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소방 재정, 장비·처우 개선 '급한 불' 못 껐다
이름만 국가직, 재정은 지방 몫
소방 예산 90% 지자체가 부담
부산 노후 소방서 공사 엄두 못 내
소방관 장비 23% 사용기한 지나
재정 분담 구조 개편 서둘러야
부산 연제구 부산소방재난본부 종합상황실에서 직원들이 각종 현장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난 16일 경기도 부천 화재 현장에 투입됐던 고 김진석(44) 소방위가 순직한 후 소방공무원의 처우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소방공무원이 국가직으로 전환된 지 6년이 지났지만 정작 소방 재정은 여전히 90%를 지자체에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부산도 열악한 재정 탓에 40년 넘은 소방서 재건축에 제동이 걸리고, 소방차량 노후율은 전국 최고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전히 지방 재정에만 의존하는 ‘무늬만 국가직’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부산 지역 소방서와 119안전센터 등 5곳의 신축·재건축에 필요한 예산은 191억 원이지만 시가 편성한 예산은 5억 원에 불과했다. 부산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예산 부족으로 신규 사업 추진은 물론 기존 사업도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사업이 준공 43년이 지난 사하소방서 재건축이다. 부산에서 가장 오래된 사하소방서는 재건축 우선 대상이지만 향후 5년간의 청사 건립 계획을 담은 중기계획에도 반영되지 못했다. 당초 지난해 철거 예정이었던 사상소방서(1989년 건립)는 예산 확보에 차질이 생기며 지난 3월에야 철거 공사를 시작했다. 출동 지연과 시설 노후로 신축 이전이 추진됐던 기장소방서 송정119안전센터도 예산 문제로 올해 착공이 무산됐다. 2년 전 실시설계와 건축 허가까지 마쳤지만, 공사비 40억 원을 올해 예산에 반영하지 못하면서 착공은 내년으로 미뤄졌다.
소방 재정난은 앞으로 더 심해질 전망이다. 정부가 전국에 배분하는 소방안전교부세는 올해 1조 503억 원에서 내년 7605억 원으로 27.6% 줄어든다. 부산에 배정되는 교부세도 올해 424억 원에서 내년 358억 원으로 66억 원(15.6%) 감소한다. 이는 올해 부산 소방이 확보한 전체 국비 지원액 475억 원의 14%에 달하는 규모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부산 소방 현장에는 ‘비상’이 걸렸다.
국가 지원이 줄어들면 부족한 재원을 메워야 하는 지자체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올해 부산 소방 총예산 4961억 원 가운데 부산시 부담액은 4485억 원으로 전체의 약 90%를 차지한다.
재정 부족은 소방관의 안전과 처우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부산의 소방차량 노후율은 11%(608대 중 67대)로 전국 18개 소방본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소방관 개인 보호장비 5종 1만 5070개 중에서도 3507개(23.3%)가 내용연수를 넘겼다. 부산 소방관 1인당 연간 피복비는 25만 원으로 전국 최하위 수준이고, 건강검진비도 35만 원으로 전국 평균(37만 9000원)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소방 재정의 지자체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장비 노후화와 처우 격차 등 현장 문제를 키우는 만큼 국가 재정 책임 강화하는 등 재정 분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동아대 재난관리학과 이동규 교수는 “소방 조직이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실제 재원의 90%를 지자체가 부담하면서 신분과 재정 책임이 불일치 하는 구조”라며 “소방 인력의 호봉 상승과 승진 등에 따른 고정 인건비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반면 지자체 재원은 한계가 있는 만큼 국가와 지자체 간 재정 분담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