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권 민낯 드러낸 막말·망언, 유권자가 심판해야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선거 앞두고 부실한 공천 방증한 셈
국민감정 해치는 후보 단호히 퇴출을

18일로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D-23을 맞았다. 여야 대진표가 마무리되면서 후보들의 막말과 망언이 총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3월 국회 본회의 모습. 18일로 22대 국회의원 선거가 D-23을 맞았다. 여야 대진표가 마무리되면서 후보들의 막말과 망언이 총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은 3월 국회 본회의 모습.

22대 총선을 20여 일 앞두고 후보들의 막말이 봇물처럼 쏟아진다. 여야의 입단속을 비웃듯 또 다른 막말 논란이 연일 이어지면서 총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난교 예찬’ ‘부산 비하’ ‘일제 옹호’ ‘노무현 불량품’ 등 열거하기 힘들 만큼 사례가 넘친다. 표현도 저질적이고 모욕적이며 망언 수준이다. 극단의 표심을 자극해 선거에 이용하려는 욕심의 소산일 텐데, 결국 이를 걸러내는 공천 시스템이 부실했다는 방증이다. 말 그대로 우리 정치권의 부끄러운 민낯이 아닐 수 없다. 선거철이면 가열되는 막말의 정치는 더 이상 통상적인 일로 치부할 때가 아니다. 막말 정치인이 발붙일 수 없게 정치권 차원의 단호한 대처가 필요하다.

여야 대진표가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막말은 여야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부산 수영구 국민의힘 경선에서 승리한 장예찬 후보는 17일 결국 공천이 취소됐다. ‘난교 예찬’과 ‘대마초 옹호’ 등 잇단 부적절 발언이 도마 위에 올랐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정봉주 의원도 과거 ‘목발 경품’ 발언이 문제가 돼 공천이 취소됐다. 이밖에 국민의힘 도태우 후보가 ‘5·18 폄훼’ 발언으로, 조수연 후보는 ‘일제강점기 옹호’ 언급으로 논란을 빚었다. 민주당 양문석 후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불량품’ ‘매국노’라고 일컬은 사실이 드러났다. 김우영 후보는 ‘정의를 쌈 싸서 개에게 처먹여’ 등 귀를 의심케 하는 막말을 한 경우다.

문제의 발언을 한 당사자들은 여론을 의식해 즉시 사과하고 여야도 당 차원에서 막말 경계령을 내렸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공인 의식도 없고 역사 인식도 부족한 막말은 사회 전체에 큰 악영향을 미친다. 정치인의 편향된 사고방식도 통합의 정치를 원하는 국민들의 불신을 부추길 뿐이다. 발언 내용도 내용이지만 욕설에 가까운 표현도 우리 정치문화의 낮은 질적 수준을 잘 보여준다. 이 모두가 진영을 양분해 증오 정치를 만들어낸 거대 양당 탓이 크다고 할 것이다. 특히 선거 국면에서 국민 눈높이에 어울리는 정치 언어는커녕 서로를 악마화하는 막말만 난무하는 꼴이라 남은 선거 기간 국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발언 자체의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각 정당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그동안 후보 검증 작업이 얼마나 원칙 없이 부실했기에 막말 후보들이 공천됐는지 의아하다. 이전 사례를 봐도 막말 정치인에게 공천 불이익을 주겠다는 다짐은 별로 지켜진 적이 없다. 사태가 이러하니 숨어 있던 막말 전력은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고, 절제되지 못한 막말 행진 역시 앞으로 계속되리라는 우울한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이래서는 곤란하다. 확고한 기준의 공천 시스템이 제대로 된 후보를 뽑는 구조가 돼야 한다. 공천 이후의 막말 정치인이라면 단호한 퇴출 조치가 필요하다. 최종적으로는 유권자들이 엄정한 안목으로 걸러내는 수밖에 없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