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의료 제대로 살리려면 지역의사제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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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도 2007년에 도입해 효과 ‘톡톡’
필수의료 살리는 길… 선택 아닌 필수

일본 규슈지방 사가현에 있는 국립 사가대학교 의학부 전경. 사가대 의대는 2023년도 의대 입학정원 103명 중 23명을 지역의사제로 선발했다. 23명 중 5명은 임시정원(정원 외) 전형이다. 서일본신문 제공 일본 규슈지방 사가현에 있는 국립 사가대학교 의학부 전경. 사가대 의대는 2023년도 의대 입학정원 103명 중 23명을 지역의사제로 선발했다. 23명 중 5명은 임시정원(정원 외) 전형이다. 서일본신문 제공

의대 입학 정원 확대를 둘러싸고 촉발된 정부와 의료계 간 ‘강 대 강’ 대치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양측 모두 조금이라도 양보할 기미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의대 증원을 추진하는 것은 고령화로 인한 의료 수요 증가에 대비하고 필수의료 인력 부족과 지역 간 의료 격차를 메우기 위해서다. 〈부산일보〉 취재팀이 일본의 의료 현장을 취재한 결과 필수의료 쪽으로 의사들을 유인하기 위해 지역 의대 졸업생이 의사면허 취득 후 해당 지역에서 일정 기간 의무적으로 근무하도록 하는 지역정원제(의사제)를 시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단지 의사 증원만으로는 지역 간 의료 격차 해소와 필수의료 인력 확보가 어렵기 때문이다.

〈부산일보〉 취재에 따르면 일본은 2007년 지역의사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현재 일본 전체 80개 의과대학 중 71개 대학이 지역의사제를 도입하고 있다. 2021년 일본 지역의사제로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의 지역 정착률은 무려 95.3%에 달했다. 한국이 대학 정원 증원과 지역의사제를 반대하는 동안, 일본은 지역의사제 비율을 꾸준히 높여왔다. 2023년 일본 의대 정원의 19% 수준이다. 고되고 위험한 필수의료를 기피하기는 일본의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필수의료 체계가 돌아가는 것은 지역의사제의 효과 덕분이다. 필수의료 강화와 응급의료 체계 구축은 우리도 못할 이유가 없다.

정부는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이는 의무적 근무가 아닌 의료 인력의 자발적 유입이라 지역의료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일본처럼 지역의사제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지난해 보건의료노조가 전국의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83.3%가 지역의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했다. 수도권과의 의료 격차가 심각한 현실을 반영한 결과였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에도 돌아오지 않는 전공의를 대상으로 이번 주부터 ‘면허 정지’ 처분을 시작하겠다고 공표했다. 전국 의대 교수들은 25일부터 집단 사직서 제출을 시작한다. 의·정 갈등을 해결할 협상 돌파구가 보이지 않으면서 애꿎은 환자 피해만 더욱 커지고 있다.

의사 부족으로 인해 지역의료가 무너지는 현실을 더는 방치할 여유가 없다. 의대 증원과 더불어 지역의사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의대 증원에 따라 지방 의대 출신 의사가 아무리 늘어난들 수도권으로 가버리면 아무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지역의사제는 지역 필수 공공의료를 살리는 길이 될 수 있다. 지역의사제를 바탕으로 지역의료가 강화돼야 한다. 정부도 우리 실정에 맞게 지역의사제 도입을 적극 검토하는 게 옳다. 지역 특성에 맞는 공공의대 설립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만하다. 더 이상 비수도권 지역 주민의 생명과 건강이 볼모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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