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길 나의 삶] 황태호 양산부산대병원 임상시험센터장
바이러스 연구 10년, 암 극복 머잖았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 황태호 센터장이 신약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이 부산에서 개발되면 주변 인프라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고 설명하고 있다. 강선배 기자 ksun@"부산에서 세계적 신약이 개발되면 의료, 제약, 법률, IT, 화학 등 최고 수준의 기술을 가지고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영역이 생깁니다."
10여 년 동안 항암제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양산부산대학교병원 임상시험센터 황태호(50·부산대 한의학전문대학원 약리학 교수) 센터장. 그는 하나의 혁신적인 글로벌 기술이 개발되면 주변 인프라가 세계적인 수준으로 올라서게 된다고 설명한다.
천연두 백신 바이러스에서
항암 효과 확인 연구 박차
외국 제약업체 학계 등서
공동 연구 제의도 잇따라
"신약개발은 보통 15년, 평균 1조 원 들지만 성공하면 연간 1조~3조 원의 수익이 발생합니다. 설사 실패하더라도 최고의 인프라가 생깁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20개의 신약이 개발했지만 성공한 사례는 드물지요. 다국적 제약사에서 우리나라에 임상의뢰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초기임상 대신 상업화 임상(후기임상)을 주로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초기임상에 도전하면 신약개발 성공여부에 상관없이 신약개발 인프라가 생긴다. 이는 다음 단계 성공을 위한 중요한 경험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신약개발의 사회적 경제적 의미가 크다는 게 황 센터장의 설명이다.
황 센터장은 지난 10여 년 동안 천연두 백신에 사용되는 백시니아 바이러스를 이용한 암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최근 완치된 암 환자의 몸에서 생성된 항체를 이용해 다른 사람의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고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초기임상 단계에서 이공계 전문인력의 참여는 필수적입니다. 용량과 복용법·시기 등을 결정할 때 IT·화학·기계 등 이공계 전문인력과 함께 연구해야 합니다. 또 특허 등 제약비즈니스를 위해 변호사도 참여하게 됩니다. 신약개발은 의료산업과 제약산업은 물론 IT, 화학, 법률 등 최고 수준의 비즈니스 영역을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바로 창조경제라고 생각합니다."
황 센터장은 63년 부산에서 태어나 사하중, 경남고를 거쳐 부산대 치대에 입학했다. 당시 정치 상황(6월 민주항쟁) 때문에 공부를 할 수 없었다. '내 자신의 전문성을 찾아야 겠다'고 결심하고 기초의학을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부산대 의대 대학원(생리학)에 진학했다. 1993년 미국 존스홉킨스의대에서 2년6개월간 호흡기질환 유전자 치료제 연구에 파고들었다. 1997년 미국 휴스턴 베일러의대 조교수로 1년간 고지질증 유전자 치료제 연구를 하다 동아대 의과대학 약리학교실 교수로 부임했으며, 2009년부터 부산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암은 유전적으로 너무나 복잡합니다. 유전자 하나를 조작해 암치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돌파구로 생각한 게 바로 바이러스로 암유전자와 싸우게 하는 방안입니다. 그러나 항암효과가 약해 개선이 필요한 실정이었습니다."
황 센터장은 항암효과를 높이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들고 미국 전문가를 몇번이나 직접 찾아가 논의했다. 또 차세대 항암바이러스를 찾기 위해 지구 상의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스크린한 결과 천연두 백신 바이러스의 항암효과가 가장 좋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천연두는 인류역사상 치사율이 가장 높은 질환이었지만 인류는 이를 극복했습니다. 그런데 천연두 백신 바이러스가 다시 항암제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를 신의 선물이라고 생각합니다."
황 센터장은 지금까지 살아있는 바이러스 10억 개를 혈관으로 매주 주입해도 환자가 안전하며, 특히 일부 환자에게 암에 항체가 만들어지고 항암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요즘 외국업체와 학계로부터 암의 항원이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자는 공동연구 제의가 잇따르고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만 앞으로 10년은 더 큰 변화가 있을 것입니다."
황 센터장의 꿈은 부산대양산캠퍼스를 바이오테크놀로지 벤처기업과 병원, 대학이 어울려 임상산업을 의학산업으로 연결하는 허브로 만들어 세계로 진출하는 것이다.
"신약개발은 의학과 과학을 통합시켜 새로운 영역을 만들어냅니다. 이를 위해 정부와 기업, 병원, 학교 등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특히 정부에서는 이들이 하이리스크 산업에 도전할 수 있게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임원철 기자 wcl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