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1억 원 훌쩍 넘는 은행원들 "임금 8.5% 올려달라"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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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조, 평균치 4배 인상 요구
주 4.5일 근무제·과당경쟁 금지도
'이자 장사' 부정 여론 확산 조짐

사진은 서울 종로구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연합뉴스 사진은 서울 종로구 시중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연합뉴스

은행권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어느 때보다 곱지 않은 가운데 시중은행 노조가 속한 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이 올해 임금 8.5% 인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미 국내 대부분의 은행의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어선 점을 감안할 때 “너무 과하다”는 목소리가 금융권 안팎에서 흘러나온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최근 사용자 측에 임금단일협상(임단협) 요구사항으로 임금인상률 8.5% 제시했다. 이는 최근 5년간 금융노사 평균 임금인상률(2.24%)의 네 배에 가깝고, 협상 결렬로 총파업에 나섰던 2022년(6.1% 인상 요구)보다도 높은 수치다. 노조 측은 올해 경제성장률(2.1%)과 소비자물가 인상률 전망치(2.6%), 최근 3개년 동안 발생한 실질임금 저하(3.8%) 등을 고려해 인상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월급은 올려달라는 요구를 하면서도 일은 덜 하겠다며 이른바 ‘주 4.5일 근로제’ 도입도 요구하고 나섰다. 아울러 영업시간 변경 시 노조와 사전 합의, 과당경쟁 금지 등도 주요 안건으로 올렸다. 영업시간 변경의 경우 은행들이 최근 직장인 등의 편의성 확대를 위해 영업 종료시간을 기존 16시에서 18시 등으로 옮긴 것인데 고객 불편이 초래될 수밖에 없다.

금융노조의 임금 인상안 요구를 놓고 금융권에서는 벌써부터 과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4대 시중은행(KB국민, 신한, 하나, 우리)의 임직원 평균 연봉은 1억 1675만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노조 요구대로 8.5%를 인상할 경우 이들의 평균 연봉은 1억 3000만 원에 육박하게 된다.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들 역시 대부분 평균 연봉이 1억 원을 넘거나 근접한 상태다.

특히 홍콩 ELS 사태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점은 문제로 거론된다. 대규모 불완전판매로 은행과 소비자 사이에 갈등이 확산하는 가운데 높은 임금 인상으로 논란의 불씨가 옮겨붙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홍콩 ELS 사태 손실액은 이미 1조 2000억 원을 넘어선 데 이어 연말까지 최대 6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몇 년째 계속되는 은행의 ‘이자 장사’ 논란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최근 경기침체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은행권만 여전히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부는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권의 이자 장사가 도를 넘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은행의 한 관계자는 “홍콩 ELS 사태와 이자 장사 논란으로 국민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 있다”며 “금융노조가 8.5%에 달하는 임금 인상안을 내놓은 것은 은행 입장에서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고 전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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