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비트코인 1억 원 돌파의 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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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홍열 비댁스 대표·변호사

상승 원동력 중 하나는 한국 시장
국내 코인 수익률 해외보다 높아
소위 ‘김치 프리미엄’ 발생하게 해

우리나라 법인 계정 개설 사실상 막아
시세 평준화 작동하기 힘든 구조
가상자산 시장 압력·압박 없었으면

비트코인이 역사적 고점을 연일 경신하고 있다. 불과 작년 1월만 하더라도 1비트코인은 2500만 원 선이었는데, 이제 1억 원으로도 살 수 없을 정도로 상승하고 있다.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가 승인되면서 거대 자본을 보유한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이 본격적으로 가상자산 시장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이에 덩달아 다른 코인들도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고물가에 경제는 어렵고 시중에 현금은 없다고 하는데도 이렇게 비트코인을 상승시키는 요인은 무엇인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현실 세계에서 담보되는 실물 자산도 없는데 어떤 변수가 이러한 변화를 이끌었는지 파악하기 어렵다. 수익을 추구해야 하는 자본이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에서 길을 찾지 못해 가상자산 쪽으로 몰려왔기 때문일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보면 가상자산이 이제 본격적으로 재산권으로서 인정받기 시작한 것이다.

놀라운 것은 이러한 상승 랠리의 원동력 중 하나가 바로 우리 한국 시장이라는 사실이다. 한국의 가상자산 투자자들은 상승 랠리에 자금을 집중시켜 그 효과를 폭발시키고 있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이나 다른 코인들의 시세는 해외 시세들과 비교해 작게는 3~4%, 크게는 7~8%까지 높게 형성되어 있다. 쉽게 말해 한국에서는 가상자산을 해외보다 훨씬 비싸게 사고 있는 것이다. 이를 소위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되면 해외에서 싼 가격에 비트코인을 사서 한국 거래소에 가져와 팔아, 그 차액만큼 쉽게 수익을 올리게 된다. 차액 거래로 인한 수익률이 7~8%에 이른다. 이러한 사실을 경고하듯 강조하는 거래소도 있지만, 이는 투자자들에게 주의를 환기하기보다는 오히려 더 열광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 투자자들은 비이성적이거나 무지해서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문제는 한국 가상자산 시장만이 갖는 규제가 주된 원인이다. 사실 규제라고 하기도 어렵다. 소위 금융당국의 ‘창구 지도’라 일컬어지는 구두 경고에 근거한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법인이 가상자산에 투자하거나 거래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령은 없다. 그런데도 법인은 가상자산 거래소에 계정을 개설할 수 없다. 2년 전에 코빗이 법인 계정 개설을 시작했다가 금융당국의 제지로 소리 소문 없이 중단했던 적이 있다. 그 이후로 법인 계정 개설은 국내 거래소에서는 금기시되고 있다. 즉, 한국 가상자산 거래소에서는 법인이 원화 거래를 할 수 없다. 해외에서도 가능한, 그리고 개인도 가능한 ‘법정화폐로 가상자산을 사고파는 것’이 법인에 있어서는 봉쇄돼 있다.

이 때문에 기관투자자들은 한국 가상자산 시장으로의 접근이 어려워진다. 결국 다른 해외 거래소들과 시세 차가 발생해도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없어, 김치 프리미엄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해외의 경우, 아주 약간이라도 시세 차가 발생하면 자본력이 있는 기관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시세가 높은 곳으로 이동해 순식간에 시세 차이가 소멸한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이러한 시세 평준화가 작동하기 힘든 상황이다. 아마도 우리 금융당국은 상대적으로 자본력이나 정보력에서 열위에 있는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소 진입을 차단하는 것 같다. 하지만 이게 오히려 가상자산 시세 왜곡을 낳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공공연히 알려진 바로는 소수의 법인은 개인 투자자로부터 거래 계정을 빌리는 등의 방법으로, 마치 개인인 것처럼 가장해 거래하는 탈법적인 양태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2년 전에 김치 프리미엄을 악용해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빠져나간 13조 원의 돈이 위법한 형태로 해외로 송금된 사건이 있었는데, 김치 프리미엄이 없었다면 감히 그러한 불법적인 일을 실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주식시장은 개인이 직접 주식에 투자해 손실을 보는 것을 보완하기 위해 여러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ETF도 그중 하나다. 그런데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기관투자자들이 개인들을 고객으로 받아 그들의 투자금을 모아 큰 자본력을 바탕으로 거래한다는 것이다. 즉, 기관투자자의 거래가 활성화되면 개인 투자자의 리스크 헤지 수단이 만들어질 수 있다. 현재 정부 당국에서도 기관투자자의 가상자산 거래에 대해 활발하게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상자산이 적어도 MZ세대들에게는 부동산, 주식 같은 재테크 수단이자 주요한 자산 중 하나인데, 압력이나 압박이 능사는 아닐 것이다. 24시간 글로벌로 유통되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김치 프리미엄이 더 이상 한국만의 왜곡된 시장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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