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포에서 음악에 취하다…하이파이 오디오 청음실부터 오케스트라풍 카페까지 [혼잘알] ④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나는 사람을 만나고 친해지는 게 싫어!” “전 혼자 있는 게 더 좋아요.” MBC 국민예능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남긴 말입니다. ‘혼생’이 더 즐겁다는 박명수의 어록은 수많은 ‘짤’을 탄생시킬 정도로 공감을 불렀습니다. 그래서 찾아봤습니다. 사람과 친해지지 않아도, 친구나 애인이 없어도 나 홀로 재밌게 놀러 다닐 수 있는 방법을. 둘도 없는 '찐친'이 전하는 후기라면 더 살갑겠지요? 그래서 '츤데레 스타일 명수체’로 전해드립니다! 그러니 막말한다고 나무라는 것은 자제해 주시길^^


“달디달고, 달디달고, 달디단, 밤양갱~”. 아 요새 나도 모르게 계속 이 노래를 흥얼거리게 되네. 지금 제일 핫한 곡이 ‘밤양갱’인 건 다들 알지? 중독성이 강해서 자꾸 듣게 된단 말이지~

그런데 노래 듣기 좋은 곳은 좀 알고 있니? 나처럼 음악과 음질에 진심인 ‘덕후’들한테 아쉬운 게 바로 청음 공간이야. 부산에선 고음질 스피커로 노래를 마음껏 들어 볼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단 말이지. 뮤직 이즈 마이 라이프인데, 이게 말이 되냐고.

하지~만! 서면 전포에 하이파이(Hi-Fi) 오디오를 들어 볼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하더라고. 마침 근처에 음악 듣기 좋은 카페도 있대서 두 군데 다 들러 봤어~


하이파이 오디오로 신청곡 틀어 주는 ‘잔향실’

음악감상실에 가본 게 언제였더라. 대학 시절에는 학생들 위한 음악감상실이 있어서 종종 갔는데, 졸업하고 나서는 처음 가봐. 우리 아버지도 젊었을 때는 명품 스피커 있는 곳 찾아다니면서 열심히 음악을 들으시곤 했다는데 요새는 이런 곳이 별로 없다~이 말이야!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음악감상실에 가본 게 언제였더라. 대학 시절에는 학생들 위한 음악감상실이 있어서 종종 갔는데, 졸업하고 나서는 처음 가봐. 우리 아버지도 젊었을 때는 명품 스피커 있는 곳 찾아다니면서 열심히 음악을 들으시곤 했다는데 요새는 이런 곳이 별로 없다~이 말이야!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일단 내가 찾아간 청음실은 전포역 근처에 있는 ‘잔향실’이야. 자리가 많지 않아서 네이버로 미리 예약하고 가는 게 좋아. 가격은 평일 기준으로 1인석은 시간당 9000원, 2인석은 1만 8000원인데 주말에는 1000원씩 더 내야 해. 음악 1시간 듣는데 1만 원이라니, 솔직히 약간 비싼 느낌이 들었는데 직접 이용해보니까 또 괜찮더라고.

우선 잔향실의 매력은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신청하면 고퀄리티 오디오로 틀어 준다는 거야. 물론 1시간 내내 내가 신청한 곡만 들을 수 있는 건 아냐. 다른 손님들도 있으면 번갈아가면서 들어야 해. 그래서 난 최대한 손님이 없을 만한 평일 오후 3시로 예약하고 찾아갔지. 리뷰를 보니까 1시간이 금방 지나간다고 해서 2시간을 잡았어. 참고로 잔향실 영업시간은 매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고, 매주 월요일은 휴무야.

자 그럼 이제 노래 들으러 출바알~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4층까지 계단으로 걸어 올라갔는데, 아직 손님이 없더라? 일단 미리 생각해 둔 5곡 정도를 종이에 적어서 직원한테 전달하고 적당한 자리에 앉았어.

