 2마리와 같은 우리에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긴 목을 움직여 머리를 들이밀었다. 같은 낙타과인 ‘단봉낙타’와 ‘과나코’도 나란히 목을 내밀었다. 하이에나, 줄무늬스컹크, 라쿤, 수달 등 다양한 동물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었다.

시베리아 호랑이, 사자, 흑표, 히말라야 곰 등 맹수들도 위엄을 드러냈다. 코끼리는 코를 위아래로 활발히 움직였다. 흰손긴팔원숭이 3마리는 사람들이 다가온 유리벽에 붙어 떨어지지 않았다. 삼정더파크 안동수 동물관리본부장은 “여전히 다양한 동물을 보호하고 있는데 호랑이 한 마리는 영화 ‘대호’에 출연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삼정더파크에는 지난달 기준 128종 512마리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제 멸종위기종이 39종 121마리, 천연기념물이 5종 49마리였다.

새로운 생명 탄생도 예상된다. 안 본부장은 “가만히 앉아있는 흑표 1마리는 새끼를 밴 것으로 추정된다”며 “사슴이나 양도 출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에도 번식한 동물들이 있는데 보통 4월쯤 새 생명이 많이 태어난다”고 설명했다.

■“아이들 임시 개방이라도…”

삼정더파크는 사육사 13명이 동물 512마리를 보호하며 버티는 중이다. 보통 오전에 동물들을 방사하고, 오후 6시 전에 다시 실내로 들여보낸다. 먹이를 직접 만들기도 한다. 빈 우리에서 배설물 등을 꿋꿋이 치우는 직원 모습이 4일에도 눈에 띄었다.

직원들은 이렇게 오랜 시간 문을 닫을지는 몰랐다는 반응이다. 안 본부장은 “4년간 운영을 하지 못해 직원들이 많이 힘들어한다”며 “사육사가 26명에서 절반가량 줄었는데 모두 최선을 다해 동물을 보호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방사선실과 수술실 등도 깔끔한 상태였다.

특히 부산 아이들이 다른 지역 동물원으로 현장 체험학습을 떠난다는 점을 크게 안타까워했다. 그는 “엘리베이터 등에 대한 안전 점검을 마치고, 일부 시설을 수리만 하면 개장이 가능한 상태라 아쉬울 뿐”이라고 밝혔다.

삼정기업 측은 어린이 현장 체험학습을 위한 임시 개방 등이 추진된다면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유지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데다 적자가 예상되는 상태라 운영 주체 등을 두고는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삼정기업은 매달 인건비와 관리비 등으로 1억 4650만 원씩을 투입해 동물원을 유지하고 있다.

■대법원 계류된 동물원 소송

삼정기업은 4년 동안 부산시와 소송전을 벌이고 있다. 적자를 떠안으며 문을 닫은 상태에서 소송까지 겹쳐 운영을 재개할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다. 2020년 6월 삼정더파크 측은 부산시에 매매대금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2012년 9월 부산시와 삼정기업은 ‘동물원 조성 사업 정상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부산시가 동물원 준공 후 3년 이내에 운영사 매수 요청이 있다면 동물원을 최대 500억 원에 매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협약이었다.

2014년 동물원을 준공한 삼정기업은 3년간 운영을 마친 뒤 부산시에 대출 500억 원 승계를 요청했다. 하지만 부산시는 당장 승계가 어렵다며 3년 더 추가 운영을 부탁했다.

결국 6년간 적자를 떠안으며 동물원을 운영한 삼정기업은 2020년 부산시가 매입을 거부하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부산시는 동물원 일부 부지가 민간인 소유라 ‘사권’이 설정돼 공유재산으로 취득할 수 없다며 협약 이행을 거부했다. 1심과 2심은 부산시가 승소한 상태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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