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에서 만나는 ‘금정’의 역사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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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일부터 특별전 개막
산성마을의 문화·기록 담아

범어사 성보박물관이 5월 1일부터 특별전시 ‘금정산 산그리메, 金井(금정)’을 개최한다. 사진은 범어사 전경.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범어사 성보박물관이 5월 1일부터 특별전시 ‘금정산 산그리메, 金井(금정)’을 개최한다. 사진은 범어사 전경.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범어사 성보박물관이 금정의 역사와 문화를 주제로 5월 1일부터 특별전시 ‘금정산 산그리메, 金井(금정)’을 개최한다. ‘그리메’는 그림자를 뜻하는 옛말로, 산그리메는 산등성이가 겹치고 포개져서 만들어진 장관을 뜻한다. 이번 전시는 금정산 산그리메 위에 우리의 삶이 포개져 만들어진 문화를 얹었다.


범어사와 금정산성을 수호하는 역할을 했던 국청사 승장인(僧將印).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범어사와 금정산성을 수호하는 역할을 했던 국청사 승장인(僧將印).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전시는 전체 3부로 구성됐다. 1부 ‘낮고 높은, 산’에서는 해발고도 800m 부산의 진산 금정산에 세워진 호국사찰 범어사와 국청사를 중심으로 금정의 호국을 이야기한다. 18세기에 그려진 ‘여지도’에도 왜구의 침입으로부터 국가를 지키기 위해 세워진 범어사와 금정산성을 수호하는 역할을 했던 국청사가 표현되어 있다. 성보박물관이 소장한 ‘상축현판’과 ‘세자저하수천수전패(世子邸下壽千秋牌)’, ‘왕비전하수제년전패(王妃殿下壽齊年殿牌)’는 외적으로부터의 보호뿐만 아니라 국가와 왕실의 안녕을 기원했던 역사 속 사찰의 호국을 보여 준다.


죽전마을의 화살과 화살통.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죽전마을의 화살과 화살통.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2부 ‘척박하고 비옥한, 토지’에서는 둘레 1만 8845m로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산성인 금정산성과 이곳에 모인 사람들이 만든 삶을 말한다. ‘죽전마을 화살과 화살통’은 대나무 화살을 만들어 공급했던 금정산성 죽전마을의 실체를 증명하는 유물이다. 현재 정수암에 보관중인 해월사 현판은 금정산성을 관리하기 위한 승영사찰 해월사를 창건할 때 범어사, 국청사, 운수사 등 산성 주변 사찰의 수많은 승군들이 동원되었음을 기록하고 있다.


경허스님의 시가 담긴 경허선사 시판.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경허스님의 시가 담긴 경허선사 시판.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3부 ‘작고 큰, 산만디 마을’에서는 태백산맥 끝자락에 위치한 작은 마을 금정의 풍경을 전한다. 동래부사 정현덕이 남긴 봉래별곡 외에도 이안눌의 청룡암시목판과 <동래부지> 등에는 동래부사들이 남긴 금정의 풍경이 남아 있다. 근대 선승 경허스님의 시가 담긴 <경허선사 시판>과 금정산 고당봉 금샘 부근 돌에 새겨진 석각 탁본도 함께 전시된다. 또한 범어사 명정학교를 수학한 한국의 대표적인 문인 요산 김정한의 문학작품에 묻어나는 금정의 감성을 소개한다. 성보박물관 측은 이밖에도 범어사 토지의 경계를 표시한 표지석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내용으로 금정산을 찾는 등산객에게 새로운 흥미 요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범어사 창건사적판.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범어사 창건사적판. 범어사 성보박물관 제공

범어사 주지 정오스님은 “천년고찰 범어사, 푸르러진 금정산 풍경과 함께 즐기는 이번 특별전은 일상에서 누리는 쉼이 될 것이다. 푸르른 5월 범어사에서 나만의 산 그리메를 그리는 여유를 찾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개막식 행사는 5월 1일 오후 2시 범어사 성보박물관 2층에서 열리고, 전시는 8월 31일까지 이어진다.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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