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재적 석면피해 의심자 80% 방치… 예산 늘려 수검률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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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부산 연제구 연산1동 주민센터에서 옛 제일화학 주변 거주자와 연신초등학교 졸업생 등에 대한 석면 건강영향조사가 진행됐다. 사진은 한 시민이 출장 검진 버스에서 엑스-레이(X-ray) 촬영을 받고 있는 모습. 석면환경보건센터 제공.

미세한 석면 입자가 수십 년 간 몸 속에 차곡차곡 쌓여 차츰 암세포로 발전되는 석면 질환.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에 들어서기 시작한 석면공장은 항구도시 부산에 특히 많이 세워졌다.

당시 다른 일보다 급여가 많았던 석면공장에는 일하길 원하는 근로자가 넘쳐났고, 공장 주변에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많은 사람들이 석면의 피해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됐다.

환경부와 부산시가 건강영향조사를 통한 피해자 발굴에 나서고 있지만 잠재적 피해자들이 얼마나 될지 모른다는 점에서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석면 사용했던 공장 전국 40여 개
이 중 30여 개 부산에 밀집
부산시 조사 사업비 1억 불과
전담인력·필수 장비도 부족
검진 인프라 확충 없인
피해자 조기 발굴 기대난

■전국 석면공장 부산에 밀집


흔히 '돌솜'으로 불리는 석면(石綿)은 지름이 머리카락의 100~400분의 1(0.01~0.04㎛)에 해당하는 가는 섬유 상태로 존재한다. 한때는 내화성, 절연성, 내부식성이 뛰어나 '기적의 광물'로 각광받아, 선박 재료나 절연재, 천장, 타일 등의 건축재로 폭넓게 쓰였다.

하지만 1960~1970년대 유럽을 시작으로 석면으로 인한 질환을 앓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조용한 살인자'로 악명이 높아졌고, 지금은 세계보건기구로부터 1급 발암물질로 지정돼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우리나라도 석면의 위험성을 인식해 2009년부터 석면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있다.

석면은 두께가 가는 실 상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호흡기를 통해 폐에 들어가면 폐 조직의 섬유화 등을 초래해 30여 년의 잠복기를 거쳐 악성중피종이나 석면폐증, 폐암 등을 일으킨다. 또 날려서 흩어지는 비산(飛散) 정도가 크기 때문에 바람을 타고 인근 지역으로 퍼져나가 직접 석면을 다루는 근로자는 물론이고 주변 거주자에게도 악영향을 끼친다.

부산은 항만을 보유하고 있는 입지 탓에 전국에서 가장 많은 9개의 석면방직공장이 1970년대 이후 차례로 들어섰다. 전국적으로 14개의 석면방직공장이 있었는데 부산에 절반 이상이 밀집된 셈이다. 부산은 일본에서 기술이 들어 오고 항만을 통해 제품을 수출하는 전초기지였다.

석면방직공장에서 사용하고 남은 자투리 석면을 활용해 자동차 브레이크 라이닝 등을 제조하는 공장들도 생겨났다. 전국에 산재한 40여 개의 석면사용 공장 중에 부산에만 30여 개의 공장이 모여 있었다.

석면 채취 광산이 있었던 충청남도 지역에서 현재 가장 많은 석면 피해자가 나오고 있지만, 직접 근로자가 아닌 인근 주민들의 환경성 피해 사례는 부산에서도 적지 않게 발견되고 있다.

한국환경공단 석면피해판정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11~2012년 부산에서 나온 석면피해 인정자는 총 47명이다. 이미 사망해 이 기간 특별유족으로 인정된 경우도 29명에 이른다. 올들어 발견된 석면폐증 확진자 12명을 더하면 모두 30명이 석면질환을 안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예산 확대, 검진율 제고 절실

우선 검진 대상자 발굴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비 지원 등 예산을 대폭 늘려 저조한 수검율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것이 최선이다.

부산시의 건강영향조사 예산은 2009년 연간 5천만 원으로 시작돼 지난해부터 1억 원으로 증액됐다. 지난해에는 부산시의 석면공장 옆 학교 건강영향조사 사업에 전국 지자체로는 처음으로 환경부가 국비 1억 원을 추가로 지원하기도 했다. 올해는 여기서 800만 원이 늘어난 국비 예산이 배정됐다.

예산이 늘면서 검진을 받는 수검자도 대폭 늘어났다. 2009년 364명이던 수검자는 2010년 276명, 2011년 319명에 그치다가 지난해 1천665명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이같은 수검자 수치도 석면환경보건센터가 의심자 추적조사를 통해 안내장을 발송하는 잠재적 대상자 수에 비하면, 검사에 응하는 비율이 20~25%에 그치고 있다. 나머지 75~80%의 잠재적 석면피해 의심자가 조사에 참여하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예산이 늘어나면, 조사사업을 확대할 수 있는데다 현재 턱없이 부족한 검진 인프라와 피해자들의 요구사항인 보상 현실화 문제도 점진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현재 부산의 검진 인프라를 보면, 시청에 전담인력 2명, 부산시보건환경연구원에 1명이 있을 뿐 구·군청에는 아예 담당자가 전무하다. 실제 조사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석면환경보건센터도 연구원 2명 등 총 6명이 근무하고 있다. 2011년부터 관련 인력 증원 요구가 계속되고 있지만, 개선 여지는 적어 보인다.

장비도 부족하다. 석면 조사를 위해 투과전자현미경, 주사전자현미경, X선회절분석기 등이 필요하지만 대부분 갖춰지지 않은 실정이다.

석면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 현실화도 필요하다. 석면피해구제법에 따르면, 석면폐증 1~3급 판정자는 2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의 24~72%, 금액으로 환산하면 22만6천120~67만8천380원(2012년 기준)의 요양생활수당을 24개월 동안 지급받는 게 전부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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