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상국립대 국내 첫 지역의사전형 도입에 거는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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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원 매몰돼 지역·필수의료 논의 소홀
지역의사제 계기 의료개혁 되새겨야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5일 경남 진주시 경상국립대학교에서 열린 의대 운영대학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5일 경남 진주시 경상국립대학교에서 열린 의대 운영대학 현장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으로의 ‘의사 쏠림’과 지역의료의 공동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의료 붕괴 현상이 소도시나 농촌으로 갈수록 심각해지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가 2000명 늘린 의대 정원 대부분을 지역에 배정한 것은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의대생 증원이 지역의료 생태계 회복의 근본 치유책이 될 수는 없다. 이미 지역 의대는 정원의 상당 부분을 지역인재전형에 할애하고 있으나 수도권 유출을 막는 데는 역부족이었다. 애초 수도권 출신이 많고, 전공의 수련 기회와 정주 여건 등 이유로 지역을 떠나는 것이다. 의대생 수만 늘린다고 지역·필수·공공의료가 실현될 리 없다. 정부와 지자체 역할까지 포함된 세밀한 로드맵이 필수적이다.

경상남도 진주시 소재 경상국립대 의대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지역의사전형 도입을 검토한다고 밝혀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졸업 후 10년간 지역에서 근무하는 지역의사를 양성하겠다는 것이다. 지역의료의 맹점으로 꼽혀 온 수도권 유출과 의료 인력 부족을 개선하는 의미 있는 첫걸음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대학은 당초 76명 정원에 124명이 늘어나 모두 200명을 모집할 예정인데, 5% 수준인 10명 내외를 지역의사전형으로 뽑는다는 것이다. 이 전형으로 선발되면 지자체 등에서 교육비와 장학금을 지원해서 지역 정착을 유도한다. 이 모델이 다른 지역거점 국립대로 확산되면 의료개혁의 중대 분기점이 될 수 있다.

지역의사제는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체계를 논의하는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정부가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를 제안한 바 있지만 의무가 아닌 자발적 선택에 의존하는 방식이라 현실성이 떨어졌다. 경남 유일의 경상국립대 의대에서 지역의사가 배출되고 경남에 정착하는 의사 수가 늘어나면 경남도민으로선 환영할 일이다. 다만 경남에 남은 지역의사 모두가 기피 과목으로 지목되는 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과 등 필수의료 분야로 유입되기는 어렵다. 이는 공공의료 확보와도 연계된 문제다. 지역의사전형이 자리 잡으면 자연스럽게 필수의료전형 도입 논의로 이어갈 수 있다. 지역의사제를 계기로 지역·필수·공공의료의 기틀을 잡으면 된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대 교수들의 사직계 제출이 이어지는 가운데, 27일 정부는 재정투자 중점 분야로 ‘필수의료 분야 육성과 지역 거점병원의 공공성 확대’를 포함한다고 발표했다. 뒤늦은 감이 있지만 옳은 방향이다. 2000명이라는 숫자에 매몰된 탓에 이 논의가 시작된 본질적 이유인 지역·필수·공공의료 생태계 정상화는 가려진 측면이 있다. 정부 방침은 현실화되어야 하고, 경상국립대 의대가 꺼낸 지역의사제 도입의 문제의식은 확산돼야 한다. 지역·필수·공공의료 체계의 밑그림을 그리면서 의료 인력의 규모도 들여다보는 계기가 되는 게 바람직하다. 지역의사제가 지역·필수·공공의료 정상화 로드맵의 견인차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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