잔향실 안내 사항인데, 가 볼 생각 있는 사람은 미리 잘 읽어보시라고~.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잔향실 안내 사항인데, 가 볼 생각 있는 사람은 미리 잘 읽어보시라고~.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종이에 적어 낸 신청곡들. 악필인 건 나도 알아요. 천재는 악필이라고 하던데…흠흠.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종이에 적어 낸 신청곡들. 악필인 건 나도 알아요. 천재는 악필이라고 하던데…흠흠.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제일 중요한 건 스피커잖아? 잔향실에 들여놓은 스피커는 프랑스 ‘포칼’사의 ‘소프라2’였어. 포칼은 사제 카오디오 튜닝으로도 유명해서 알 사람은 다 아는 유명한 프리미엄 브랜드지. 여기 있는 소프라2는 2500만 원 정도 나가. 7500만 원 정도 하는 ‘스칼라 유토피아’ 같은 하이엔드급이랑 비교하면 해상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기는 하지만, 살면서 2000만 원 넘는 스피커로 음악 들어 본 사람은 별로 없을 걸? 그리고 스피커 못지않게 중요한 앰프는 ‘네임오디오’사의 ‘유니티 노바’인데…검색해보니 1000만 원이 좀 안 되네. ‘만지지 마세요’라고 안 해도 아무도 안 만지겠다.

잔향실 내부 모습도 봐야지. 그리 넓지 않아서 음압을 느끼기에 좋고, 한쪽 벽에 통창을 설치해서 개방감이 있었어. 2인석 2개, 1인석 3개로 총 7자리가 있는데 나는 앞에서 두 번째에 있는 1인석에 앉았어.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잔향실 내부 모습도 봐야지. 그리 넓지 않아서 음압을 느끼기에 좋고, 한쪽 벽에 통창을 설치해서 개방감이 있었어. 2인석 2개, 1인석 3개로 총 7자리가 있는데 나는 앞에서 두 번째에 있는 1인석에 앉았어.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이제 본격적으로 하이파이 오디오를 감상해 볼 시간인데, 남자 손님 3명이 더 들어오더라고. 혼자서 10곡 넘게 들어보면서 완전히 뽕(?)을 뽑아 보려 했는데 내심 아쉬웠어. 내가 신청한 곡들을 들어 본 소감을 간단히 적어 볼게.


■ 밤 편지 - 아이유

청음에 좋은 음악으로 많이 추천하는 아이유의 ‘밤편지’를 첫 곡으로 들었어. 도입부 기타 소리가 우리 아이유 목소리만큼 선명하고, 미세한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선예도가 뛰어났어. 도입부를 지나면 타악기와 베이스 연주가 깔리는데, 저음이 아주 도드라지는 동시에 보컬의 고음부 역시 또렷하게 들려. 음질이 좋으니까 한 곡 전체를 완전히 집중해서 듣게 됐어.


■ Hotel California(Live on MTV, 1994) - Eagles

“어느덧 대전 하이웨이~” 이 노래도 다들 알지? 이글스 하면 떠오르는 전설적인 노래인데, 한국에 가장 잘 알려진 어쿠스틱 버전이 1994년 MTV 라이브야. 이 곡도 도입부부터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

스피커에서 고음을 내는 부분을 ‘트위터’라고 하는데, 고급 오디오 브랜드는 저마다 트위터에 개성이 있어. 예를 들어 영국 명품 오디오 브랜드 ‘바워스 앤 윌킨스’(B&W)의 하이파이 스피커엔 다이아몬드 트위터가 달려 있지. 포칼은 금보다 비싸다는 베릴륨으로 만든 트위터를 쓰는데, 역시 몸값을 하더라. 포크 기타와 클래식 기타의 맑고 청명한 소리가 아주 그냥 심금을 울리는 거 있지.

고역뿐만 아니라 중역대 표현력도 탁월해. 평범한 이어폰으로 이 노래를 들으면 콩가, 마라카스 같은 타악기 소리는 좀 묻히는 경향이 있거든. 그냥 박자감만 더해주는 정도라고. 그런데 해상도가 좋은 스피커로 들으니까 이 타악기들 소리가 경쾌해지면서 존재감을 드러내더라고. 사운드 스테이징도 대단해서 마치 내가 콘서트장에 있는 것처럼 공간감이 살아 있었어.


■ Birds – Dominique Fils-Aime

저음 테스트에 주로 쓰이는 재즈 곡이라 오디오필에겐 친숙할 거야. 역시 저역대가 탄탄하더라. 베이스 연주와 보컬의 펀치력이 상당하고, 약하게 때리는 퍼커션 소리까지 세밀하게 들려. 호들갑 떨고 싶지 않았는데 이건 직접 들어 봐야 알 수 있어.

