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미세먼지 '비상'] 마트마다 "청정기 사세요"… 바야흐로 '공기도 사 마시는 시대'
한 고객이 대형마트에서 판매중인 다양한 종류의 공기청정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강원태 기자 wkang@아이 둘을 둔 주부 임경아(34·부산 연제구) 씨는 최근 공기청정기를 구입한 데 이어 미세먼지 제거 기능이 있는 에어컨과 청소기 구입도 고려하고 있다.
매번 마트에 갈 때면 마지막 코스로 일회용 황사마스크를 챙겨넣는 일도 일상이 됐다. 식구 넷의 마스크를 사다 보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는데 이처럼 '미세먼지' 관련 지출이 늘면서 임 씨는 '물을 사 먹던 시대에서 이제 공기도 사 마시는 시대가 됐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세먼지 1급 발암물질 지정
주의보도 잦고 경각심 높아
시중 공기청정기 판매 실적
전년 비해 30% 이상 폭증
"미세먼지 책임 개인에 전가"
대책 부재에 불만 터져나와
학교 다닐 적 "공기는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주어지는 것"이라고 배웠지만 '공기의 질'은 평등하지 않은 시대가 온 것이다.
■이제 공기도 사 마시는 시대!
대기질이 나쁜 날이 많아지면서 공기도 사 마셔야 하는 시대가 됐다. 꼭 산소 캡슐을 코에 꽂지 않더라도 공기를 마시기 위해 필요한 여러 거름장치들을 구입해야 하는 시대에 이른 것이다.
28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20일까지 공기청정기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33%가량 늘었다.
이규진 홈플러스 소형가전팀 바이어는 "황사와 미세먼지는 예전부터 있었지만 최근 미세먼지 경보가 확대되고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공기청정기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공기청정기는 매년 20% 이상의 매출 신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처럼 미세먼지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것에 대해서는 비판적 견해가 많다. 공기청정기 또한 사후 대책일 뿐이며 미세먼지 발생 자체를 줄이고 필터 기능이 있는 공원녹지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것이 학계의 의견이다.
■석면과 미세먼지는 같은 운명?
"그땐 석면이 위험한지 몰랐으니까, 이불처럼 덮고 자곤 했어요." 과거 석면공장에서 일했던 한 노동자의 말이 수십 년 후 우리의, 우리 아이들의 말이 될지도 모른다. "그땐 뿌연데도 야외에서 마음껏 뛰어놀았죠. 미세먼지가 얼마나 위험한지 몰랐으니까."
실제 미세먼지는 2013년 10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한 1급 발암물질로, 석면과 같은 그룹에 속해 있다.
지난 20일 인하대병원 직업환경의학과 임종한 교수팀은 "수도권 30세 이상 성인의 조기 사망 원인 중 15.9%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에 의한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와 관련해 홍영습 동아대병원 환경보건센터 소장은 "지금까지 미세먼지의 위험이 너무 과소평가돼 있었다"면서 "시민들에게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좀 더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많은 가정에서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이면 아이들에게 마스크를 씌우려는 엄마와 "유난을 떤다"며 반대하는 아빠 사이의 실랑이가 심심치 않게 벌어지곤 한다.
■미세먼지 얼마나 위험한지?
2013년 8월에는 미세먼지 농도가 10㎍/㎥ 상승할 때마다 폐암 발생 위험이 22% 증가한다는 덴마크 암학회연구센터의 연구 결과 발표가 있었다.
센터는 유럽 9개국 30만 명의 건강 자료와 2천95건의 암환자 사례를 분석해 미세먼지와 암 발병률을 분석한 연구 논문을 발표했는데 논문에 따르면 초미세먼지가 5㎍/㎥ 상승해도 폐암 발생 위험이 18% 증가한다.
폐암뿐 아니라 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면 뇌에 혈전을 만들고 세포를 손상시켜 뇌졸중이나 치매를 유발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한 임산부에게도 미세먼지는 치명적이며 노인과 어린이들에게 특히 더 위험하다는 연구 결과들도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미세먼지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지 않다. 미세먼지는 눈에 보이지도 않을 뿐더러 콧 속으로 들어가도 느껴지지 않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는 직경이 10㎛ 이하, 초미세먼지는 직경 2.5㎛ 이하의 먼지를 말하는데 이는 머리카락 굵기(50~70㎛)의 30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미세먼지, 특히 초미세먼지는 코털과 기관지 섬모에서도 걸러지지 않고 폐까지 들어가 폐포에 흡착된다. 이를 통해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거나 심혈관 질환, 피부 질환 등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미세먼지는 주로 자동차 배기가스에 의해 만들어지며 화학연료가 연소될 때도 만들어진다.
미세먼지는 질산염, 암모늄, 황산염 등의 이온 성분과 중금속 성분, 탄소화합물 등으로 이뤄져 있는데 국내뿐 아니라 국외에서 유입되는 미세먼지도 전체의 30~5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