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공사비에 소규모 행복주택마저 엎어졌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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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봉산마을 행복주택 취소
10세대 규모…3년 새 50% 폭등

사업무산된 봉산마을 행복주택 부지. 김종진 기자 kjj1761@ 사업무산된 봉산마을 행복주택 부지. 김종진 기자 kjj1761@

원자잿값 인상으로 인한 공사비 폭등에 소규모 행복주택 건립사업마저 무산됐다. 지역 청년을 위한 안정적인 보금자리의 필요성은 점차 커지는데, 행복주택 사업이 흔들린다면 지역을 등지는 청년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시는 영도구 봉래동5가 133번지 일대 ‘봉산마을 행복주택 건설사업’의 사업계획승인을 취소한다고 28일 밝혔다. 부산시가 시행자인 부산도시공사의 계속적인 사업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산도시공사는 지난 2021년 10세대 규모의 봉산마을 행복주택 건립에 14억 원의 예산이 소요된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3년 새 공사비가 급등하며 행복주택을 짓는데 최소 21억 원이 들게 됐다. 물가 상승으로 인해 비용의 50%가 늘어난 셈이다.

이 행복주택 사업은 2017년 10월 영도구청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신청하면서 본격화됐다. 영도구청 소유의 토지에 도시공사가 예산을 편성해 행복주택 건물을 건립하는 형태다. 청년과 신혼부부, 대학생 등에게 주변 시세의 60~80% 수준으로 주거 공간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행복주택이 무산된 땅에는 인근 주민들을 위한 주차장이 마련될 전망이다. 설계가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사업을 취소한 터라 매몰비용은 없지만, 노후화된 원도심 주거지를 개선해 청년을 유입시키려는 정책 목적은 이룰 수 없게 됐다.

부산시에 따르면 공사비 인상 문제에 더해 국토부가 복산마을 행복주택 건립 계획을 변경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관계부처 협의에 따라 행복주택에 들어올 만한 청년 수요가 없을 것이라 판단했고, 인근 주민들이 주차장을 건립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단순히 공사비 인상 때문에 행복주택 건립이 취소된 것은 아니다"고 전했다.

공사비 인상 기조가 당분간 꺾이기 어려운 상황에서 행복주택 건립 사업의 전망은 악화일로다. 국토교통부는 행복주택 건립사업에 세대당 4000만 원 안팎의 국비를 지원하고 있는데, 물가상승에 따른 국비 지원금 인상은 예정돼 있지 않다. 부산도시공사가 금정구 금사도시재생어울림센터 안에 조성하고 있는 ‘금사 행복주택’도 사업이 무산되지는 않았지만, 공사비 상승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민간 시공사가 참여하는 행복주택 사업도 마찬가지다. 현재 부산에서는 시청 앞 1·2단지, 일광, 아미 등 행복주택이 민간참여 형태로 건립되고 있다. 이들 사업에 참여하는 건설사들은 2~3년 전과 비교해 20~30% 공사비가 올랐다며 부산도시공사가 비용 상승분의 일부를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국토부는 공사비 상승분의 50~100%를 공공이 부담하는 방향으로 도시공사와 업체들이 협의를 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부산도시공사 관계자는 “봉산마을 행복주택의 경우 소규모이지만, 필수적인 시설은 또 다 지어야하기 때문에 공사비가 큰 비율로 상승한 경향이 있다”며 “행복주택 추진사업이 흔들리지 않도록 지자체와 협의를 강화하는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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