포칼 소프라2의 위엄. 선예도가 뛰어나서 평범한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는 잘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포칼 소프라2의 위엄. 선예도가 뛰어나서 평범한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는 잘 들리지 않던 소리가 들리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어.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앰프는 네임오디오의 유니티 노바. 내가 신청한 빌 에반스 트리오의 ‘Autumn Leaves’가 재생되고 있는데, 때깔이 너무 좋아~.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앰프는 네임오디오의 유니티 노바. 내가 신청한 빌 에반스 트리오의 ‘Autumn Leaves’가 재생되고 있는데, 때깔이 너무 좋아~.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포칼 하이파이 스피커의 상징이라는 베릴륨 트위터. 음각된 부분에서 고급짐이 느껴지지 않니?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포칼 하이파이 스피커의 상징이라는 베릴륨 트위터. 음각된 부분에서 고급짐이 느껴지지 않니?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이거 말고도 몇 곡을 더 들었는데 다 설명하면 너무 길어지니까 여기까지 할게. 손님이 3~4명이면 시간당 4~5곡 정도를 들을 수 있더라고. 실제로 나는 2시간 동안 9곡을 신청해서 들었어. 내 노래가 재생될 때마다 괜히 반갑더라.

혼자 여러 곡을 듣는 것도 좋겠지만, 다른 손님의 신청곡을 같이 들으면서 새로운 노래를 알게 되는 재미도 쏠쏠했어. 나는 아이유의 ‘Shh..’를 여기서 처음 들었는데, 내 취향에 맞아서 며칠째 이것만 듣고 있어.

다만 내 취향에 안 맞는 노래가 나오면 좀 거슬릴 수도 있겠지? 또 반대로, ‘소심남’인 나는 괜히 눈치가 보여서 호불호가 강하게 갈릴 만한 노래는 신청을 못 했어. 시끄러운 록이나, 너무 조용하고 긴 클래식 음악 같은 거 말이야.

잔향실을 찾은 손님들은 대체로 20대로 보였어. 최신 가요나 팝송을 많이들 신청하더라. 직원 김수연(29) 씨한테 물어보니 우연히 들렀다가 단골이 된 어르신도 꽤 계신다고 하네.

잔향실에서 판매 중인 음료들인데, 무알콜 하이볼도 마실 수 있어.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잔향실에서 판매 중인 음료들인데, 무알콜 하이볼도 마실 수 있어.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혹시 잔향실에 올 생각이 있으면, 미리 팁 몇 개 알려 줄게. 주말에 올 거면 예약은 필수야. 평일엔 비교적 한산한데, 특히 오후 5시부터 6시가 널널해. 내가 갔던 날도 딱 5시부터 손님이 없더라고. 오후 6~7시는 브레이크 타임이니까 참고하고~.

그리고 음악감상실이니 정숙해야 하는 건 당연하겠지? 음료는 여기서 살 수도 있고, 외부에서 반입해도 괜찮아. 간단한 디저트를 들고 오면 접시랑 커트러리(식기류)도 제공해주니까 달달한 거 들고 와서 음악 들으면서 먹으면 최고겠지? 간단한 캔맥주 정도까지도 괜찮은데, 와인이나 위스키를 병째로 들고 오면 ‘콜키지’ 요금을 1인당 5000원씩 받아.

그리고 신청곡은 이왕이면 정식 음원이 발매된 걸로 하자고. 음원이 없으면 유튜브 뮤직으로 틀어 주는데, 이러면 음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서 권장하지 않는대. 음원이 있는 경우엔 ‘바이브’ ‘타이달’ ‘애플뮤직’ 같은 고음질 포맷을 지원하는 서비스로 재생해.

잔향실 마스코트 강아지 비누. 잔향실 SNS 캡처 잔향실 마스코트 강아지 비누. 잔향실 SNS 캡처

아 참, 여기저기 후기를 보면 알겠지만 잔향실엔 귀여운 마스코트 댕댕이 ‘비누’가 있는데, 얘는 수연 씨 반려견이야. 보통은 출근하는데, 하필 내가 간 날은 병가였어. 아무래도 강아지는 귀가 예민해서 컨디션이 안 좋을 때는 데려올 수 없대.

