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꿀한 삶을 유쾌한 인생으로"

  • 가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영화 속 밴드

어쩌면 다람쥐 쳇바퀴 도는 것처럼 쿨한 우리네 인생. 그래서 때론 멋진 '일상 탈출'을 꿈꾼다. 영화마을을 둘러보면 음악, 아니 밴드를 통해 꿀꿀한 삶을 유쾌한 인생으로 버무려낸 작품이 의외로 많다. 그 속으로 들어가보자.

아마도 2007년 선보였던 이준익 감독의 '즐거운 인생'(사진)은 가장 멋지게 밴드 이야기를 녹인 작품으로 손꼽을 수 있다. 한때 대학가요제에 출전할 만큼 음악적 소질은 있었으나 지금은 백수, 택배기사 등 낙오인생 네 남자가 의기투합해 밴드 '활화산'을 재결성한다는 것이 큰 줄거리다.

극중 아내가 답답한 듯 "난 뭐 하고 싶은 거 없어서 이렇게 사는 줄 알아!"라고 쏘아붙이자 낮엔 택배, 밤엔 대리운전으로 등골 빠지는 일하다 베이스를 맡은 남편 성욱(김윤석)은 이렇게 반격한다. "당신도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하고 살아!" 이는 감독이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아닐까 한다.

몸도, 가슴도 뜨거운 영화가 바로 조승우 신민아 주연의 '고고70'(2008년)이다. 최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야간 통행금지가 있었고 미니스커트와 장발을 단속했던 1970년대를 강타했던 고고열풍, 그 뜨거운 밤의 열기 속으로 관객들을 유도한다. 전설의 밴드 '데블스'의 리드 보컬을 맡은 조승우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돋보인 작품이다. 영화 후반부에서 마지막 공연을 할 때 경찰들이 쳐들어와 관객들에게 이런 말을 던진다. "니들 놀고 싶지?" 살벌하고 암울했던 그때 그 시절을 관통하는 대사처럼 들렸다.

여전히 젊은이들에게 사랑받는 윤도현 밴드가 한 달간의 유럽투어와 공연 실황을 담은 다큐멘터리 '온 더 로드 투'(2005년)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록밴드의 진정한 삶은 투어다'란 영화 카피가 암시하듯 투어 버스 안에서 캔맥주를 마시며 공연에 대한 부담을 털어놓는 윤도현의 모습이나 조인트 공연을 했던 영국 록밴드 '스테랑코' 멤버들과 스스럼없이 우정을 나누는 모습이 경쾌한 음악과 함께 담겨져 있다. 김홍준 감독의 '정글스토리'(1995년)는 윤도현과 김창완을 아예 '투 톱'으로 내세운 밴드영화다. 록커의 꿈을 안고 무작정 상경한 도현(윤도현)이 그의 음악적 잠재력은 알아차린 지우(김창완)의 도움을 받아 라이브 콘서트를 연다는 것이 뼈대인데 음악영화가 흔치 않았던 당시로선 무척이나 인상적인 작품으로 영화팬들은 기억하고 있다.

해외 작품으론 왕년에 잘나가던 록밴드 멤버들이 중년이 넘어 다시 재결성되는 스토리를 담은 '스틸 크레이지', 롤링 스톤즈 공연을 연상케 하는 '샤인 어 라이트', 쿠바 뮤지션들의 생생한 공연실황을 담은 '브에나비스타 쇼셜 클럽',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됐던 '스윙걸스' '훌라걸스' 등도 다양한 밴드 모습을 스크린에 옮긴 작품이다. 김호일 선임기자 tokm@


당신을 위한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