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원 찬성한 외과 전문의 “그런데 정부안엔 공공이 빠졌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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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부산경남지부 정운용 대표

20년 넘게 노숙인 살핀 현장 의사
증원 찬성하며 의협 회장 출마도
공공의대·지역의사제 도입 전제
적정 증원 인원 300~500명가량
의료는 공공재… 의사 책임 있어
정부는 국민 목소리 담아 타협을

“의정 갈등이 두 달째 지속되는 사이 정부의 의료개혁 방향에는 주권자인 국민의 목소리가 담겨있지 않습니다. 의료개혁의 중심에는 국민이 있어야 합니다. 의정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공의와 의대생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와서 투쟁을 하고, 정부도 타협을 준비해야 합니다.”


18일 〈부산일보〉 취재진과 만난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부산경남 지부 정운용(60) 대표는 이렇게 강조했다. 정 대표는 부산 초량 산동네에서 태어나 인제대 의대를 졸업한 외과 전문의다.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경험을 통해 그동안 봉직의와 개원의로 의료 현장에서 일하면서도 부산 노숙인진료소 소장으로 20년 넘게 일해 왔다.

정 대표는 최근 치러진 제42대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해 화제를 모았다. 5명 후보 중 유일하게 의대 정원 증원 찬성을 주장해서다. 1차 투표 득표율은 2.7%에 그쳤다. 소수이긴 하지만 정 대표의 뜻에 공감하는 의사도 있다는 의미다.

그는 “지금처럼 공공의료에 대한 재정 계획이 없는 2000명 의대 정원 증원에는 반대지만 기본적으로 인의협은 공공적인 의대 정원 증원에 찬성한다”면서 “군 사관학교, 경찰대, 철도대학처럼 국가가 뽑아 키우고 배치하는 공공의대를 통한 증원이 가장 좋고, 아니라면 10~15년 지역 의무 복무 계약을 하는 지역의사제 도입을 통한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가 의대 정원 증원에 찬성하는 이유는 2가지다. 상급종합병원 의사의 노동 시간이 긴 데다 노동 강도가 강하고, 노인인구 증가로 갈수록 의사가 더 필요해지는 현실적인 이유에서다.

정 대표가 생각하는 적정 증원 인원은 300~500명 정도다. 그는 “수술과 진료, 교육을 모두 맡는 의대교수가 한꺼번에 늘어난 2000명을 가르칠 여력이 없다고 하는 실정이다”며 “현재 정원의 10% 증원에서 그보다 조금 더 많은 500명까지는 받아들일 수 있다는 목소리가 있다”고 전했다.

정 대표는 의료가 공공재라고 본다. 하지만 2000년 의약분업 파업 이후 의사의 저항이 부분적이든 전면적이든 성공하면서 현재 의정 갈등이 심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국민의 대다수는 의대 정원 증원이 필요하다고 보지만, 의사들은 “정부는 의사를 이길 수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는 실정이다.

정 대표는 “국가가 의사에게 독점적 진료권을 면허를 통해 보장하고 기본적으로 개원은 의사만 할 수 있는 만큼 의료는 공공재”라면서 “공공재인 만큼 책임이 따르는데 의사들이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지금 같은 의정 갈등과 의료 공백이 발생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 대표가 의협 회장 선거에 출마하면서 의협이 지금처럼 의사 권익단체가 아니라 ‘민주적 전문가 단체’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이기도 하다. 의협이 폐쇄적인 환경 내에서 집단 주장만 강화할 것이 아니라 시민사회와 접촉을 늘리고, 전문가 단체로서 정부에 선제적인 의료 정책을 제안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거다.

필수의료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에서 필요한 것은 결국 의료 공공성 강화밖에 없다는 것이 정 대표의 시각이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부산의료원을 비롯한 공공병원이 최일선에서 전담병원으로 감염병을 이겨냈는데 결국 돌아온 것은 쌓인 적자뿐이다. 정부는 겨우 6개월분의 회복지원금을 주고 알아서 재정 혁신을 하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저출생과 고령화 복합 위기로 빠르게 무너지고 있는 지역 의료에 대한 정 대표 해법은 역시 공공병원 확충이다. 정 대표는 “지역 거점별 공공의료원을 중심으로 공공병원 산하 의원을 여러 개 두는 방식으로 공공병원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공공의대와 지역의사제 도입을 통해 국민의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의정 갈등 과정에서 주권자인 국민이 빠져있었고 환자는 고통 당하고 불안감이 커졌다”면서 “진정한 주권자인 국민이 참여하는 의료개혁을 해야 한다. 정부는 공공적인 의대 정원 증원을 보장하고 의사단체는 이를 받아들이는 대타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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