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의 날’ 제정이 뭐가 중헌디… 본질 벗어난 ‘국악진흥법’ 간담회 [부산문화 백스테이지]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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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시행 앞둔 문체부 간담회
국악 진흥보단 기념일에 관심
홍보도 안 돼 20여 명만 모여

지난 22일 국립부산국악원 세미나실에서 열린 '2024 함께 만들어가는 국악진흥법' 간담회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22일 국립부산국악원 세미나실에서 열린 '2024 함께 만들어가는 국악진흥법' 간담회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국악인들의 숙원이던 국악진흥법이 지난해 국회 통과 후 오는 7월 말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다. 주무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 이하 문체부)는 최근 전국 5개 권역(18일 서울·경기권, 19일 강원권, 20일 호남권, 21일 충청권, 22일 영남권)을 돌며 ‘2024 함께 만들어가는 국악진흥법’을 주제로 현장 간담회를 진행했다.

때마침 부산에서 영남권 간담회가 국립부산국악원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찾아갔다. 말 그대로 국악을 진흥시키기 위한 법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구체적인 내용과 본격적으로 법이 시행되면 국악의 위상이나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이 얼마나 달라질 것인가가 궁금해서였다. 특히 대통령령(시행령)으로 위임된 4개 조항(제6조 실태조사, 11조 전문 인력의 양성, 14조 국악의 날 지정, 16조 지원 기관의 지정 등)에 대해 국악인들은 어떤 견해를 가지는지도 알고 싶었다.

하지만 간담회는 의견 수렴 절차라고 하기엔 너무 실망스러웠다. 주최 측인 문체부에서는 한 명의 직원도 현장에 나오지 않았으며, 주관처인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간담회 자료집은 고사하고 관련 유인물 하나 준비해 오지 않았다. 행사 장소를 제공한 국립부산국악원 관계자와 발표자 10여 명을 제하면 순수 시민 참석자는 10여 명에 불과했다. “함께 만들어가는 국악진흥법을 위해 마련한 공론의 장”이라는 취지가 무색했다.


지난 22일 국립부산국악원 세미나실에서 열린 '2024 함께 만들어가는 국악진흥법' 간담회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지난 22일 국립부산국악원 세미나실에서 열린 '2024 함께 만들어가는 국악진흥법' 간담회 모습. 김은영 기자 key66@

이날 간담회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이정희 박사의 ‘국악진흥법 제정 과정과 향후 과제’라는 기본 발제에 이어 3명의 패널이 각각 △국악의 날 지정에 대한 의견(최헌 부산대 명예교수) △국악의 날을 즐길 사람과 공간(이승희 영남대 교수) △청년 국악인이 바라본 국악진흥법 제정에 대한 기대(이진희 국립부산국악원 악장)를 10분 남짓에 걸쳐 제안, 발표했다.

관련 종사자와 시민 등 현장 참석자의 자유 토론 순서가 마지막에 있었지만, 안타까움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대부분이었다. “국악진흥법을 통해서 앞으로 뭘 하고 싶은지 묻고 싶은데 자꾸만 본질을 흐리는 이야기만 하고 있다.”(20년 경력의 현장 교사), “이번 간담회가 다섯 번째라고 하는데 목적성이 불분명하다. 공교육 안에서의 국악 교육 부재를 근본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어야 한다.”(국악 강사), “국악진흥법에 따르면 국악이란 우리 민족의 고유한 예술적 표현 활동인 전통음악, 전통무용, 전통연희를 포함하는데 특정 분야로 한정되지 않으면 좋겠다.”(현장 무용인), “이미 서울에선 새로운 법인체를 만드니 뭐니 하는데 지방에선 감감하다. 법 만드는 사람들과 원로들 몇몇만 머리를 맞댈 게 아니라 폭넓은 홍보를 당부한다.”(국악인) 등이다.

이날 시민 자격으로 참석한 정은경 부산교대 교수가 중요한 지적을 했다. “국악진흥법은 국악을 진흥시키기 위한 법이다. 이게 핵심이다. 국악의 날 제정이나 국악 주간을 만들어 공연 몇 개를 더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국악계의 체질 개선과 지원 없이도 자립할 수 있는 생태계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시행령에 공교육 안에서 국악 교육을 강화하고, 각 지자체는 관련 조례를 제정하는 등 지역사회와 연계가 필요하다.” 나중엔 사회자까지 거들었다. “법은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나은데, 이걸 어떻게 견제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부디 시민들이 견제하고 감시해 주기 바란다.” 이번 간담회를 진행한 문체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은 이런 목소리를 귀담아들어야 할 것이다.


김은영 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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