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 내홍 잠재울 ‘태국 2연전’…손흥민-이강인 ‘속죄의 합작골’ 쏠까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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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서울, 26일 방콕서 맞대결
완승으로 각종 논란 끝낼지 관심
이, 선수단 앞에서 공개 사과해
손 “똘똘 뭉칠 수 있는 계기 됐다”
황선홍 임시감독, ‘한마음’ 강조

지난 아시안컵 기간 주장 손흥민과 물리적 충돌을 빚은 이강인이 2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경기를 앞두고 열린 공식훈련에 앞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아시안컵 기간 주장 손흥민과 물리적 충돌을 빚은 이강인이 2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경기를 앞두고 열린 공식훈련에 앞서 심경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각종 논란에 휩싸인 위기의 한국 축구가 3월 A매치 기간 ‘태국전 압승’으로 반전을 노린다. 경기를 하루 앞둔 공식 기자회견에서 팀워크를 강조한 황선홍 임시감독의 바람대로, 논란의 핵심 이강인이 주장 손흥민과 함께 속죄의 합작골을 터뜨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한국은 21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을 상대로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3차전을 치른다. 26일 태국 방콕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4차전까지 단 2경기만 임시로 A대표팀을 이끄는 황선홍 23세 이하(U-23) 대표팀 감독은 단단한 팀워크와 압도적인 승리로 대표팀의 내홍을 해소하겠다는 각오다.

지난 카타르 아시안컵 때 무딘 공격력을 감안하면, 스트라이커 출신 황 감독이 태국전에서 누구를 최전방에 세울지 관심사다. 그동안 대표팀에선 조규성(미트윌란)이 2022 카타르 월드컵부터 원톱 공격수로 나섰지만 최근 분위기가 좋지 않다. 조규성은 지난달 아시안컵 때 1골에 그쳤고, 이후 소속팀에 복귀해서도 페널티킥 두 번 실축 등 부진했다. 국가대표 합류 직전까지 2골을 터뜨렸지만 모두 페널티킥이었다.

분위기 쇄신을 위해 늦깎이 국가대표 주민규(울산)를 원톱으로 내세울 가능성도 있다. 1990년생 주민규는 이번 A매치를 앞두고 만 33세에 생애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주민규는 최근 세 시즌 동안 K리그1에서 56골을 몰아치며 2차례 득점왕에 오르는 등 K리그 최고 골잡이로 자리잡았다. 황 감독도 국가대표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3년간 K리그에서 50골 이상 넣은 선수는 없다. 더는 설명이 필요 없다”며 신뢰를 보였다. 주민규도 이에 화답해 “막내라고 생각하고 머리 박고 간절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주민규가 21일 태국전에서 그라운드를 밟으면 역대 최고령 A매치 데뷔 기록(33세 343일)을 세운다.

2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경기를 하루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태국과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경기를 하루 앞둔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승리가 절실한 대표팀의 여건은 녹록지 않다. 18일부터 소집 훈련에 들어갔지만, 유럽파 선수들이 순차적으로 합류하면서 완전체로 손발을 맞춘 건 20일 오후 공식훈련 단 한 차례에 불과했다. 이날 황 감독은 전반적인 전술 콘셉트를 선수들에게 숙지시키는 수준에서 호흡을 맞췄다.

뒤늦게 합류한 유럽파의 컨디션을 고려하면 1차전에서 국내파를 좀 더 중용하는 방안도 있지만 감독 입장에서 최상의 멤버 조합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위상을 고려한다면 손흥민과 이강인이 동시에 그라운드를 밟을 가능성이 높다. 두 선수의 발끝에서 골이 터져, 대승을 거둔다면 그동안 대표팀의 부진과 각종 구설을 일순간에 잠재울 수 있다. 앞서 이강인은 직접 런던까지 날아가 손흥민에게 사과하며 소위 ‘탁구게이트 갈등’을 풀었고, 지난 19일 저녁에도 선후배들 앞에서 ‘공개 사과’의 시간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오후 공식훈련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손흥민은 “강인이가 모든 선수 앞에서 자기가 어떤 행동을 했고, 뭘 잘못했는지 말하고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과에는 용기가 필요한데, 강인이가 용기 있는 자세를 보여줘서 선수들이 그 마음을 잘 받아줬다”며 “똘똘 뭉칠 수 있는 계기가 생긴 것 같다. 분위기가 나쁘지 않다”고 전했다.

이날 훈련 시작 직전 취재진 앞에 선 이강인도 “모든 분의 쓴소리가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많은 반성을 하는 기간이다”며 “좋은 축구선수뿐만 아니라 더 좋은 사람, 팀에 더 도움이 되고 모범적인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다”고 다짐하며 고개를 숙였다.

한편, 동남아 축구 최강인 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기준으로 한국(22위)보다 79계단 낮은 101위에 위치해 있다. 객관적인 전력은 한국보다 아래지만 2차 예선 상대 중 가장 껄끄러운 팀으로 꼽힌다.

태국은 지난해 일본 출신 이시이 마사타다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뒤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16강에 진출했고, FIFA 랭킹도 12계단이나 오르는 등 최근 상승세다. 통산 상대 전적은 30승 8패로 한국이 크게 앞서지만,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8강전 패배 등 주요 고비에서 발목을 잡힌 아픈 기억이 있다.

황 감독은 “선수단에 한마음 한뜻으로 준비하자고 얘기했고, 대표팀 동료들과 이강인이 합심해서 풀어내는 게 중요하다”며 “운동장에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내일이 그날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2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한국-태국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20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한국-태국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오른쪽)과 황선홍 임시감독이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한국-태국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축구대표팀 주장 손흥민(오른쪽)과 황선홍 임시감독이 2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2차 예선 한국-태국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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