데이트 코스로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실제로 여기서 프러포즈한 커플도 있다고 하네. 잔향실에 처음 왔던 날부터 사귀게 된 커플이 있는데, 결혼식장 잡은 당일에 잔향실을 대관해서 예비 신랑이 프러포즈를 했대. 너무 달달해서 이가 썩을 것 같지 않니?


오케스트라 분위기 전포 카페 ‘덱스 커피’

덱스 커피 정문인데, 처음엔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있어. 하단에 짙은 밤색으로 덱스커피 로고가 그려져 있는 부분이 출입문이니까 밀고 들어가면 돼. 나도 헷갈리더라고.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덱스 커피 정문인데, 처음엔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있어. 하단에 짙은 밤색으로 덱스커피 로고가 그려져 있는 부분이 출입문이니까 밀고 들어가면 돼. 나도 헷갈리더라고.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덱스커피 내부 모습. 천장에 있는 스피커가 인상적이지? 인스타 갬성으로 사진 찍기 좋아.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덱스커피 내부 모습. 천장에 있는 스피커가 인상적이지? 인스타 갬성으로 사진 찍기 좋아.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쓴 커피라도 마셔야 할 것 같아서 근처에 있는 카페 ‘덱스커피’를 찾았어. 오케스트라 분위기를 내는 인테리어부터 음향 시설, 선곡까지 좋아서 인터넷에선 음악 듣기 좋은 카페로 소문이 난 곳이더라고.

음질 얘기부터 하자면, 조용히 음악 감상하기에 나쁘지 않았어. 미국 ‘커뮤니티’사 스피커가 설치돼 있는데, 솔직히 대단한 프리미엄 브랜드는 아니지만 출력이 좋아서 콘서트장 등 넓은 실내나 야외에서 많이들 사용해. 들어 보니 편안하게 감상하기엔 좋았어. 전체적으로 선예도가 좀 떨어지는 대신 보컬은 비교적 또렷하게 들려서 공연장에서 듣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어.

오케스트라 좌석처럼 생긴 카페 의자들이 특이하지? 천장에 매달려 있는 스피커에서도 실제로 음악이 나와. 저역대가 좀 아쉽지만 보컬 표현은 나쁘지 않았어.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오케스트라 좌석처럼 생긴 카페 의자들이 특이하지? 천장에 매달려 있는 스피커에서도 실제로 음악이 나와. 저역대가 좀 아쉽지만 보컬 표현은 나쁘지 않았어.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38곡으로 꽉 찬 플레이리스트. 나는 늘 듣던 노래만 듣는 스타일인데, 취향에 맞는 새로운 곡들을 많이 알게 됐어.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38곡으로 꽉 찬 플레이리스트. 나는 늘 듣던 노래만 듣는 스타일인데, 취향에 맞는 새로운 곡들을 많이 알게 됐어.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나는 오디오보다 사장님 선곡 센스가 돋보였어. 플레이리스트를 주기적으로 바꾸는데, 이번엔 봄에 어울리는 상큼하고 톡톡 튀는 곡들로 채웠더라고. ‘멜로망스’의 ‘부끄럼’에선 경쾌한 피아노 소리가 기분을 들뜨게 했고, ‘Madeleine Love’의 ‘Cheese’에선 공연장 안에서 커피를 마시는 듯한 현장감이 느껴졌어. 수지와 백현이 부른 ‘Dream’은 선명한 보컬 덕에 가사에 집중할 수 있었어.

덱스커피는 주류도 팔아서 저녁 시간대에 오는 것도 좋아 보여. 특히 고풍스러우면서 잘 정돈된 느낌을 주는 인테리어가 카페 곳곳에 있는 조명과 만나면 한층 우아한 분위기가 나겠더라고. 앗, 혹시 마주치게 돼도 아는 척 하지 말기. 난 혼자 있는 게 더 편하고 좋거든~.

커플끼리 나란히 앉기 좋은 의자에 혼자 앉아서 아메리카노를 음미했어. 음 스멜~. 저녁에 오면 미니 스탠드에 불이 들어와서 분위기가 더 좋을 것 같아.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커플끼리 나란히 앉기 좋은 의자에 혼자 앉아서 아메리카노를 음미했어. 음 스멜~. 저녁에 오면 미니 스탠드에 불이 들어와서 분위기가 더 좋을 것 같아.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조경건 부산닷컴 기자 pressjk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