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건축 불허’ 구청, 소송 지고도 항소… 사업자 “도산할 판”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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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주상복합 신축 놓고 갈등
전체 부지 4% 골목길에 입장 차
해운대구 “도로 해당, 폐지 불가”
사업자 “수년간 수백억 원 손실”

부산 해운대구청이 주상복합건물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아 수년간 방치된 우동의 한 폐상가(왼쪽)와 골목길. 독자 제공 부산 해운대구청이 주상복합건물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아 수년간 방치된 우동의 한 폐상가(왼쪽)와 골목길. 독자 제공

부산 해운대구청이 우동의 한 주상복합건물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고 버티다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법원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며 구청을 질타했다. 하지만 구청 측의 항소로 사업이 재차 지연될 우려에 처해 사업자 측은 “빚더미에 앉아 도산할 위기”라고 호소한다.

부산지법 제2행정부(재판장 문흥만)는 사업자 A 씨가 지난 1월 19일 해운대구청을 상대로 제기한 ‘주택건설사업계획승인 불가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판결문에 따르면 사업자 A 씨는 해운대구 우동 2207㎡ 부지에 지하 7층, 지상 42층 주상복합건물 1동의 신축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2020년 7월 전체 사업 부지 96%를 확보하고, 이듬해인 2021년 5월 소유권이전 등기를 마쳤다.

같은 해 사업자는 본격적인 사업 추진을 위해 해운대구청 건축위원회에 심의 신청을 했다. 문제는 전체 사업 부지 중 사업자가 매입하지 못한 나머지 4% 부지 때문에 발생했다. 해당 부지는 국유지로 29평(97㎡) 규모의 골목길이다.

주택법에 따르면 사업자가 부지의 80% 이상을 확보하고 나머지 토지가 매도청구의 대상이 되면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나머지 토지가 국유재산 중 행정재산에 해당하면 매도청구의 대상이 될 수 없다.

구청 측은 해당 골목길이 행정재산으로 ‘도로’에 해당한다며 사업계획 신청을 반려했다. 주민들이 골목길을 아직 이용하기 때문에 용도 폐지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업자 측은 주상복합 준공 전까지 골목길을 대체하는 신규 도로의 개설을 하겠다는 이행각서까지 썼지만, 구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A 씨가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법원은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구청이 행정재산으로 주장한 골목길이 일반재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주택건설사업 계획을 반려하기에는 해당 골목길의 보존가치가 적은데, 구청이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은 명백한 재량권의 일탈이라는 것이다. 게다가 해당 골목길은 구청이 정한 지구단위계획에서 도로가 아니라 이미 ‘상업용지’로 용도를 지정해 사업 추진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구청이 달성하려는 공익은 불분명하거나 미미한 반면, 사업자가 사업을 위해 오랜 시간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왔다는 점 등의 사정을 고려하면 원고가 침해받는 사익은 중대하다”며 “해당 골목길이 현재 이용 실태, 현황 등에 비춰 토지의 보존가치가 아주 높다고 보기도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면 구청의 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해운대구청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해운대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이 이용하는 도로를 사업자의 사익을 위해 용도폐지하기보다는 난개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신중한 결정을 내려야 해 항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A 씨는 부지 매입 후 약 4년이 지나도록 착공조차 하지 못해 극심한 재산상의 피해를 호소한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손실로 민형사상 소송까지 준비 중이다. 해당 부지는 수년간 폐상가로 방치돼 슬럼화된 상태다. A 씨는 “올해 5월까지 이자만 150억 원이 넘어 재산상 피해가 크다”며 “국토부 질의 등을 거쳐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 사업인데, 도저히 구청의 행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A 씨의 변호인 측도 “해운대구청은 소송에서도 도로라는 어떠한 증거도 제출하지 못한 채 기일만 여러 차례 지연시켜 고의적이고 위법한 행정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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