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금 어디 쓰나 ‘오리무중’… 고향사랑기부 확산 ‘발목’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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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누적 실적 1위 사상구
공모전 통해 활용 사업 정해
여타 지자체 “모일 때까지 예치”
투명성 위해 운용 결과 알려야

2022년 11월 10일 이대호가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이대호 선수 고향사랑 기부제 일일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고향사랑 모의기부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022년 11월 10일 이대호가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이대호 선수 고향사랑 기부제 일일 홍보대사 위촉식'에서 고향사랑 모의기부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 2년 차를 맞았지만 부산 지자체 대부분이 기금 사용처를 정하지 않고 있다. 기금이 어디에 어떻게 사용될지 불분명한 상황이 이어지면 고향사랑기부제 참여율도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기부로 이어질 수 있도록 특색 있는 기금 활용 사업을 정하고 홍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시와 부산 16개 구·군은 지난해 고향사랑기부제로 모인 기부금과 사용 내역을 12일 발표했다. 사상구가 지난해 누적액이 1억 6773만 5000원으로, 부산 지자체 중 1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 영도구(1억 530만 원), 기장군(1억 180만 원) 순이었다.

반면 기부금이 적게 모인 지자체의 경우 2000만~3000만 원을 겨우 넘긴 수준이다. 가장 저조한 실적을 기록한 지자체는 중구(2460만 원)다. 다음으로 수영구(2830만 원), 연제구(3193만 원) 순이었다. 고향사랑기금이 많이 모인 상위 3개 지자체와 1억 원 이상 차이가 나는 셈이다. 각 지자체는 고향사랑기부금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전년도 모금액과 기금 사용 명세서 등 내용을 공고해야 한다.

제도 시행 2년 차를 맞이했지만, 각 지자체는 기금 사용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자신이 낸 기부금이 어디에 어떻게 쓰이는지 알 수 없어 참여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전혀 개선되지 못한 것이다.

기금 사용처를 확정한 부산 지자체는 사상구 한 곳에 불과하다. 사상구는 기금 활용 아이디어 공모전을 열고 △지역 청년 예술가 지원 △중증질환자 운동치료 프로그램과 심리 치료 등 제공 △사상의 대표 먹거리 재첩 알리기 등 6개 사업에 지난해 모인 기금을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나머지 지자체는 ‘주민 복리 증진 사용 계획’이나 충분한 기부금액 규모가 모일 때까지 예치한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을 뿐, 구체적인 방안을 모색하지 않고 있다. 그나마 해운대구만 지난달 아이디어 공모를 받아 이달 말 활용 방안을 정할 계획이다.

특색 있는 기금 활용 사업을 빠르게 정하고 홍보해 제도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지난해 모금액이 저조했거나 마땅한 답례품이 없었던 지자체는 색다른 기금 활용 사업 발굴을 통해 반전을 노릴 수 있다. 그러나 정작 지자체는 답례품 목록 확대에만 혈안이 돼 있어 기금 활용 방안에 대해선 손 놓고 있는 것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특정 사업을 추진하기에 아직 모금액이 많이 부족하고 제약이 있다”며 “하반기 내 지역에 맞는 사업을 발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기금 활용 방안을 제시해야 기부자가 보람과 의미를 얻을 수 있는데, 지자체 의지가 부족해 보인다”며 “기금 사업과 더불어 기부금 운용 결과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기부자가 신뢰를 갖고 기부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착시켜야 사업이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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