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나아졌지만 체감경기 싸늘…이유는?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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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생산과 수출, 취업자수 호조세에도
청년·40대 취업자 감소에 소비는 제자리
반도체 의존도 크고 자영업자 지표 부족

최근 경기회복을 시사하는 경제지표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사진은 이미지 사진) 연합뉴스 최근 경기회복을 시사하는 경제지표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사진은 이미지 사진) 연합뉴스

최근 경기회복을 시사하는 경제지표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실제 국민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싸늘하다. 반도체에 대한 의존도가 커 균형있는 회복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자영업자들에 대한 정확한 지표가 나오지 않는 등 통계로 잡히지 않는 부분도 있다는 목소리다.

17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全)산업 생산은 3개월 연속 플러스(전월대비)를 기록했다. 생산이 석 달 이상 연속 증가한 것은 24개월 만에 처음이다.

2월 수출은 1년 전보다 4.8% 증가한 524억 달러를 기록했다. 하지만 생산과 수출이 좋아진 것은 반도체 호조의 영향이 매우 크다. 반도체 수출은 2월에 67% 증가했다.

2월 소비자물가는 3.1%를 기록하면서 2%대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4%선에 근접했던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하면 상승압력이 줄었다.

고용 시장도 큰 틀에서는 견조한 편이다. 2월 취업자는 32만 9000명 늘면서 두 달째 30만명대 증가 폭을 유지했다. 전체 고용률은 61.6%로2월 기준으로 가장 높았고, 실업률은 3.2%로 역대 2번째로 낮았다.

그러나 장바구니 물가, 청년·대기업 일자리, 내수 경기 등 국민 실생활과 직결된 부문에서는 싸늘한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

2월 물가 중에서 생활물가는 3.7% 상승했다. 신선과실(41.2%)을 중심으로 신선식품지수가 20.0% 치솟았다.

취업자가 30만명대 늘었지만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6만 1000명, 경제의 허리 격인 40대 취업자도 6만 2000명 감소했다. 청년과 40대 인구가 감소한 것이 주 원인이지만 인구감소율보다 취업자 감소율이 더 높다. 인구 고령화와 정부 직접일자리 사업 등으로 60대 이상 취업자는 29만 7000명 늘어났다.

내수는 움츠린 모습이다. 지난해 4분기 민간소비는 전기 대비 0.2%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들어 1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8% 증가했으나, 작년 동월 대비로는 3.4% 감소했다.

이런 괴리의 배경으로는 구조적 요인이 꼽힌다. 산업활동에서는 높은 반도체 의존도가 수출-내수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후방 산업 연관효과가 큰 자동차·조선업 등과 달리 반도체는 파급효과가 적다. 숫자로 된 지표만 좋게 한다는 지적도 있다.

자영업자들이 통계의 사각지대에 있는 점도 고려할 부분이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연체율이나 폐업률 외에는 영세 자영업자들의 현실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지표가 딱히 없다”며 “구조적인 문제도 있고 통계로 안 잡히는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청년층 고용도 문제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청년이나 40대의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가 줄다 보니 고용의 질이 좋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라며 “청년들이 원하는 일자리와 노동시장의 미스매치가 있다”고 말했다.

경기가 작년 하반기부터 서서히 반등하는 초입 단계일 뿐이며 경기회복으로 단정하기는 성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석병훈 교수는 “경기가 본격적으로 반등하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며 “기본적으로는 기준금리가 인하되기 시작해야 체감경기 온기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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